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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 꽃씨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투명한 모습으로 하늘로 향하고 있는 민들레 꽃씨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가는 곳을 정하지 않고 떠나는 용기가 부럽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지만 떠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아는 것은 결코 재미있는 일은 아니니까.

꽃씨
▲ 민들레 꽃씨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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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가 바라다 보이는 군산의 금강 하구 둑에는 민들레 꽃씨가 많았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가야 할 곳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민들레 꽃씨는 인생을 닮아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단 한 번뿐이기에 늘 가슴 설레는 것은 내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만약에 인생에 연습이 있고 되풀이 할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좀 더 완벽하게 살아갈 수는 있을지 몰라도 두근거리는 환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테니까.

영롱한 민들레 꽃씨를 바라보면서 떠남의 특권을 생각한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미래를 향해 떠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든지 힘을 낼 수 있지 않은가? 불확실한 내일이기에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되고, 삶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흥분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인생이 될 수 있다.

바다를 향해
▲ 꿈꾸는 열차 바다를 향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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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더 좋은 것 그리고 더 새로운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것은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 것을 얻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누구나 얻고자 하는 것을 그냥 얻을 수는 없다.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기에 그 것을 얻기 위하여 좀 더 바빠져야 하고 좀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성취하고자 하는 일이 힘들어지게 되면 불안해진다. 얻을 수 없지는 않을 것이란 두려움으로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기에 인생은 더욱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새들에게 있어서 둥지는 보금자리다. 알이었을 때에는 둥지는 생명 유지의 안식처다. 둥지가 없다면 알에서 깨어날 수가 없을 정도로 안온하고 포근한 곳이다. 그러나 이런 둥지에 영원히 안주해야 한다면 그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알에게 있어서 둥지는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지만 날개가 돋아나게 되면 달라지는 것이다.

노란 꿈
▲ 내일 노란 꿈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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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꽃씨처럼 미련 없이 둥지에서 떠나야 한다.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면 행복은 멀어지는 것이다. 새들에게 있어서 떠남도 마찬가지로 특권이다. 행복을 위한 권리이고 내일을 향한 무지개인 것이다. 떠나는 것인 어울림이고 더 좋은 것을 추구하기 위한 필연인 것이다. 떠나는 것을 머뭇거리게 되면 그만큼 행복은 멀어지는 것이다.

떠남은 나를 버릴 줄 아는 용기다. 나를 버림으로서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내일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나를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를 희생하고 헌신해야 새로운 내일이 열리는 것이다. 열리는 내일이 비록 어렵고 힘들어질지라도 그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주저하지 않고 떠나야 하는 것이다.

주저하지 않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민들레 꽃씨를 바라보면서 내일을 상상해본다. 하늘로 떠올라 보면 있는 모습 그대로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으리라. 얻은 것은 작아도 순간마다 느끼게 되는 감정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떠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민들레 꽃씨가 부럽기만 하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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