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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눈 뜨고 태어나는 아기 난생 첨 봤어요

아기가 태어난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지만, 아기가 태어날 당시를 잊을 수가 없어요.
응급실에서 밤을 새면서 꾸벅 꾸벅 존다며 아기 엄마에게 야단 많이 맞았어요. 아기가 좀처럼 나올 줄을 몰라서 계속 태동 검사만 하고 있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빠 들어오세요"라고 하길래 조심스럽게 들어갔는데..
화들짝!!!
아기가 엄마 배에서 머리만 나왔는데, 멀뚱히 눈을 뜨고는 두리번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신생아는 눈을 감고 이틀은 있어야 눈을 뜬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는 머리가 3층이더라구요. 아기 엄마가 아기를 밀어낼 때 세 번에 걸쳐서 내보낸 것 같아요. 피 맺힌 머리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

수술 경고.. 다음에는 입원 경고 아기 때문에 눈물 콧물 다 흘리다

아기 때문에 맘고생 많았어요.
분만대기실에서 태동검사를 몇 시간째 하고 있었는데, 아기 호흡이 불안정해서 의사선생님이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경고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긴급 태담"에 들어갔습니다.

"아기야 엄마랑 아빠가 많이 보고 싶단다. 수술을 하면 엄마가 많이 힘드니까 조금만 힘내서 씩씩하게 만나자!!"

태담을 10분 정도 했는데... 아니 글쎄.
기적적으로 아기 호흡이 정상패턴으로 돌아오면서 한 시간 후에 분만실로 가서는 20분만에 아기를 순산했습니다.

그런데 또 체중이 문제였어요.
마지막에 태아 몸무게를 잴 때는 3.5킬로그램이었던 것이 태어나자마자 0.15킬로그램 줄어든 3.35킬로그램. 그리고 삼일이 지나자 3.19킬로그램으로 막 줄어드는 거에요.
의사선생님이 "체중이 계속 줄어들면 입원을 해야겠습니다"라며 또 경고를 합니다.

산모는 밤을 새며 모유와 분유를 열심히 먹였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했더니 하루에 80그램이나 찌기도 하고, 한달이 더 지난 지금은 5킬로그램을 훨씬 넘어섰어요. 아기가 얼마나 맘마를 많이 먹는지 엄마가 탈진이 될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아기가 정말 며칠 동안 눈물 콧물 다 빼놓았어요.

사람이 '커간다'고 하는 것은 특별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

갓 태어난 아기를 안으면서 엄청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환희 그 자체였습니다
옛날 철학자 파스칼이 접신했을 때의 감정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사람이 '커간다'고 하는 것은 이런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기가 생겼으니 주위에서는 꿈을 접고 가족과 아기 부양할 일만 남았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지만, 아기를 낳고 걱정되는 것은 아기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고, 지금 상식처럼 돼버린 몰상식을 현실로 안고 살아야 하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인생의 선배인 시사인의 김모 기자는 "아기가 다섯살까지는 엄마를 찾지만, 다섯 살 이후부터는 아빠를 몹시도 따른다"고 합니다. 아빠의 행동이나 사고를 따라가려고 하고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가족에게, 특히 아이 엄마에게 쫓겨나지 않는 필살기라는 귀띔을 해주더군요. 그래서 '돈 잘 벌어다주는 아빠'와는 조금은 다른 '좋은 아빠'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안는 감정이 폭풍이라면, 아기가 자라면서 닮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지를 적시는 가랑비가 아닐까 합니다. 가랑비 같은 아빠가 되어 아기의 영혼을 적셔주고 싶습니다.

새내기 아빠, 아기엄마랑 아기 잘 키우겠습니다.


태그:#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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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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