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이가 없네요."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환경부와 창원시가 참 돈이 많네요." "파괴된 시설물을 거둬내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 같다."

26일 창원천·가음정천·남천을 둘러본 환경·토목전문가들이 한 말이다. 환경부와 경남도, 창원시,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의 추천을 받은 교수 등 전문가들이 '파괴된 하천'을 둘러보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으로, 지난 7월 폭우로 시설물이 파괴되어 흉칙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으로, 지난 7월 폭우로 시설물이 파괴되어 흉칙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환경.토목 전문가들이 26일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환경.토목 전문가들이 26일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환경부가 2007년 '생태하천복원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공사는 2008년부터 시작해 2011년까지 총 500억원이 투입된다. 창원시는 지난해 람사르당사국총회 때 국제발표회를 열면서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8일과 16일 폭우로 파괴되었다. 그동안 설치해 놓은 각종 시설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돌과 그물망, 나무들이 마산만으로 흘러들어갔다. '예산낭비'에다 '생태계 파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데,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이전 설계대로 공사를 재개할 수는 없었다. 환경단체들도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고, 시민들은 공사를 재개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말까지 했다. 이에 기관·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이 현장을 둘러본 것이다.

환경부·경남도·창원시·시민단체 추천 전문가 참여

황순진(건국대)·김진흥(중앙대) 교수가 환경부, 서규태(창원대) 교수가 경남도, 한성대(경남대) 교수가 창원시, 박창근(관동대)·박재현(인제대)·최송현(부산대) 교수와 이진국 자연생태연구소 소장이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추천으로 이날 현장조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창원시내를 관통하는 창원천을 둘러보았고, 오후에는 가음정천에 이어 창원공단을 관통하는 남천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공사현장 사무실에도 들러 공사(감리)업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들의 현장 답사에는 창원시와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박창근 교수는 "환경부의 전시행정이 빚은 문제이며,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다"면서 "광주와 원주 등지에서 똑같이 생태하천공사가 벌어지다가 파괴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생태하천 조성에 있어 매뉴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를 하면서 홍수 유수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고,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하천의 특성을 고려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생태하천을 조성하면서 '발파석'을 사용했는데, 친환경적이지 않다"면서 "발파석은 여름이면 뜨거워 사람도 밟고 서기가 힘든데 어떻게 파충류나 물고기가 살 수 있나. 전국 생태하천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다른 지역의 경우 시민들이 예산낭비나 생태계 파괴 지적을 해도 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공사만 계속하는데, 창원시는 그래도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이야기를 듣고 하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괴된 하천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난감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공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공법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하천에 단(계단)을 둔 곳은 무너져 내려 흉칙한데, 비스듬하게 두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환경.토목 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환경.토목 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으로, 지난 7월 폭우로 시설물이 파괴되어 지금도 흉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으로, 지난 7월 폭우로 시설물이 파괴되어 지금도 흉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인위적 구조물을 수리적으로 검토해야"

이진국 소장은 "하천을 둘러보니 황당하다"면서 "도심하천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보니 치수공간이 부족하고,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인데 창원의 경우 유지용수가 심각하고 물과 수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창원지역 하천은 경사가 생각보다 급하다"면서 "인간과 하천이 공생해야 하는데, 자연친화적이더라도 콘크리트는 적정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흥 교수는 "인재와 천재가 동시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위적 구조물을 수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하고, 이번 일을 바탕으로 하천 형태는 홍수가 나더라도 자연의 모습으로 재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현 교수는 3개 하천 파괴 현장의 특성을 지적했다. 남천에 대해, 그는 "기존 남천의 특성을 분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것 같고, 하천 경사를 수리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음정천에 대해 "하천에 계단을 무분별하게 만들어 폭을 좁게 하거나 고수부지를 넓게 했다"고, 창원천에 대해 "낙차공이 문제이며, 고수부지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각각 설명했다.

창원 남천 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이 지난 7월 폭우로 일부 시설물이 파괴되어 있다.
 창원 남천 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이 지난 7월 폭우로 일부 시설물이 파괴되어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환경.토목전문가들이 26일 오후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시공업체 현장 사무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환경.토목전문가들이 26일 오후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시공업체 현장 사무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차라리 창원시는 환경부에 사업비 반납해야"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이경희 공동대표는 "전문가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한결 같이 처참하다는 반응이다"며 "차라리 창원시가 관련 사업비를 환경부에 반납하는 게 낫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환경시민단체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이 이번 홍수로 드러난 셈이다"면서 "이번 기회에 생태하천조성공사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경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부장은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손을 댄 곳에는 거의 대부분 파괴되었고, 상류나 하류지점 등 아직 손을 대지 않은 곳은 파괴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조사단에서 원인분석을 하고 대책을 세워 방안을 제시하면 관련 기관․단체와 의견을 나누어 민관협의과정을 거쳐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시민들도 생태하천을 조성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으로, 지난 7월 폭우로 파괴된 모습이다.
 창원 남천생태하천조성공사 현장으로, 지난 7월 폭우로 파괴된 모습이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폭우로 파괴된 창원 남천생태하천 조성공사 현장에 물이 흐르고 둔치에 꽃이 피어 자라고 있다.
 지난 7월 폭우로 파괴된 창원 남천생태하천 조성공사 현장에 물이 흐르고 둔치에 꽃이 피어 자라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생태하천, #창원천, #가음정천, #남천,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