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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영의 손에 이끌려 네일샵에 들어가는 크라운J. 아마 많은 남자들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서인영의 손에 이끌려 네일샵에 들어가는 크라운J. 아마 많은 남자들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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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 코너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개미부부'로 열연했던 '신상녀' 서인영과 '힙합남' 크라운J. 어느 날 방송에서 그들은 한 장의 미션봉투를 받아든다. 미션의 내용은 '부부건강을 위해 함께 운동하기'. 서인영은 갈 데가 있다며 크라운J를 잡아끈다.

그들이 이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손톱 관리를 받는 네일숍이었다. 황당해 하는 크라운J는 "여긴 여자들이 가는 곳 아니냐?"며 들어가길 주저했지만, 서인영은 "요즘 시대에 네일숍이 무슨 여자들만 가는 곳이야?"라며 우격다짐으로 크라운J를 이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엉겁결에 서인영을 따라 그 옆자리에 앉아 손톱관리를 받게 된 크라운J. 아끼는 반지를 손에서 빼고 얌전히 손톱관리를 받는가 싶더니 이내 불평, 불만이 쏟아진다. "운동하러 가랬는데 왜 네일숍에 온 거야?"라고 묻는 크라운J에게 서인영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이게 나한테는 운동이야. 스트레스 푸는 운동."

'폭우'를 뚫고 찾은 네일숍... 헉! 남자는 나 혼자?

손톱을 손질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보인다.
 손톱을 손질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보인다.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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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곳, 네일숍은 어떤 곳일까? 그리고 어떻게 여성들은 손톱관리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걸까?

사실 '남자가 네일숍을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취재 요청을 받고 나 역시 크라운J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했다. '틀림없이 여자들만 있을 텐데 뻘쭘해서 어떡하지?'부터 '나 혼자 가도 되려나?' 등등, 호기심보다는 고민이 앞섰다.

며칠을 망설이다,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 지난 14일, 폭우를 뚫고 네일숍 문을 두드렸다. 사전에 알아본 정보에 따르면 이화여대 부근이 네일숍 밀집 지역이라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유행과 가격에 민감한 여대생들이 주 수요층인 대학가라면 믿을 만할 것 같아서였다. 이화여대 부근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서성거리다 심호흡을 몇 번 한 뒤에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널찍한 가게 안에는 역시나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남성도 한 명 눈에 띄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알고 보니 손톱관리를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여자친구를 따라온 것이라고 했다. 취재의 목적을 알리고 가게 매니저의 양해를 구한 뒤 여직원의 안내에 자리에 앉아 얌전히 손을 내밀었다. 여성들이 왜,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알려면 일단 그들과 똑같은 체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 나른하다... 이래서 네일케어 받는구나

손톱관리 받기 전의 모습.
 손톱관리 받기 전의 모습.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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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길게 자란 손톱을 깎는 것부터 시작했다. 손톱깎이를 단 두 번 놀려 손톱을 하나씩 깎아주는데 그 빠르고 정교한 손놀림이 범인(凡人)인 내가 보기엔 퍽 놀라웠다. 뚝딱 하는 사이에 손톱을 다 깎은 뒤, 이번에는 '화일'이라고 부르는 자 모양의 도구로 손톱 끝을 갈기 시작했다. 표면이 거칠어서 아프진 않을까 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말끔하게 다듬어진 손톱은 이제 '핫스파'로 직행한다. 뜨거운 물속에 손가락을 담가 적당히 불려 손질하기 편하게 만든다고 한다. 뜨거운 물속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으니 몸이 조금 나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상체를 조금 앞으로 숙인 약간은 불편한 자세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간 졸음이 밀려올 정도로 나른했다.

한동안 물에 담가뒀던 손을 꺼내고 이제 본격적인 '큐티클' 제거에 들어갔다. 큐티클이란 손톱과 피부 사이에 존재하는 각질 같은 것으로, 이걸 제거하면 손톱이 깔끔해지고 더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니퍼'와 '푸셔'라는 도구가 사용된다. 푸셔로 큐티클을 밀어낸 다음 니퍼로 큐티클을 집어서 떼어낸다. 중간 중간 오일을 발라 큐티클 제거를 용이하게 한다.

큐티클을 다 없애고 나면 소독약을 손에 뿌려 청결하게 한 다음 핸드크림을 발라 손 마사지를 한다. 손가락 마디마디와 사이사이를 적절한 세기로 눌러주는 마사지에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뜨거운 물수건으로 손을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손톱 영양제를 바른다. 보기엔 무색 매니큐어같이 생겼지만 손톱이 약한 사람이 바르면 좋은 영양제라고 한다.

드디어 손톱관리가 끝났다. 여기까지가 남성케어의 전부라고 한다. 여성케어는 여기에다 각양각색의 매니큐어를 바르고, 여러 가지 모양과 무늬를 넣는 그야말로 '네일아트'의 단계로 넘어간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성케어까지 받아봐?'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지만 이성이 허락하지 않아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손톱관리 받은 후의 모습. 손톱에 윤기가 나고 반짝인다.
 손톱관리 받은 후의 모습. 손톱에 윤기가 나고 반짝인다.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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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며진 손톱 보면 안 좋았던 기분도 풀어져요"

짧은 시간이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고 나니 확실히 표가 났다. 방 한 구석에서 행여 손톱 조각이 튈까 전전긍긍하며 약간은 궁상맞게 홀로 손톱을 자를 때와는 확실히 느낌도, 손톱 모양새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반짝거리는 건 영양제의 효과만은 아닐 터, 말끔하게 정리된 손톱을 보고 있으니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이런 기분에 여성들도 손톱관리를 받는 것일까?

N네일숍의 매니저 최아무개씨는 이에 대해 "여성들은 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곳에 오는 것 같다"며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손톱을 보면 안 좋았던 기분도 풀어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네일숍을 찾는 손님 층에 대해 묻자 그녀는 "대학가에 위치해있다 보니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주중보다는 주말에 많이 오는 편이고, 주중에는 공강시간(수업과 수업 사이에 비는 시간)에 많이들 찾는다"고 말했다. 남성 손님도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녀는 "주로 커플끼리 같이 와서 손톱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자 혼자 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없진 않다"고 대답했다.

네일숍을 찾는 여성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들은 이구동성으로 "관리 받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녀들은 "나 자신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기분이 들어 뭔가 뿌듯하다", "누군가 나를 가꿔주고 손질해주는 그 느낌이 좋다, 친구가 매니큐어만 발라줘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하물며 전문가가 정성껏 손톱 관리를 해주니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면서 네일숍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반짝 반짝' 윤이 나는 손톱, 남자인 나도 기분 좋다

네일숍 내부 모습.
 네일숍 내부 모습.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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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들은 네일숍을 자주 가지는 못 한다고 했다. 이유는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었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기본케어의 경우 1만~2만원 안팎이며, 그라데이션이나 프렌치 같은 네일아트는 그보다 조금 더 비싸다. 패키지나 회원으로 가입하면 조금 더 싸게 받고 적립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10만~50만원 상당의 목돈이 필요하다.

깔끔하게 다듬어지고 아름답게 꾸며진 손톱, 자신에게 투자하는 느낌, 관리 받는 기분….

여성들이 말하는 네일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말로만 들었을 땐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네일숍에 다녀와 기사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따금 말끔하게 다듬어져 반짝반짝 윤이 나는 손톱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태그:#네일숍, #네일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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