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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회유·협박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가 24일 공개됐다(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경찰의 회유·협박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가 24일 공개됐다(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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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회유·협박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가 24일 공개됐다(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경찰의 회유·협박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가 24일 공개됐다(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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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빼줄 수 있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냐, 위에서 시킨 놈이 잘못이지…(중략)…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는 죽일 놈입니다."

지난 20일 자살을 시도한 쌍용차 노동자 A(38)씨의 유서 내용이다. 여기에는 복직을 빌미로 경찰에 허위자백을 한 정황과 이후 자책감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A씨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 죽으려고 한다"면서 "동지들한테 할 수 있는 길이 이 길뿐이라 생각한다"고 자살 시도 이유를 적었다.

다행히 당일 오후 6시 어머니에게 발견된 A씨는 병원에 이송됐다. 그 뒤 위세척을 받고 생명이 위급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까지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측은 "A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 그 뒤 검찰과 법원도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사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진술 잘하면 복직... 형사가 회유협박" 주장

5일 오전 크레인 3대에 컨테이너를 연결한 경찰특공대가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조립3,4팀 옥상에 진입해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5일 오전 크레인 3대에 컨테이너를 연결한 경찰특공대가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조립3,4팀 옥상에 진입해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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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A씨는 세 번에 걸쳐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최소 8시간에서 길게는 14시간까지 걸리는 장시간 조사였다.

유서에 따르면, 그를 조사한 경기경찰청 소속 C형사는 "말을 하면 빼주겠다, 증인을 쓰면 너 이름은 안 나온다"면서 허위진술을 요구했다.

C형사는 조사실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A씨가 화장실 갈 때나 담배를 피울 때마다 "더 불어라, 그래야 도와준다, 너 살아야 되지 않냐, 시원하게 불어라" 등의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담배 20개피를 다 피웠으니 (C형사가) 20번 정도는 회유 협박을 하는 놈"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A씨는 조합원 3명에 대해 진술을 했는데, 이에 대해 "대포 쏘는 걸 보지도 않은 제가 보았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내 진술서에 (나온) 3명의 진술은 거짓 진술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3명 외에도 새로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의 유서 내용은 그 같은 상황을 전하고 있다.

"또 이번에는 나보고 OOO형을 설득시켜 불게 하라, OOO도 살아야 되지 않냐, OO이가 대포를 만들었다 말해도 구속은 안 시킨다, 만들라고 시킨 놈들 잡으려고 한다, OO이형 OO를 설득시켜라 술 한 잔 하며 이야기를 해봐라."

"선풍기 소리도 헬기처럼 들린다"... 정신적 스트레스 호소

A씨는 경찰조사를 받기 전부터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애초 노사합의 하루 전인 지난 5일 농성장을 이탈한 것도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10일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경찰에게 병원 진단서를 제시하면서 조사 연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가족과 동료들은 A씨가 농성장에서 나온 이후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았으며, 경찰 조사로 심한 압박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동료 B씨는 "원래 몸이 좋던 A가 농성 이후 몸무게가 7~8㎏이나 빠졌고, 경찰 조사에 대해 '너무 힘들다'고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B씨 자신도 경찰조사 과정에서 "(진술 잘하면) 복직될 수 있도록 얘기 잘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A씨의 유서에는 "지금도 형사한테 전화가 온다, 심장이 또 뛰기 시작한다" "(자살하면) 이젠 더 이상 조사받으러 안 가도 되는구나" 등의 구절이 있어 경찰조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머리가 멍하고 심장이 두근거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선풍기 덜덜대는 소리도 헬기 소리 같이 들리고 에어컨 소리도 헬기 소리처럼 들립니다. 밥맛도 모르고 잠도 새벽에 2·3번씩 깨고 무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는 20일 경기도 송탄시내 어머니 집에서 일주일치 정신과 치료제 21봉을 한꺼번에 복용하고 쓰러졌다. 24일 현재 A씨는 일단 의식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기억이 다 돌아오지는 않은 상태. 후유증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도장공장 옥상으로 경찰헬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도장공장 옥상으로 경찰헬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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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측이 공조하고 있다는 증거"

금속노조는 "경찰 강압수사가 모든 조합원들을 겨냥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조합원들도 경찰에게 복직을 빌미로 한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권한에도 없는 '복직'을 거론한 것은 사측과의 공조를 반증하는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김갑수 쌍용차지부 보건부장은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는 조합원이 몇 명 더 있는데 경찰 수사를 받느라 제대로 진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경찰의 강압적 수사로 조합원들의 정신적 고통이 가중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경찰이 조합원들에 대해 반말과 폭언은 물론이고 진술이 마음에 안 들면 욕설을 하면서 '구속시키겠다' '긴급체포 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이는 경찰 훈령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협박죄·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면서 "이렇게 해서 얻은 진술은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경기경찰청에 공문을 발송해서 강압수사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면서 "경찰은 외부세력에 의해 쌍용차 조합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고 상상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짜맞추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쌍용차지부는 지난주부터 세 차례 사측과 실무협의를 벌였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끝난 뒤 쌍용차지부의 간부 69명이 무더기 구속됐으며, 농성에 참가한 비해고자들도 대기발령을 명령받은 상황이다. 박영태 관리인은 지난 18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하겠다, 노사협약 중 노조가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지부 측은 "사측이 노사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형사상 책임에 대해 선처하고 농성참가자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한 약속을 사측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한상균 지부장은 지난 13일부터 사측에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옥중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다.

[반론] 경기경찰청 "복직 약속은 어불성설"
경기경찰청은 24일 저녁 반론 보도자료를 내고 "해고자의 복직은 회사의 권한이므로 경찰에서 복직을 약속할 수도 없으며 약속한 사실도 없다"면서 "복직문제 등 노사간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하여 경찰이 '복직' 운운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대포 제작과 관련해 경찰이 허위자백을 강요했다는 조합원 주장에 대해서도 "대포제작자 K모씨가 대포를 제작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시험발사 장면까지 직접 목격한 목격자가 확보됐다"면서 "시험발사 현장 참관자에 불과한 대상자 A씨에게 거짓말을 강요할 필요성이 전무한 상태였다, A씨 역시 시연회 장면을 자연스럽게 진술하였으며 오히려 지인의 가담사실에 대해 괴로워하며 그의 선처를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조사대상 조합원들에게 변호사 접견이 거부된 사례가 전혀 없으며, 연행 당시 구속대상자 선정은 채증자료 등을 토대로 경찰 자체 결정한 것이지 사측과 공조한 사실 없다고 반론을 폈다.

 쌍용차노조 조합원 A씨 유서 전문
 경찰의 회유·협박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가 24일 공개됐다(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경찰의 회유·협박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유서가 24일 공개됐다(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내 생각을 적어봅니다. 머리가 멍하고 심장이 두근거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읍니다. 선풍기 덜덜대는 소리도 헬기 소리 같이 들리고 에어컨 소리도 헬기소리처럼 들립니다. 밥맞도 모르고 잠도 새벽에 2, 3번 정도 깨고 무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XXX 형사는 수시로 전화해서 XXX형한테 말해봤냐, 우리 3명이 만나 얘기를 할까, X달린 남자끼리 얘기 한번 하자. 동료를 팔아먹는 놈이 형사랑 3명이 술을 마실 수 있겠읍니까.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죽을려고 합니다. 그것만이 동지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XXX 형사한테 전화가 옵니다. 심장이 또 뛰기 시작합니다.

XXX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XXX이 XXX이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통화를 했다. 이젠 더 이상 조사 받으러 안 가도 되는구나. 내 담당형사가 XXX만 아니엇더라도 이럿게 하진 않았을텐데

사랑하는 동지들게

내가 동지를 팔아먹은 나쁜 놈입니다.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내 담당 형사는 경기경찰청 C형사('C 형사'는 원문이 아니라 노조 측의 표시)는 죽일 놈이다. 나 역시 죽일 놈이다. XXX 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 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내가 빼줄수 있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냐, 위에서 시킨 놈이 잘못이지, 그러니 말을 하면 빼주겠다, 증인을 스면 너 이름은 안 나온다,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

XXXXXXX을 팔아먹었습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대포 쏘는 걸 보지도 않은 내가 보았다는 거짓 진술을 한 것입니다. 내 작은 생각이 이럿게 큰 불화를 이르킬 줄은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습니다. XXXXXXX야, 정말 이만하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진술입니다.

XXX 형사는 건너집기 수사로 또 불어라, 넌 지금 30%밖에 안 불었다 그러면서 너가 더 말을 하지 않으면 이제 와서는 너를 도와줄 수 없다, 이런 개새끼가 어디 있읍니까. 나 역시 죽일 놈인데 X 형사도 죽일 놈입니다.

조사실에서는 가만 있다 화장실이나 담배 필 때마다 더 불어라, 그래야 도와준다, 너 살아야 되지 않냐, 시원하게 불어라. 오후 3시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담배 20 가치를 다 피웠으니 20번 정도는 회유 협박을 하는 놈입니다.

또 이번에는 나보고 XXX형을 설득키셔 불게 하라, XXX도 살아야 되지 않냐, XXX이가 대포를 만들었다 말해도 구속은 않시킨다, 만들라고 시킨 놈들 잡으려고 한다, XXX형을 설득시켜라,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해바라. 대포 쏘는 거, 만드는 거를 보지도 못한 나보고 XXX이 형을 설득시키라는 XXX 형사는 아주 쓰레기 같은 놈입니다.

내가 동지들한테 할 수 있는 길이 이길 뿐이라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09년 8월 20일 오후 3시
XXX


태그:#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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