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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만들기...즐거운 저녁식사 시간...
ㅋㅋ 초상권 침해했다고 달려 올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
▲ 삼대가 함께 모이던 날... 추억 만들기...즐거운 저녁식사 시간... ㅋㅋ 초상권 침해했다고 달려 올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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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三代)가 한 자리에

삼대(三代)가 한 자리에 함께 모였다. 참 오랜만에 한데 모여서 뜨끈뜨끈한 가족애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며칠 전에 넷째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다가오는 '금 토 이틀 동안 시간이 되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되물었더니 다른 약속 잡지 말고 부모님 모시고 모두 함께 배내골에서 일박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이번 모임엔 모든 준비를 비롯해 일체의 비용을 넷째 동생네에서 일체 준비할 거라고 했다. 뭔 이런 일이 또 있담. 약속했던 날이 다가왔다.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오신 부모님을 모시러 양산에서 진해 안골 여객터미널까지 가서 막내남동생과 부모님을 집으로 모셔왔다.

아침 식사준비를 해 늦은 아침을 막 먹으려고 할 때 마침 서창 동생네가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배내골로 향했다. 동생 말대로 마음도 가볍게 몸도 가볍게 나섰다. 모임 장소는 배내골 솔밭 펜션이다.

오후 2시가 되어야 앞에 들어온 사람들이 방을 비우기 때문에 2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배내골 일대를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부모님은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모처럼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서 좋은 듯했다.

예약된 펜션에 도착하자 이번 모임을 주선한 넷째 동생네가 곧 도착했고 이어서 남동생 식구들도 당도했다. 모두 모이는 자리이긴 하지만 다들 흩어져서 각자 주어진 생활 속에서 살아가다보니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 한 가지에서 나온 자녀들과 손자들... 모두 모이기를 소망했던 이 자리에 서울 언니네와 먼 이국땅에서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가족, 그리고 대학생인 조카와 우리 아들 딸 역시 빠져 총 일곱 명이 빠졌다. 일곱 명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데 모이니 그야말로 대식구다.

이들은 모두 어머니 아버지가 부부의 만난 뒤, 딸 다섯, 아들 둘, 일곱 자녀가 태어나고 장성해 또 다른 가정을 이루어 태어난 손자손녀들이다. 어머니 말씀대로 한 가지에서 쑥쑥 뻗어나간 가지들에서 또 다른 가지로 열매로 뻗어나가고 있다.

넷째 동생네가 준비해 온 물건들을 차에서 펜션까지 갖다 날랐다. 동생은 딸과 함께 둘이서 많이 해 본 솜씨로 착착 손발을 맞춰 일사분란하게 냉장고에 과일이며 음료수와 생수, 반찬 등 가득 채워 넣었다. 참 많이도 준비해왔다.

펜션은 제일 큰 방을 예약한 듯했다. 실내로 들어가니 공간이 아주 넓었다. 단층으로만 보였던 안에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고, 2층엔 침실 방이 두 개에 1층 2층 화장실도 두 개였다. 아래 위 모두 테라스가 있어 바깥 숲과 계곡을 내다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웬만한 가정집 같았다.

'한 가지에서 참 많은 가지들이 뻗어 나왔다'

풀장에서 물놀이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들...
▲ 삼대가 한 자리에... 풀장에서 물놀이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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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모인 우리는 도란도란 밀렸던 숙제라도 하듯 서로가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녀들을 둔 부모님의 자녀들인 우리는 마치 어린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부모님 옆에서 퇴화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남동생 애들인 어린 조카들은 이 넓디넓은 공간이 비좁은 듯 뛰놀며 신나게 돌아다녔고 온갖 재롱으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조카 지혜는 타고난 듯한 재롱으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았고 그동안 조금 뜸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모부 옆에 찰싹 들러붙어서 사랑을 독차지해 버렸다. 안에서만 있을 수 있으랴, 아직은 낮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물 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와야겠다고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바로 옆 계곡에도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정원엔 평상도 여러 개 놓여 있고 그늘을 드리운 나무들이 드문드문 심겨져 있어서 마치 휴양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형과 아우...
▲ 삼대가 한 자리에... 형과 아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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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풀장이 있어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여름 내내 수영 한 번 못해 봤다고 아쉬워했던 남편은 조카들 핑계로 물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단단히 했다. 하나, 둘, 셋, 넷 구령을 외치며 조카들과 함께 국민체조를 하더니 아이들에게 가슴과 팔에 물을 묻혀서 놀라지 않게 한 다음 물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이어서 남동생 둘도 함께 뛰어들고 넷째 동생 딸인 조카 고등학생이 된 혜연이는 구경만 하고 서 있으려다가 짓궂은 고모부가 끌어다 물에 넣어서 함께 풀장 속에 들어갔다. 남은 가족들은 풀장 난간에 기대서서 신명나게 물놀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파안대소하며 또한 즐거워했다.

어린 조카 지혜와 단짝을 이뤄 물 속에서 아이처럼 즐거워하면서 지혜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지혜의 보디가드가 된 남편, 남동생 둘과 혜연이는 농구공을 주고받으며 게임을 하기도 하고 물보라를 일으켜 서로에게 물을 퍼부어대며 동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가끔 깊지도 않은 풀장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헤엄치는 동생들과 남편은 신이 나 있었다. 내 옆에 서서 흐뭇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던 어머닌 이따금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에서 참 많은 가지가 뻗어 나왔다. 다 모였으면 얼마나 많겠노!"

다정한 부부...아버지와 어머니...
▲ 삼대... 다정한 부부...아버지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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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고 서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 속엔 마치 지나온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고 있는 듯해 보였다. 이 소중한 순간을 추억으로 오래 담아두기 위해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넷째 재부와 동생, 그리고 나...

그 옆에서 신나게 물놀이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서 있던 셋째동생 남편은 혼잣말처럼 '혜연아, 고모부 들어간다!'하고 말하더니 갑자기 난간을 잡고 하나, 둘, 하나, 둘... 한참을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설마 물 속에 뛰어들라고?!

그냥 심심해서 그러나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몇 초 동안 하나, 둘~난간이 삐거덕거릴 정도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던 제부는 갑자기 몸을 반공중으로 날렸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공중으로 몸을 날려 난간을 뛰어넘은 재부는 물 속에서 첨벙 소리내며 떨어졌고 나는 내 옆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일에 놀라 물 속을 쳐다봤다. 

세상에! 수심도 얕은데 머리 다치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도 잠시, 물 속에 갑작스럽게 뛰어든 제부는 한 손을 짚고 중심을 잡아 물 속 깊이 숨을 안 쉬면서 헤엄을 치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지 못한 제부의 풀장 출현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지켜보다 웃음이 펑~터져 나갔다. 갑작스런 제부의 행동에 한바탕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삼촌과 조카...
▲ 삼대가 한 자리에.. 삼촌과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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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에 신이 나 있는 모습들...
▲ 삼대가 한 자리에... 물놀이에 신이 나 있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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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놀라운 반전이었다. 즐거운 물놀이와 응원부대에도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풀장 안에서 물놀이 하는 그 어느 누구도 제법 차가운 물인데도 불구하고 얼른 물 속에서 나오려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내둥이 조카 지혜는 물이 차가워서 새파래진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도 끝까지 고모부와 물놀이하는데 신명이 나 있었다.

얼마쯤 지나자 물놀이 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왔고 우린 다시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행복한 시계는 빨리 지나간다. 모처럼 부모님과 형제자매들과 조카들 모두 모여 놀다보니 시간 가는 것도 잊었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펜션 앞 서늘한 바깥뜰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서늘한 뜰엔 나무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좋았다. 고기를 굽고 상추를 씻고 음식을 이것저것 내오면서 모두들 협동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금방 식탁은 풍성하게 되었고 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뒤집고 가위를 자르는 것은 남자들이 담당했다.

형과 아우...그리고 조카...삼촌과 형에게 물을 튕겨 공격하고 있다...
▲ 삼대... 형과 아우...그리고 조카...삼촌과 형에게 물을 튕겨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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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모인 자리, 식탁 앞에 두런두런 모여앉아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저녁은 무르익어갔다. 고기를 실컷 먹고 김치찌개와 밥을 먹고 이어서 커피와 과일까지 넉넉하고도 풍성하고 느긋하게 먹다 보니 어느새 밤하늘엔 하나 둘씩 별이 돋았다. 어린 조카 도현이가 말했다.

"밤하늘에 별이 떴어요!"

도현이의 한 마디에 고개를 들어 일제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이네, 별이 떴네' 하고 뒷북을 쳤다. 역시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조카 도현이다. 모두들 과일을 깎아 먹으며 과일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보니 밤하늘에 별이 돋았는지 미처 몰랐던 것을 도현이가 환기시켜 주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는 저녁, 별이 돋아나고!

저녁을 먹고 밤이 익어가는 시간...
▲ 삼대가 함께... 저녁을 먹고 밤이 익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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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서 바깥 공기는 더 차갑고 서늘해졌다.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선뜻 실내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불을 가지고 나와서 하나씩 감싸 안은 채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밤이 이슥해졌고 부모님과 아이들도 다 잠이 들었다.

형제자매들은 또 거실에 둘러앉아 이 밤을 그냥 잠을 자기엔 아까워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신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설핏 잠이 들었을까. 이튿날 아침 우린 일찍 일어났다. 두 가족이 볼일이 생겨 먼저 가야 했다. 남은 사람들은 조금 김이 샌 기분이 되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남은 가족들은 조금 이른 시간에 배내골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우린 진하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처음엔 진하해수욕장 근처 횟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찾아간 횟집이 너무 덥다고 해서 대변항으로 향했다. 역시 우리 어머니의 파워는 막강하다.

둘쨋날 아침...일이 있어 몇몇 사람이 빠지고 난 뒤...남은 가족들...
2층에서 찰칵!...언제나 '찍사'는 보이지 않는다...
▲ 삼대가 한 자리에... 둘쨋날 아침...일이 있어 몇몇 사람이 빠지고 난 뒤...남은 가족들... 2층에서 찰칵!...언제나 '찍사'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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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변경해 대변항에 있는 횟집에서 먹기로 했다. 그때쯤 아침에 갔던 남동생네가 다시 합류해 함께 조금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도 아쉬운 우리들은 또 넷째 동생네로 모두들 우르르 몰려갔다. 우리가 이틀 동안 찍었던 사진을 컴퓨터에 올려서 보다가 동생네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모두 모여앉아 더 실감나게 보면서 즐거워했다.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들, 멈춰진 동작들을 보면서 그 순간들이 다시 생각나 웃고 또 웃곤 했다. 그렇게 또 저녁은 찾아왔다. 이제 가볍게 저녁을 먹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이번 모임에 대해 즐거웠던 순간들에 대해 남편과 나는 얘기를 나누며 흐뭇해 했다.

핏줄이란, 가족이란, 가정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가족, 핏줄... 그것은 무엇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 뜨끈뜨끈해지는 그 무엇, 오래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도 어제 만난 듯 내 살처럼 친근한 그 무엇이다. 무언의 응원을 보내며, 언제든 내 편이 되어 주는 보이지 않는 힘, 보이지 않는 격려, 보이지 않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것이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허물없는 관계, 혹 서로 앙금이 남을 만한 갈등이 있었다 해도 멀지 않아 스르르 그 앙금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마는 관계, 내 치명적인 약점과 내 결핍조차도 내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이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다.

세상의 바람과 비와 눈보라를 막아주는 보이지 않는 후광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더욱 가까울 수 있고, 부모님의 그늘이 있어 더 끈끈한 유대가 있을 수 있는 관계가 자녀와 자녀들 사이인 것도 사실이다. 부모님의 그늘이 있을 때 그것은 더욱 빛난다.

우린 모두 멀리서 자식들을 마음으로 응원하는 부모님의 그늘, 부모님의 후광 속에서 형제애와 핏줄의 끈끈한 유대가 더욱 생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 말씀대로 한 가지에서 참으로 많은 가지들이 뻗어나갔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하여도 신앙의 힘으로 살아오신 부모님과 자녀들...

그 자녀들의 자녀들... 삼대가 모여 여름 막바지에서 추억을 만든 시간은 참으로 흐뭇했다. 이번 모임을 주선했던 동생네는 비용도 만만찮았을 텐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한 가지에서 뻗어나간 가지들 중엔 형편이 좀 넉넉하고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한 가지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마다 지상에서의 삶이 부요하거나 가난하거나 거기에 크게 치심치 아니하고 건강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 하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모두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다. 모처럼 흩어져 살아가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 뜨끈뜨끈한 가족애를 나누었던 것을 또 추억하며 서로가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또 힘차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태그:#삼대, #가족 가정, #형제자매,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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