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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 원두막에서 바라본 백련. 하얀 꽃이 환하게 웃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을 닮았다.
 초가 원두막에서 바라본 백련. 하얀 꽃이 환하게 웃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을 닮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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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거운 요즘이다. 평소처럼 길을 나서기에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분전환을 위해서 나들이라도 한번 다녀오면 좋겠다. 어디로 갈까? 백련이 활짝 핀 전남 무안으로 간다면 부담을 조금은 덜 것 같다. 김 전 대통령의 환한 웃음을 닮은 백련을 보면서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안'하면 '연꽃'이고, '연꽃'하면 '회산 백련지'가 떠오른다. 무안 회산백련지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자그마치 33만㎡(10만평)에 이른다. 둘레는 2.8㎞. 여유를 갖고 걷는다면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다. 넉넉한 그 품이 김 전 대통령의 마음과 닮았다. 동양 최대 규모의 백련 자생지라는 게 실감이 난다.

백련지에 요즘 철 지난 연꽃이 많이 피었다. 당초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연꽃이 피었으나 집중호우로 한 차례 꺾이고 이제 다시 피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무안연산업축제 때 꽃구경이 힘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무안 회산백련지에 핀 백련. 볼수록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무안 회산백련지에 핀 백련. 볼수록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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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의 회산백련지.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물레방아가 돌고 있다.
 해질 무렵의 회산백련지.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물레방아가 돌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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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백련이 다 졌다고 생각해서인지 혼잡하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백련과 그 꽃향기로 가득 채워진 호젓한 분위기의 백련지가 마치 천상의 연화세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백련은 아침 일찍 꽃을 피운다. 하얀 꽃망울을 제대로 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이유다.

백련지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와 산책로가 놓여있어서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한적하니 걷기에 제격이다. 아무 말 없이 혼자 걷기에도 좋다. 방죽을 따라 난 황톳길과 나무숲길도 운치를 더해 준다. 백련과 어우러진 물레방아와 백련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백련지의 품격을 높여준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맑은 꽃을 피운다. 하여 불교에선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또 극락정토를 상징한다. 씨주머니 속에 많은 씨앗을 담고 있어 생명과 풍요,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다. 특히 백련은 매우 귀해 꽃 중의 군자로 불린다.

하얀 꽃이 마음까지 경건하게 해준다. 티 없이 맑은 백련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민주와 평화 그리고 인권을 위해 평생을 몸 바쳐 '인동초'로 상징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 속 사진과도 흡사하다. 백련을 보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떠올려본다.

회산백련지에는 백련은 물론 다른 수생식물들도 많다. 멸종위기식물인 가시연꽃을 비롯 수련, 왜개연꽃, 개연꽃, 홍련, 애기수련, 노랑어리연꽃, 순채, 물옥잠, 택사 등등. 수생식물 8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자연생태학습장이 따로 없다. 자녀들과 같이 가면 더 좋은 이유다.

원두막과 어우러진 백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원두막과 어우러진 백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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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회산백련지에선 백련 뿐만 아니라 갖가지 수생식물도 만날 수 있다.
 무안 회산백련지에선 백련 뿐만 아니라 갖가지 수생식물도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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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지 근처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몽탄(夢灘)은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다. 옛날 고려태조 왕건이 견훤의 군사들에게 쫓겨 퇴로를 차단당한 채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어느 날 꿈에 신령이 나타나 도망갈 강을 일러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이렇게 꿈에서 일러준 여울, 꿈 몽과 여울 탄을 써서 '꿈여울', 몽탄의 지명이 됐다는 곳이다. 여기에 몽탄강, 파군교 등이 있어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다.

영산강변에 아름다운 정자 식영정도 있다. 지방유생들 배움의 공간으로, 때로는 시인묵객들의 풍류공간으로 쓰인 곳이다. 한호(閑好) 임연(1589∼1648) 선생이 1630년에 지은 정자다. 몽탄면 이산리 배뫼마을에 있는데,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몽탄은 또 분청사기의 고장이다. 한국적이면서도 서민적인 취향이 묻어나는 분청사기는 무안요, 몽평요 등에서 만날 수 있다. 항공우주전시관도 여기에 있다. 몽탄면 사창리 출신으로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옥만호 장군이 후세들의 항공우주과학 교육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세운 곳이다.

여기서는 초급과 중급·고급 훈련용 비행기에서부터 건국기, 정찰기, 폭격기 그리고 귀순자들이 타고 온 북한의 전투기, 헬기 등을 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영화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거대한 수송기. 적진으로 낙하 침투하려는 군인들이 타고 이동하던 수송기로 64인승 C-123이다. 실내전시관에는 우주항공분야의 발전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각종 실물과 모형, 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호담항공우주전시관에서 만난 C-123. 영화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수송기다.
 호담항공우주전시관에서 만난 C-123. 영화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수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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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무안갯벌. 무안을 무안답게 해주는 곳이다.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무안갯벌. 무안을 무안답게 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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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도 무안이 지닌 자랑거리다. 무안의 바다는 해안선의 드나듦이 복잡하다. 그 길이가 200㎞를 넘는데 그게 모두 갯벌이다. 면적은 3만5600㎢를 넘는다. 지형적인 특성으로 발달한 무안갯벌은 지난 2001년 전국 최초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여기에선 낙지와 바지락, 갯지렁이 등이 생명의 고귀함을 알려주고 있다.

갯벌체험도 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갯벌체험은 도리포 인근 송계마을과 월두마을에서 가능하다. 송계마을에선 물때에 맞춰 배를 타고 나가 갯벌체험을 하고 바다낚시도 해볼 수 있다. 월두마을은 마을 앞 체험장을 이용한다. 여기엔 칠게와 농게 등 작은 게들이 많다.

무안읍 용월리에 가면 백로·왜가리 집단 서식지도 있다. 새들 덕분에 '학마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얼마나 새들이 많은지 마을 앞 산자락이 희끗희끗할 정도다. 육안으로 관찰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주차장 옆 전망대에 가면 대형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새들의 입놀림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11호로 지정돼 있다.

드넓은 갯벌과 황토밭을 지닌 무안은 먹을거리도 독특하다. 무안의 대표브랜드가 된 낙지는 말할 것도 없고, 볏짚을 이용해 돼지고기를 굽는 돼지짚불구이, 특산물인 양파를 먹여 키운 양파한우고기, 장어구이 등이 손에 꼽힌다. 특식으로 연쌈밥도 있다. 연잎을 잘 쪄서 음식에 연 향을 고루 퍼지게 한 것이다. 여기에 어우러진 연반찬도 맛깔스럽다. 홍어 대신 연근을 내놓는 연삼합과 연맥주도 별미다.

무안읍 용월리의 백로·왜가리 집단 서식지 풍경. 새들의 날갯짓을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무안읍 용월리의 백로·왜가리 집단 서식지 풍경. 새들의 날갯짓을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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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와 연뿌리, 무안양파가 어우러진 연삼합. 돼지고기도 연분말을 넣어 삶는다.
 돼지고기와 연뿌리, 무안양파가 어우러진 연삼합. 돼지고기도 연분말을 넣어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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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회산백련지를 끼고 도는 숲길. 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보는 백련지가 참 예쁘다.
 무안 회산백련지를 끼고 도는 숲길. 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보는 백련지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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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무안 회산백련지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무안나들목-(몽탄·일로 방면)무안병원-사창삼거리-몽탄면소재지-일로농공단지-회산백련지



태그:#회산백련지, #무안, #백련, #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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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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