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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다채롭지만 또한 복잡한 격식을 갖춰 일식을 먹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아주 다채롭지만 또한 복잡한 격식을 갖춰 일식을 먹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수 있다.
ⓒ 마티아스 슈페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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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정부에서 나온 공익광고(관련기사 읽으시려면 클릭)에 대한 글을 쓴 뒤로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되물어보았다. 한국인들은 무례한가?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 공익광고의 최대 허점은 상황들을 너무 일반화 시켜 "한국인" 모두를 한데 묶어버린 점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역설하려 한다. 물론 내 글도 다소 일반화 하는 점이 있겠지만, 이번 글에선 실제 한국인들이 어떻다고 말하지 않고 내가 아는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중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럼 시작해 보자.

한국에 와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한국인들이 굉장히 정중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항상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많이 웃고, 지나칠 정도로 자주 사과를 하고, 낮고 조용한 소리로 이야기 하며, 예의 바른 말만 할 거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실제 고국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정말로 그런지 아직도 물어본다. 이 고정관념은 많은 서양인들의 머릿속에서 한국이 그다지 크게 차별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아 일본과 혼동함으로서 생긴 결과라고 하겠다.

이와 비교하여, 한국에 실제로 와봤거나 사는 많은 서양인들이 한국인들은 무례하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한국에 온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과 얘기하다가 이 주제가 나올 때면 아래 이야기 중 몇 개는 듣게되곤 한다.

밀치기-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릴 때 사람들이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실 대부분은 우연히 부딪히는 것보단 일부러 밀치는 경우가 많다(지하철에서 새치기 하는 것도 여기 넣겠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 사람들 뒤에 설 필요를 못 느끼는지 항상 맨 앞에 가서 선다. 빈 자리가 없어도 젊은 사람들을 쳐다보고 일어날 때까지 짜증난 소리를 내기만 하면 자리를 내준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쳐다보기- 내가 사는 곳에서 아이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을 응시하지 않도록 배운다. 특히 실제로 달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 처음 한국에 온 이래로 이 부분은 아주 많이 개선되었지만, 전철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될 때가 가끔 있다. 처음엔 인기인이 된 것 같다가, 좀 특별한 기분이 들다가, 나중엔 결국 내가 뭐 이상한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소리지르기- 다툼이 생기면 한국에서는 다 자란 성인 남성(은행이건, 경찰서건, 병원, 음식점이든 가리지 않고)이라 할지라도 소리를 지른다. 여기서 소리라는 것은 진짜 고함을 지른다는 말이다. 그럴 땐 두 어른이 "논쟁"을 한다기보다 두 남자 아이가 서로 먼저 맘에드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고 다투는 광경을 보는 듯 하다.

술마시기- 주중 어떤 날 저녁이든 어디서나 나이든 남자들이(그리고 당연히 학생들도) 붉은 얼굴을 해서는, 비틀거리고 큰 소리를 내며 대부분의 서양 기준으론 공공장소에서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수준을 넘도록 취한 것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어떤 면에선 이런 점들이 짜증나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표면적인 관측에 기준하여 한국인들이 무례한지 정중한지 하는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 그건 어쩌면 내가 한국을 알게 된 특별한 방법 때문일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나는 처음에 길과 지하철 역을 가득 메운 이름 모를 사람들 속을 헤매는 완벽한 이방인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손님으로 친구의 식구들과 함께 살았다. 그래서 아마 한국인들을 더 잘 이해하고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다.

위에 언급됐던 일본과 비교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일본은 굉장히 의례를 중시하는 나라로,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특별한 룰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밥에 간장을 부으면(정말 하면 안되는 행동), 일본인 동료나 친구들은 항상 "일본에선 밥을 그렇게 먹으면 안돼요"라고 말하곤 했다. 다음 날 신경쓰지 않고 또 같은 행동을 하면 정확하게 똑같이 "일본에선 밥을 그렇게 먹으면 안돼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같이 식사를 했는데 처음에 내 젓가락질은 정말로 서툴렀다. 그래서 저녁 반찬으로 콩장(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이 나왔을 때 숟가락으로 퍼먹으려고 했다. 친구 아버지가 재빨리 "한국에선 반찬을 먹을 때 숟가락이 아니라 젓가락을 쓴단다"라고 조언해 주셨다. 다음날, 또 짜증이 난 나머지 숟가락으로 멸치를 푸다가 걸리자 이번엔 이런 말을 듣게 됐다.

"이 친구 보게나! 왜 그래? 그렇게 하는거 아닌 줄 아는 애가!"

내가 손님이고 외국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이야기가 무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이 일은 날 굉장히 행복하게 했는데, 왜냐면 내가 솔직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었고, 또한 그 순간 친구의 아버지에겐 내가 한국의 저녁식탁에 앉은 외국인이 아니라, 그냥 식탁 예절이 나쁜 한 명의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로 전철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괜찮아지지 않겠지만, 나는 무례하거나 예의 바르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전철에서 부딪히는 등의 표면적인 일들 이상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 이야기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예의 바르게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직한 관계를 맺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나에겐 친구 아버지의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을 때 "무례하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한국인, #예절, #무례, #손님,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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