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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등불을, 야스쿠니에 어둠을 -한중일 안티야스쿠니 촛불행동(이하 촛불행동)" 행사가 지난 7일과 8일 도쿄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란 주제로 한중 공동 걸개 그리기(폭8m 높이2m) 행사를 진행하고 10일 귀국한 민족문제연구소 윤국재 부천지부장을 만났다.

 

- 촛불행동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이번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촛불행동은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국제적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 한국,일본, 대만의 관련 단체가 만든 것이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입니다. 야스쿠니는 널리 알려진 대로 1급 전범 뿐만 아니라 강제로 끌려가 억울한 죽은 외국인의 위패도 함께 있는데 이를 '합사(合祀)'라고 합니다 야스쿠니는 유족에게는 아무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합사를 한 뒤 한.중국 유족의 취소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3번 째 촛불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측에서는  민족문제 연구소, 대학희망 소속 학생들과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사요나라'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이희자씨, 배우 권해효씨 등 100여 명의 참여하였고, 대만에서는 유명한 배우 출신인 가오찐 수메이 입법의원과 원주민 공연단이 참가 하였습니다.

 

지난 7 일 변호사 회관에서 국제 심포지움이 있었고  8일에는 우에노 수상공원 야외 음악당에서 1000여 명의 한중일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에 '2009 동아시아에서 야스쿠니를 본다' 라는 주제로 콘서트와 증언이 끝나고  우에노 수상 공원에서 오카치마치공원(御徒町公園)까지 촛불 행진을 했습니다. 9일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집단 학살 현장을 방문하고 10일 밤 귀국했습니다."

 

- 촛불 행동의 가장 큰 이슈는 야스쿠니에 안치된 위폐 합사 취소라고 알고 있습니다. 위폐 반환이 어려운 일이 아닐 듯 싶은데 일본이 22 년간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가오찐 수메이(高金素梅)  대만 국회의원의 야스쿠니 합사취소 요구에 야스쿠니 신사는 2007년 다음과 같은 공식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이해가 편할 것 같습니다. '당신네들의 조상은 이미 야스쿠니 신사의 신들과 하나의 불덩어리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영원히 떼어 놓을 수 없다' 라고 했습니다. 

 

야스쿠니의 위패는 개인이 아니라 전체가 모여 일본을  수호하는 하나의 신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니 위패를 절대로 내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야스쿠니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대만 유족의 요구대로 합사를 취소해버리고 싶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했을 경우 일본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신적 지배 체계가 위협 받기 때문에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부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야스쿠니에 합사되어 신으로 추앙받는데 오히려 영광스럽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논리대로라면 유족연금이나 보상 문제가 일본인과 동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인과 대만인은 그런 보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죽어서도 차별은 여전한 것입니다."

 

 

- 지난 6일자 본지에서  한·중·일 공동 걸개그리기 일본 출발에 앞서 보도했습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행사 기획 의도를 말씀해주시고  진행과정을 소개해주세요.

"걸개그림은 '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라 주제로  한일 학생들의 그림을 이메일로 받아 편집하여 한국에서 스케치를 하고 촛불행동 문화공연에 참가한 사람들이 안티야스쿠니 행사에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립보다 양심적 일본의 시민들과 연대하여 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사정상 대만 학생들의 그림을 받지 못해 올해는 한일 학생들의 작품만으로 만들어졌습니다만 내년에는 3개국 학생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중국에서 참가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 그림이 짧은 시간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천황 폐지, 전쟁반대, 평화헌법 수호란 메시지를  넣었고 대만인들은 환아조령(還我祖靈) 즉 우리 조상의 영혼을 돌려달라 는 말을 적어 넣었습니다.행사에 참가한 사람들과  일본과 대만의 언론에서도 걸개에 대한 취재를 많이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그림과 직접 참여하는 행사라는데 관심이 높았습니다."

 

- 이번 행사에서 가와시키 시청 공무원인 오다기리 마사타케(小田切 督剛·41)씨를 만났다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행사장에서 잠시 만났는데 가와사끼시 의원의 역사 왜곡 망언이 있어 공무원노조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료집을 받았는데 아직 다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야스쿠니 반대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근본을 부정하는 대단히 불경스러운 일로 생각하지요. 우익의 테러 대상이 될 수 있구요. 그런데도 꿋꿋하게 행동하는 오다기리씨를 보면 대단히 용기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다기리씨는 가와사키시 공무원으로 재직 중 한·일 간 역사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으며 1999년 교환공무원으로 1년간 부천시에 근무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민간교류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부천과 일본을 오가며  남북한 평화통일과 재일 한국인의 인권,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정신대 문제에  등에 대하여 자신도 일본이지만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 행사에 우익들의 위협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떠했습니까?

"우익들은 행사장 주변을 돌며 고성능 방송용 차량으로 선전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노골적이고 원색적으로 욕이었는데 말로 옮기기조차 민망할 정도입니다. 9일 대만측의 행사장 주변에서는 '조선놈과 중국놈들 뼈를 발라 죽이겠다, 너희 어머니(정신대)는 돈 벌러 온 창녀 아니냐 ' 이런 섬뜩한 구호와  모욕적인 말을 했습니다.

 

특히 촛불 행진이 있었던 8일 저녁에는 우리가 지나가는 번화가인 오카치마치 사거리에 집결해 있던 우익이 집결해서 '여기는 신성한 일본 땅이다. 조선인과 중국인들은 꺼져라' 며 방송을 했고. 한국 참가자와 물리적 충돌도 있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

 

- 마지막으로 행사에 참여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대만이나 중국의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관심에 비해 한국 언론과 정부는 그렇게 철저하게 무관심할 수 있는가를 실감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KBS 방송국을 비롯 여러 신문사 취재를 했는데 올해는 한국 언론에는 한 줄도 나지 않았더군요. 보수언론이야 그렇다 쳐도 진보적 언론조차 관심이 없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한국인 야스쿠니 합사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중국과 대만은 적극적으로 합사취소와 배상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 하고 있는데 반해 이 정부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우익은 민족주의적 사고가 강한데 한국 극우세력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일본 우익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극우 세력을 기반으로  구성된 현 정부는 야스쿠니 합사 문제에 대해 야스크니에 합사된 유족의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은근히 일본 우익 주장에 심정적으로는 동조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답답할 따름입니다.

 

 

지난 번 극우단체의 역사교과서인 새역모의  후소사(扶桑社) 교과서가  일본시민단체의 반대로 극히 낮은 수준이었는데 반해  이번 지유사(自由社) 교과서는 상당한 채택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일본의 시민단체와 굳건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걸개의 주제인 '아시아의 평화와 연대' 는 그런 의미에서 정했습니다.

 

그림을 그려준 부천심원초등학교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습니다 사용한 걸개 그림은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 8월15일 부천시청에서 열리는 부천시민 통일문화제 다시 사용할 계획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티야스쿠니, #촛불행동, #윤국재, #민족문제연구소,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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