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산업화시대만 해도 경제와 환경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환경을 따지다보면 경제발전이 저해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경제발전을 위한 환경피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온 것이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에 진입하고, 환경과 경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자, 이제는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잡는 새로운 정책기조가 탄생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 우리나라의 국시(國是)인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위원회 로고
 녹색성장위원회 로고
ⓒ 녹색성장위원회

관련사진보기


녹색성장에서 경제와 환경은 더 이상 이율배반의 관계에 있지 않다. 오히려 환경을 생각하는 에너지 절약적인 산업구조로의 변화를 통하여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녹색기술 등 새로운 개념의 경제발전을 통하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즉 경제와 환경이 서로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녹색성장이다.

더구나 이 같은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우리나라가 조기에 녹색성장 구조를 정착시킨다면 세계시장 진출 및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확보 등 선진국가를 향한 초석이 될 것이다.

녹색성장의 개념
 녹색성장의 개념
ⓒ 녹색성장위원회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 같은 녹색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녹색교통체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입된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교통, 운송부문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교통혼잡은 '교통혼잡비용'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지출시켜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탄소 녹색성장은 요원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교통체계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을 꼽아보면 3개를 들 수 있다. 우선 첫째는 교통수단의 동력을 전기로 전환하는 것이다.

철도의 전철화: 선로 상부에 전차선을 설치
 철도의 전철화: 선로 상부에 전차선을 설치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도로 교통의 경우, 전기만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나 전기를 보조동력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철도 같은 대중교통을 전기동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반 자동차는 기술의 성숙도나 기반시설의 보완 등에 있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철도의 전기화는 지금 기술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철도는 90년대만 해도 산업철도를 제외하고는 전철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지만, 2004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차츰 많은 노선들이 전철화가 되고 있다.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은 노선에는 객차를 끄는 디젤기관차나 동력과 객실이 일체화된 디젤동차가 운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 차량은 운행에 많은 연료비가 들며, 동력장치인 디젤기관에서는 소음과 진동, 매연이 발생한다. 따라서 철도를 비전철로 운용하는 것은, 연료비용, 환경오염, 환경오염에 따른 철도연선 주민들과의 마찰 등 많은 측면에서 경제적이지가 않았다.

(좌)디젤기관차 (우)전기기관차
 (좌)디젤기관차 (우)전기기관차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선로 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을 설치하고, 전차선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를 설치하는 전철화 사업을 시행할 경우, 전기차량을 운행시킬 수 있다. 객차를 디젤기관차 대신 전기기관차가 끌게 되면, 동력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게 되며 진동과 소음이 줄어든다. 매연은 아예 없어지게 된다.

특히 전철화를 하면 중단거리에서 대량 수송을 할 수 있는 전기동차(전동차)가 운행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에 따라 해당 노선이 수도권전철에 편입되어 대도시권 주민들의 통근통학과 지역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 7월 1일에는 오랫동안 단선 비전철로 남아 있던, 경의선 철도가 복선전철화되어 수도권전철에 편입되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시끄러운 디젤동차 대신 조용한 전동차가 운행되어, 주민들은 더욱 편리한 교통망의 혜택을 얻고, 철도운영사업자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동력비 절감과 수입증대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7월 1일부터 경의선에 운행을 시작한 전동차
 7월 1일부터 경의선에 운행을 시작한 전동차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이같이 철도의 전철화는 녹색성장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철도를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 국토를 녹색화할 수 있으며, 승객과 운영자가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지역발전을 견인함으로써 국가경제에까지 이바지하는 일석삼조가 가능한 것이다.

녹색교통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친환경적인 지선교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지하철, 고속도로 등 대규모 사업 위주의 간선교통체계에 집중해 온 경향이 있다. 교통SOC가 선진국에 비해 절대 부족했기 때문에, 우선 대용량 장거리의 간선기능 기간교통망을 서둘러 확보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망은 간선기능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동성 중심의 간선은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간선에 연결해주는 지선교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선교통은 재정과 전문성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담하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이지 않으며 녹색교통체계에도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의 중형 지선버스들은 친환경적인 압축천연가스(CNG)차량이 간선버스보다 적으며, 승객들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도 거의 없다. 차량자체도 부족하여 간선버스에 비해 배차시간이 크게 벌어지며, 대도시 외곽 위성도시에만 나가봐도 30~40분 이상의 터무니없는 배차시간을 가진 지선버스들도 많다.

서울시의 지선버스
 서울시의 지선버스
ⓒ 서울시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집에서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우선 지선교통수단으로 간선교통수단에 도착한 뒤, 간선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지선교통이 불편하면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처음 이용할 때부터 불편을 느끼게 된다. 결국 간선교통이 아무리 편리해도 대중교통 전체가 불편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중교통의 수단분담률을 높이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교통혼잡비용을 줄여 녹색성장을 이루는 것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부 단위에서 지선교통에 관심을 갖고 꾸준한 개선과 투자를 해야 한다. CNG 저상 중형버스 같은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이 필요하며, 지선교통체계를 노면전차같은 무공해 체제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현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국토해양부의 국책사업으로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바이모달 트램'같은 신개념의 중저밀도 교통수단도 중요하다. 이 같은 중저밀도 교통수단은 기존 대용량 교통수단인 철도나 전철의 지선교통수단으로 큰 몫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세상에 없던 신개념의 교통수단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개발해내어 우리나라의 교통체계도 개선하고, 세계시장에 수출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잡는 녹색성장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바이모달트램'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바이모달트램'
ⓒ 한국화이바

관련사진보기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녹색교통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대중교통중심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사실 교통혼잡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교통량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모든 업무가 해결된다면 굳이 자가용을 끌고 멀리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을 한 지점으로 집중시키고, 이곳을 중심으로 압축적인 개발을 시행할 경우, 불필요한 자가용 교통량을 크게 줄일 수가 있다. 이 같은 정책을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지향형 개발)이라고 부르며, 현대 도시계획의 트렌드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왔다.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자족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출퇴근시간마다 대량의 교통량이 발생했고, 철도역과 버스터미널을 따로 건설하여 대중교통간의 환승을 어렵게 했다. 철도역은 저층 건물로 건설하면서 신설되는 고층빌딩은 역에서 떨어뜨려 놓는 경우도 흔했다. 모두 교통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개발이 교통량을 줄일 수 있다 (좌)용산 역세권 개발 조감도 (우)서울역 역세권 개발 조감도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개발이 교통량을 줄일 수 있다 (좌)용산 역세권 개발 조감도 (우)서울역 역세권 개발 조감도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애초에 교통량 발생을 줄여,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라도 대중교통을 중심에 둔 새로운 개념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는 국책연구소인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안한 'KTX 역세권 특성화 개발방안'을 받아들여, 각 도시의 KTX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중심 개발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선 KTX역사를, 고속철도는 물론이고 일반철도, 지하철, 경전철, 버스, 자전거,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을 갈아탈 수 있는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하여 대중교통 이용편의를 극대화하게 된다. 또한 1차 역세권인 고속철도 역사 반경 500m(도보 5분) 안쪽은 자가용 교통을 억제하는 대중교통 중심지구로 개발하여, 교통혼잡이 없는 쾌적한 생활공간이 되도록 한다. 역에서 가장 가까운 만큼 고밀도의 효율 높은 업무지구가 되는 것이다.

KTX역세권 개발의 구조
 KTX역세권 개발의 구조
ⓒ 한국교통연구원

관련사진보기


이외에도 도보 10분 이내인 반경 1km 지역은 주거기능중심의 중고밀 복합개발이 시행되며, 대중교통으로 10분 권역인 반경 3km 이내 지역은 중저밀 주거 및 신산업 기능을 하게 된다. 이 계획의 핵심은 역으로 가까이 갈수록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교통량이 감소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즉 도시계획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교통량을 줄이고,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의 녹색교통체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교토의정서, 탄소배출권 등 환경이 돈이 되는 시대에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현재 국가적으로도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국가의 교통체계를 효율적인 녹색교통체계로 바꾸어나간다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녹색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http://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녹색교통, #녹색성장, #공공교통, #교통, #철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에 관심많은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