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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배우는 재미로 살맛나는 세상에 푹 빠져 살고 있다. 1938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시기와 6.25동란을 거치며 피난길에 이리저리 전전하였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전학을 거듭하게 되고 결국 2학년 2학기를 다니다 전쟁 통에 학교를 그만둔 것이 공부는 전부였다.

 

이후에 서당(書堂)을 다니며 한학(漢學)을 조금 배웠을 뿐이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의지로 사설학원에서 중학교과정을 일 년 정도 배웠다. 그 학원을 일 년을 다니고 나니 학생이 없어 폐원되었다. 당시 나 뿐만 아니고 사회분위기가 부잣집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의 자녀가 아니고는 경제사정이. 가르칠 엄두도 못 낼 정도이었다. 그 후로 가정형편이 폈다 하더라도 시기를 놓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배운 것이 없으니 뜨뜻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이 어려운 환경 속에 나는 성실로 대신하며 자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에 회사생활을 원만히 할 수 있었다. 내가 살던 곳은 시골이라 별도로 학원이 있어 검정고시를 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후로 어여쁜 아가씨를 만나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의 졸업장 하나 없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우리부부가 자영업을 하다가. 1995년도에 일손을 놓았다. 이 년동안을 벌지 못하고 벌어놓은 돈을 쓰고 있다.

 

나는 금년에 72세 아내는 68세이다. 아내도 공부에 한(恨)이 되어 늦게라도 공부를 하자고 합의하고 둘이 성인학교를 찾았다, 학교를 찾으니 중학교를 입학하려면 초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아내만 학교 입학원서를 써내고 왔다. 아내는 당신은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하면서도 내심 좋아했다. 나는 내문제로 아내가 정신적 부담이 될 것 같아 다른 것을 배우겠으니 걱정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격려했다.

 

그리고는 나는 평소에 해 보고 싶은 게 사진과 문학 계통이었다. 사진은 이 년 전부터 디지털사진가 협회에서 사진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금년에 서울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이곳은 졸업장도 실력도 따지고. 묻지 않았다. 시(詩) 창작반과. 수필기초반에 등록을 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첫 강의를 듣는데 단어 하나하나가 생소하고 어려움이 느껴졌다. 어렵기는 하지만 내가 여기를 다니지 않으면 아내가 정신적 부담을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솔직히 물어보고 차근차근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가 머릿속에 담아지며 이해가 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옆에 짝꿍에게 물어가며 이해를 넓혀나간다.

 

아내가 학교를 안 다닐 때는. 평소 하루는 지루하고 짜증을 낼 정도로 무료하게 세월을 보냈다. 우리 두 부부는 무료함을 잊기 위해 봄에는 들나물을 뜯으러 산으로 들로 다녔다. 시간이 나는 대로 등산도 다녀봤으나 무료함을 잊기엔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학교를 다니며 명랑해졌고. 생활이 자신감에 넘쳐있다. 이제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깊어졌다. 학교를 갔다 오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13살 중학교 여학생같이 보인다. 칠십을 바라보는 아내의 생기 있는 생활이 우리부부의 행복을 더하는 것 같다.

 

아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구청에서 무료교육을 하는 컴퓨터 기초, 인터넷활용. 포토샵을 배우며 현대생활을 접하니 노년의 생활이 활기가 넘쳐흐른다.

 

어제는 구청교육장에서 포토샵 교육을 마치는 날이었다. 7월 30일은 아내도 여름방학을 주었다고 했다. 우리부부가 늦게라도 배움의 즐거움이 없었다면 아들 셋을 다 장가를 보내고 분가한 마당에 얼마나 쓸쓸했을까 생각이 든다.

 

인생의 행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것을 칠십을 넘어서야 깨달았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참으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장래를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가며 살아왔었다면 지난세월이 이렇게 후회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저와 아내가 늦게 살아가는 법을 배움에서 터덕하고 있습니다. 


태그:#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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