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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가워 그러는 것이든 헤어져서 아쉬워 그런 것이든, 89일간 도쿄 여행을 다녀온 지은이 김소영씨와 사정이 다른 나다. 그렇다보니, 나는 아무래도 무작정 '안녕, 도쿄'를 주억거릴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어딘가에 나와 조금은 관계가 있는 '친척'이 있다는 것 때문에 '하이', '아리가또', '스미마셍', '아, 소우데스까' 등등 뚝뚝 끊어지는 말들을 읊어댄다.

 

도쿄에 가면 뭐부터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은 아예 접어두고 <안녕! 도쿄>(넥서스 펴냄, 2009)를 스스슥 들춰본다. 그러다 문득 손에 여유를 준다. 사람들을 보며 느낀 점들을 적어내려 간 곳에서 잠시 머물고 세월을 거슬러 그대로 머문 것 같은 사진 한 장에 또 잠시 머물기도 한다. 나도 같이 어렴풋하게나마 도쿄를 살펴본다.

 

일부러 학원에 가 현지 일본어를 배우면서 사람들을 사귀고 짬짬이 시간을 내어 도쿄와 인근 지역을 다닌 지은이. 여행객이기보다는 잠시나마 '현지인'이 되고 싶어 했단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내겐 아직 먼 이야기. 그나저나, 도쿄에 가면 나는 제일 먼저 무엇을 하게 될까 괜스레 고민스럽다.

 

바다 건너 구름 지나 간 일본, '일본인'을 다시 보다?

 

지은이는 썩 괜찮은 삶을 훌훌 벗어던지고 일본으로 날아갔다. 구름 타고 날아가든 파도 타고 건너가든 그다지 멀지 않은 일본인데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기간인 90일에서 비상시를 대비한 하루를 뺀 89일을 지은이는 일본 여행에 내놓았다. 머물 기간, 머물 집, 예상 생활비를 꼭 미리 따져볼 목록으로 삼고 나름대로 잘 준비하여 일본으로 건너간 뒤, 그녀는 '도쿄에서 생활하기'(2부)에 들어갔다.

 

여섯 토막으로 나뉜 도쿄 여행 이야기지만 그냥 거기서 살던 모습대로 담아낸 일기장 같다. 이 일기장을 넘겨 볼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자세히 써놓았다고나 할까. 여하튼, '안녕'이라는 인사말 길게 할 것도 없이 시작한 일본 생활은 자연스레 일본인 특성, 일본 사회 특징을 온몸으로 배우는 경험들로 이어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날씨가 흐려서 후지산 머리 부근을 구름이 가리고 있었다. 그때 미키 언니 신랑이 "오늘은 좀 엄격하시네. 잘 안 보여주시네"라고 말하며 후지산을 바라보았다. 일본인들에게 후지산은 신적인 존재라,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마치 신을 대하듯 인격을 넣어 표현을 했다. '날이 흐려서 잘 안 보이네'가 아니라 '까다로우시네', '엄격하시네'라는 표현을 썼다."(같은 책, 152)

 

꼭 일본에 가지 않아도 이제는 대부분 알게 되는 것 한 가지를 예로 들자면 '스미마셍'을 들 수 있겠다. 뭐가 그리 죄송하고 부끄러운지 쉼 없이 쏟아내는 '스미마셍'은 듣는 한국인을 조금은 답답하게 할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살짝 스쳐지나야만 하는 곳을 지나다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서 날카롭고 무서운 눈빛을 받아내야만 했던 경험을 풀어내는 지은이는 아무래도 요 '스미마셍'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 덕에 이 한 마디가 일본 사회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나 역시 새삼 확인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간에 일본에서 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온 사람이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나 가장 많이 말하고 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스미마셍'이다. '스미마셍'의 용도는 아주 다양해서 일본어 시간에 배운 '미안합니다'의 의미는 실제로 사용되는 '스미마셍'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길을 가다가 앞에 가는 사람을 먼저 앞질러 걸어야 할 때도 '스미마셍', 누군가에게  길을 물으려고 불러 세울 때도 '스미마셍', 지하철에서 내가 자리를 양보받을 때도 '스미마셍', 식당에서 점원을 부를 때도 '스미마셍'이다. 일본인들이 친절하고 양보 정신이 뛰어난 이유는 바로 이 '스미마셍 스피릿' 때문이 아닐까 싶다."(같은 책, 173-174)

 

3개월 정도라도 여행 가는 것이 아니라 살러 간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발을 디뎠다지만 그래도 여행은 여행. 그렇다보니, 책으로 엮어져 나올 일본 이야기를 접할 독자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를 실어야 했을 터다. 택배 이용하는 법, 수요일에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레이디스 데이' 활용하는 법, 알아두면 좋은 여러 홈페이지 등 생활 정보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사진은 책 내용을 담은 것이라기보다 '일본은 이렇답니다'라고 말하기 위한 그림 언어처럼 보인다.

 

"그 이후 다시 일본을 찾았을 때는 그렇게 짧게 입는 아이도, 정상적으로 입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하라주쿠나 시부야 등에서는 짧게 입을지 몰라도  주택가 근처에 오면 또 평범하게 입은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역시 관광객의 눈으로 바라보고 일반화해 버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안녕! 도쿄>, 144)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리 외국인 위치에서 여행 목적으로 왔다 해도 그저 여행객 시선으로만 그곳을 바라보아선 안 된다는 단순하고도 꼭 필요한 태도. 경험으로 그것을 배워 귀띔해주는 말이 특히 맘에 남는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일본인 생활 방식을 답답하면서도 돌아와서는 다시 가리라 다짐하는 지은이를 보자니 나야 뭐라 해 줄 말은 없다. 워낙 조용하게 사는 이들이라 지은이 역시 조용하고 조심스런 삶에 익숙해졌는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거나 조금 낯선 일본이다. 그래도 뭔가 한 마디 해보라면 다음 여행에서는 도회지를 벗어나 흙냄새 나는 동네를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거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곳곳에 좀 더 많이 숨겨두면 좋겠거니 싶다. 일본, 도쿄, '가깝고도 먼 나라' 어디든 내겐 아직은 꽤나 멀다.

덧붙이는 글 | <안녕! 도쿄> 김소영 지음. 넥서스 펴냄. 2009.5. 1만3천5백원

이 서평은 '리더스가이드'에도 싣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안녕! 도쿄 - 내 맘대로 살아보기! three momths in Toyko

김소영 지음, 넥서스BOOKS(2009)


태그:#안녕! 도쿄, #도쿄, #일본, #여행,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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