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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공부를 독특하게 한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연습장이 풀이 과정을 쓰면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녀석은 머리에서 풀이 과정을 다 저장한 후 답을 적는다. 아무리 네가 잘 풀어도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연습장에 쓰면서 풀이를 하라고 하지만 습관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결국 학교 시험에서 한 두 문제는 실수하는 일이 벌어진다.

머리에서 모든 과정을 다 풀어버리고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는 일 중 하나가 퍼즐과 레고를 하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퍼즐과 블록, 레고를 참 좋아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퍼즐 1000개를 하기도 했고, 레고로 다양한 모양을 만든다. 5학년이 된 지금도 레고로 작품을 만드는 일에 열심이다. 5학년이 아직도 레고를 하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재미있다고 한다.

레고로 비행기를 만들기 시작한 큰 아이
 레고로 비행기를 만들기 시작한 큰 아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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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아 아직도 레고가 재미있니?"
"재미있어요. 레고를 하면 정신이 집중돼요."
"너도 참 대단하다. 아빠는 지겨워서라도 하기 싫다."
"오늘은 무엇 만드는데?"
"비행기 만들어요? 비행기 3대를 도킹 시킬 거예요?"
"도킹? 도킹은 우주선이 우주에서 서로 결합되는 것을 말하는데?"
"꼭 우주선만 도킹해요, 내가 도킹이라고 이름붙이면 도킹이지."

옆에 있던 딸이 아빠와 오빠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시샘이 나던지 종류별로 나누어 놓았던 레고 조각을 그만 합쳐버렸다. 이 녀석은 아빠가 자기를 한없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서헌이 너 왜 그래! 오빠가 레고를 하면 가만히 지켜보면 되잖아."
"엄마, 왜 오빠만 편들어요. 오빠가 내가 만들려고 하면 레고를 빼앗아가요. 빼앗갈뿐만 아니라 망가뜨려요."
"그래도 오빠가 다 만들고 나서 네가 하면 되잖아."

아내가 한 마디 하자 그만 삐죽삐죽하면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우리 예쁜 아이 서헌이 눈에 눈물이 뚝뚝 덜어지네. 인헌아 서헌이하고 같이해라."
"아빠 서헌이가 하면 레고가 모자란단 말이예요. 저것보세요 모양별로 모아 놓은 것 다 섞어버렸어요."
"서헌이 너 나중에 모양별로 다시 모아놓아라. 알겠어. 그래 너는 무엇을 만들려고?"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이요."

오빠처럼 만들어 보라는 말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얼굴이 금방 웃는 얼굴이 되어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막둥이도 형과 누나가 만들자 따라했다. 무엇을 만드는지 열심이다. 먼저 하는 일이 없고, 형이 하면 따라하는 성격이라 형이 칭찬받으면 반드시 하고 만다.

1시간 이상을 비행기 만드는 일에 집중하더니 이제 작품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모습을 보면서 가슴 뿌듯한 모양이다.

비행기 3대를 결합시킨 완성품
 비행기 3대를 결합시킨 완성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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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비행기 3대가 어떻게 도킹을 했을까?"
"생각보다 잘 안 됐어요?"
"잘 만들었어. 그래 자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야 발전을 하지. 무엇이든지 교만하면 안 돼. 너 수학을 머리에서 다 풀어버리지."
"레고 하는데 또 수학이예요. 앞으로 연습하면 되잖아요."

오빠가 다 만들어 아빠에게 자랑을 하자 서헌이는 바쁘다. 하지만 레고를 좋아하지 않았고, 만드는 일 자체를 싫어하니 잘 될릴가 없다.

자기 집을 만들었다는 딸,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집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집을 만들었다는 딸,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집이라고 할 수 없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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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도 만들었어요."
"그래 우리 서헌이 네가 앞으로 살 집을 만든다고 했지. 어디 잘 만들었나 한 번 보자."
"아빠 잘 만들었지요, 우리도 앞으로 이런 집에서 살아요."

"이것을 집이라고 만들었어?"
"응"
"그래 잘 만들었다."

만드는 재주가 없어도 이것을 집이라고 만들었까? 생각했지만 딸이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막둥이도 마무리가 되었다.

전투기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막둥이
 전투기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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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는 아직 안 만들었어?"
"다 만들었어요."

"무엇을 만들었는데"
"막둥이 무엇을 만들었는데?"
"전투기 자동차요!"
"전투기 자동차가 있어? 아빠가 보기에는 카메리가 달린 자동차가 같은데!"
"아니예요 전투기 자동차예요. 내가 만들면 있어요. 떴다 떴다 자동차 날아라 내가 만든 자동차 멀리 멀리 날아라."

아이들이 만든 집·전투기자동차·비행기 레고 작품을 보면서 더운 여름밤을 보내는 일은 즐겁다. 잘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기가 만들고 싶었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좋은 일이다. 앞으로 레고가 아니라 집과 자동차, 비행기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맨 왼쪽 딸이 만든 집, 가운데 막둥이가 만든 전투기 자동차. 오른쪽 비행기 3대를 결합시킨 큰 아이 작품
 맨 왼쪽 딸이 만든 집, 가운데 막둥이가 만든 전투기 자동차. 오른쪽 비행기 3대를 결합시킨 큰 아이 작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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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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