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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 99%가 입점규제 반대?

 

유통재벌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 진출로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발생한 갈등이 지역 주민들의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삼성테스크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에 대해 7월 27일 '개점 일시정지' 권고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입점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운동이 마무리되면 이를 토대로 중기청에 개점을 촉구할 방침이다.

 

개점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개점을 규제하는 것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점하려는 업체를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나서서 저지하는 것은 부당한 행위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했다.

 

갈산점 예정지 인근 A아파트단지 부녀회 관계자 K씨는 "현재 주민들로부터 (개점) 찬성 동의서를 받고 있다. 현재 60%가량 진행했는데 대부분 찬성에 동감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일반가게는 카드도 안 받고 불친절하다. 이마트를 이용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오면 편해진다. 아파트 단지 안에 상점가가 있어야 하는데 왜 데모 하나?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아파트는 인접한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달리 슈퍼마켓이 없어 불편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K씨는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인근 이마트를 이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서면 거기까지 가는 불편이 사라져 주민들이 거는 기대가 컸다"며 "주민 99%가 입점을 규제하는 것에 반대한다. 소비자들이 값싸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씨의 주장대로 주민들의 99%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부녀회 관계자 G씨는 "의견이 분분하다. 반대하는 분들도 있고, 찬성하는 분도 있다. 상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 다만 동네가 어수선하니 마음은 편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가 7월 25일 최근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SSM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75.8%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은 20.5%에 불과했다.

 

또 다른 B아파트 부녀회 관계자 Y씨는 "10여 년 전만해도 인근에 갈산시장이 있었으나 이마트가 들어서면서 슈퍼는 폐업하고 갈산시장은 쇠락했다. 이제 좀 안정돼 소상인들이 살아보려 하는데 이 일이 터졌다"며 "유통시장을 대기업이 하나 둘 장악하면 나중에 그들이 가격을 다 결정할 것 아니냐? 프랑스에선 그래서 물가가 올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아파트는 (찬반이) 반반인 듯하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싼 물건을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으면 좋다. 그리고 A아파트는 마트가 없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물가가 올라 소비자가 손해"라며 "그곳 부녀회 회원들이 취직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점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집값을 거론한다. 개점을 저지하는 농성이 진행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아파트 부녀회 관계자 K씨는 "안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농성으로 더 떨어진다"며 "집값을 위해서라도 편의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신고 된 실거래 가격을 살펴보면 A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가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6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신고 된 아파트의 매매기준 실거래 가격(동일면적 107㎡ 기준)은 2006년 1분기 1억 8500만 원대를 형성했고 3분기를 지나면서 2억 원대에 진입했다.

 

그 뒤 지난해 2분기까지 꾸준히 상승해 작년 7월 2억 9500만 원대를 형성했다. 올해 들어 4월 2억6900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약 2억 7000만~8000만 원 내외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갈산택지가 약 6800세대에 달하는데 아파트 가격은 똑같이 움직인다. 집값 하락의 이유는 지난해 불어 닥친 세계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실물경기의 하락이다. 다만 큰 평수 아파트가 하락폭이 컸다"며 "대형마트도 아닌 SSM 입점이 집값 변동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경제 불황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 "독과점 초래해 지역경제 붕괴"

 

입점 찬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녀회 관계자 K씨는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상인과 시민단체의 '유통재벌의 독과점 피해 발생' 지적에 대해, "우린 가깝고 싸면 된다. 인접한 이마트와 비교해 더 싸고 좋으면 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경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마트와 비교해 보니 홈플러스가 싸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마트가 없는 불편 해소는 굳이 대기업의 SSM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떤 업체든 상관없다. 개인이어도 상관없다"며 "하지만 꼭 이마트보다 싸야하고 이마트와 경쟁이 되는 업체여야 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당연히 보장받아야한다. 그래서 더욱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가 필요하다. 유통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은 반드시 독과점을 초래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기반을 파탄낸다"며 "그러면 당장은 몰라도 얼마 안 있어 소비자 선택권은 오히려 침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유통산업이 재벌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국, 미국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수 국민들은 이 사태의 본질을 알기에 SSM 규제를 찬성하고 있다"며 "농성 첫날 누군가 찾아와 '대기업 들어오면 노후한 상가도 지원받아서 깔끔해지고 아파트도 단장하고 좋아질것'이라며 항의했다고 들었다. 유통재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갈등이다. 유통재벌이 이를 부추긴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SSM,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자영업자, #유통재벌,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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