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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료진 5명은 27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으로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려 했지만, 사측에 의해 막혔다. 결국 의료진 없이 약품만 전달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료진 5명은 27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으로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려 했지만, 사측에 의해 막혔다. 결국 의료진 없이 약품만 전달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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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한 명만 들어가서 상처 소독만 해주고 나올게요! 잠깐만 들여보내 주세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현수미 약사는 2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호소했다. 하지만 그녀의 호소는 메아리로 그쳤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10여 명의 비해고 노동자들은 "(통행을) 전달 받은 바 없다"며 쇠로된 철문을 쾅 닫았다.

이어 철문은 쇠사슬로 묶였다. 그래서 5명의 인의협 관계자들은 정문에서 발이 묶였다. 결국 의사와 약사 없이 의약품만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인의협 관계자들이 약품 지원을 나선 건 노조 쪽의 요청 때문이다.

이창근 쌍용차 노동조합 기획부장은 "당뇨병 환자와 최루액으로 인한 피부 손상 등 환자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공장 안의 심각한 상황을 전달했다.

"상처 소독만 하고 나오겠다"... 철문에 막힌 의료진들의 호소

이날 공장 안으로 전달된 약품은 최루액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치료하는 소독약과 연고, 그리고 당뇨 치료제와 혈압약 등이다.

현수미 약사는 "공장 안에는 당뇨병, 혈압 환자 등이 다수 있다, 약품은 전달하고 있지만 약 2주 전부터 의사들 출입이 막혀 진료를 못하고 있다"며 "심각한 당뇨 환자는 제대로 진료를 못하면 발이나 손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직접 의사가 보고 진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사 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의사 진입이 막히자 해고자 가족들은 "싸움은 하더라도 아픈 사람은 치료해야 할 것 아니냐"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철문을 흔들며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비해고자들은 "점거자들 공장 밖으로 빨리 나오라고 하세요! 그럼 모든 게 다 잘 됩니다"라고 받아쳤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료진 5명은 27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으로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려 했지만, 사측에 의해 막혔다. 결국 의료진 없이 약품만 전달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료진 5명은 27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으로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려 했지만, 사측에 의해 막혔다. 결국 의료진 없이 약품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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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회사 쪽은 지난 24일 "인도주의 차원에서 의사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렇다면 왜 의사 공장 진입은 여전히 막혀 있는 것일까. 바로 사측이 "우리가 지정한 병원 의사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차기웅 쌍용차 홍보과장은 "평택에서 가장 큰 박애병원 의사들에게 공장 출입을 의뢰할 예정인데, 노조 쪽에서 뚜렷한 요청이 없다"며 "노조가 계속 인의협 의사들만 고집해서 그렇지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의사 출입을 허용할 예정이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조 쪽은 "우리는 언제든 어떤 의사든 출입을 환영한다, 사측은 말과 달리 의사들 출입을 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노사 양쪽의 견해 차이로 현재 쌍용차 공장 안은 의료 사각지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장 안의 물과 가스 공급이 끊긴 지 8일째에 접어들면서 노조원들은 "제대로 씻을 수도, 먹을 수도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공장 안은 한마디로 생지옥으로 보면 된다"며 "이 더운 여름날 물과 가스 공급이 끊겨 씻지도 못하는데,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물, 가스, 의료진 없는 평택 공장은 생지옥"

이 때문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이날 "쌍용차 파업 노동자는 단수 및 가스 공급 중단에 덧붙여 경찰에 의해 식량과 식수, 기타 생필품 반입이 통제되고 의약품 및 의료진 출입이 금지돼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들은 "음식물과 식수 반입이 차단돼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국가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다"며 "제네바 협약은 적군과 점령지 주민에게도 음식과 의약품은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자동차 사측과 비해고 노동자들은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에 항의하며 MBC를 비판하는 피켓을 평택 공장 정문 주변에 설치했다.
 쌍용자동차 사측과 비해고 노동자들은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에 항의하며 MBC를 비판하는 피켓을 평택 공장 정문 주변에 설치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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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들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소수의 노조 간부를 제외한 대다수는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자들도 아닌데 경찰은 공장 봉쇄를 통해 이들을 사실상 감옥에 갇힌 기결수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날도 의료진, 식수, 가스 공급이 중단된 쌍용차 공장 위로 헬기의 최루액 분사가 계속됐다.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 지붕 쪽에는 큰 글씨로 "대화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다 죽여라"라고 적혀 있다.

쌍용차 노사 중재 활동을 하고 있는 원유철 한나라당 의원과 송명호 평택시장은 이날 오후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파업을, 사측은 구조조정을 계획을 중단하고 공장을 가동한 다음 대화를 하자"는 중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중재안에 쌍용차 노사 모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비해고 노동자들은 이날 아침 정문 주변에 "노동조합 나팔수 MBC는 자폭하라" "의도된 기획보도 사태본질 왜곡한다"고 적힌 피켓을 설치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은 26일 밤 '지금 쌍용차 공장에선'을 보도했다. 비해고 노동자들과 사측은 이 프로그램을 "노조 편향적이다"며 비판하고 있다.

쌍용차 공장에는 의료진, 식수, 가스 공급이 중단됐지만 오해와 불신은 차고 넘친다.


태그:#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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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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