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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가지고 있던 소망이 백두산에 가보는 것이었다. 그 것은 우리 민족의 발원지가 백두산이고 아내가 집 안방에 크게 표구해서 걸어놓은 천지사진, 그 사진속의 백두산을 내 발로 직접 밟아 보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올 여름에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광주의 노스페이스 산악회에서 3박 4일로 백두산을 간다는 것이다. 다른 백두산 관광처럼 천지만 달랑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여행 둘째 날에 서파 5호 경계비부터 시작하여 청석봉, 백운봉, 녹명봉, 차일봉을 거쳐서 북파 쪽으로 내려오는 10시간의 트레킹과 셋째 날에 천문봉을 거쳐 절벽봉, 화구벽 천지물가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내 마음에 맞았다. 

 

7월 25일 토요일에 우리 일행은 무안공항을 출발하여 연길로 향했다. 약 2시간의 비행기를 타니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수도 연길에 이른다. 비행기 창 아래로 보이는 풍경들이 가슴을 뛰게 했다. 올망졸망한 산들하며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불구불 휘어 도는 이름 모를 강들이 낮선 곳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우리 일행은 연길에서 저녁을 먹고 백두산 가까이 있는 도시 이도백하로 이동하였다. 한국에서 네 시간이면 광주에서 서울 가는 거리로 무척이나 지루할 텐데 가이드말로는 중국에서 네 시간은 옆 동네 잠깐 놀러가는 것이라나. 

 

7월 26일 일요일, 우리는 중국시간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서파 산문으로 향했다. 아침 버스는 백두산 가는 길의 끝없는 자작나무 숲을 달렸다. 서파 산문에는 백두산 천지를 보러 온 중국인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중국인들 말은 악센트가 높아 싸우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주차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북한과 경계인 5호경계비까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 5호 경계비에 이르니 발아래 안개에 뒤덮인 천지가 물가로 희미하게 보인다. 비록 안개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얼마나 보고 싶었던 천지는 아름다운 자태를 쉽게 보여주지 않고 안개로 깊게 감추고 있었다. 안개가 낀 천지는 저 가운데 어디쯤에서 천지에 산다는 시커먼 괴물이 곧 솟아오를 것만 같이 신비감을 자아내게 했다.

 

우리 일행은 5호경계비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저 아래로는 백두산의 광활한 평원이 길게 펼쳐져 있다. 우리 일행은 천지를 옆으로 끼고 천지둘레의 중국 측 봉우리를 감아서 돌았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때 묻지 않은 시골처녀처럼 부끄럽게 살포시 미소 짓고 있었다.

 

일행들이 환호를 질렀다. 그래서 천지 쪽을 보니 안개가 걷히고 천지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저 자연의 위대함이여. 신이여 이 아름다운 자연을 빚은 당신은 위대하십니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천지는 점점 확연하게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호수는 웅장하고 장엄했다.  

 

고산화원으로 내려왔다. 노오란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천지에서 내려오는 물에 세수를 했다. 어찌나 차가운지 손을 물에 오래 담글 수가 없다. 우리 일행들은 물을 물병에 담아서 마시기도 했다.   백두산의 중국 측 봉우리 중 가장 높다는 백운봉을 향해 올랐다. 오르다보니 너덜경지대다. 백두산 트레킹에서 가장 힘든 코스가 백운봉 등정이다. 정말 힘겹게 한 발짝 한 발짝 올랐다. 가이드가 여기만 오르면 힘든 곳이 없다고 안심을 시켰다.

 

백두산은 쉽게 자기를 내어주지를 않았다. 내가 제일 꼴찌를 했는데 백운봉에 오르니 일행들은 이미 점심을 하고 있었다.   차일봉, 녹명봉을 지나 소천지 쪽으로 하산을 했다. 아침부터 트레킹 내내 조용하던 하늘이 갑자기 번개가 우르릉 친다. 그러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 누가 외쳤다.   "쌍무지개가 떳다."   그 쪽을 바라보니 무지개가 우리를 향해서 반원을 그리고 있다. 내 평생 무지개는 보았어도 똑 같은 무지개가 대칭을 이룬 쌍무지개는 처음 보았다. 쌍무지개는 영롱하게 우리를 환영한다는 듯이 아치형을 그리고 있었다.

 

7월 27일 월요일, 북파에서 천문봉까지 5명이 타는 짚차로 이동을 했다. 천문봉에 오르니 천지가 안개 한 점 없이 맑게 보였다. 그야말로 천지의 물빛은 에메랄드빛이다. 관광객들도 환호성을 질러 데었다. 가이드 말이 백두산이 기상변화가 변화무쌍하고 이렇게 맑은 날이 많지 않다면서 평소에 심덕을 많이 쌓은 분들이라 백두산 신령님이 문을 열어 준 것이라는 것이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서 천지물 속에도 뭉게구름이 있는 하늘이 있다. 백두산 천지와 하늘이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천지의 장엄한 풍경에서 발 길이 떨어지지 않는 데 가이드는 다음 일정 때문에 한사코 재촉을 해댄다.  

 

우리는 천지로 들어가는 길로 내려섰다. 천지의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급경사여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분화구 안에 들어가서 천지를 바라보니 천지는 바다처럼 보인다. 산의 정상에 호수가 있고 이 물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빗물로만 충당된다면 가뭄에는 다 말라버렸을 터인데 가뭄에도 일정수량의 물이 유지되는 것을 보면 지하수가 나온다는 말이다.   등산화를 벋고 천지 안으로 들어갔다. 엄청나게 차갑다.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아서 오래 있다가는 동상에 걸릴 지경이다.

 

장백폭포 쪽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백두산 천지물이 장백폭포를 경유하여 송화강을 이룬다고 한다. 장백폭포는 백두산의 또 하나의 경관이었다. 물빛은 길고 넓게 떨어지며 아래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있었다.

 

이 번 3박4일의 백두산 여행에서 나는 자연의 위대함의 극치를 본 듯싶다. 어떤 다른 것들도 백두산 천지만큼 감동을 줄 수 잇을 것 같지 않다. 금강산이 아름답고 섬세한 여인의 이미지라면 백두산은 웅장하고 광활한 남성의 모습이었다. 이 번 백두산의 16개 봉우리 중 중국 측 9개봉만 등산을 하고 북한 측의 7개봉은 가보지를 못해서 못내 아쉬웠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서 북쪽의 7개 봉우리마저 등반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올 여름을 시원하게 에 응모합니다


태그:#천지,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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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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