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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가 열린 안양 중앙성당
 시국미사가 열린 안양 중앙성당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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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어둠 속에 있지만 어둠이 그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 시국을 염려하고 참다운 평화 회복과 사람사는 세상을 염원하는 사제들의 울림이 전국으로 이어지며 천주교 전국 사제들의 네번째 '시국기도회'가 열린 안양 중앙성당 정문에 내걸린 현수막이 던지는 메시지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가 지난 13일 저녁 8시 천주교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에서 마련한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생명수호를 위한 시국미사'에는 멀리 마산, 부산, 광주를 비롯, 전국에서 50여 명의 사제들과 수녀, 천주교 신자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이종만 경기환경련 상임대표, 송무호 안양희망연대 공동대표, 이종태 안양교육마을 이장, 이언영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장, 국상표 안양군포의왕환경련 공동대표 등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중앙성당 신자인 이종걸 국회의원도 함께 자리했다.

특히 이날 시국미사에는 용산 참사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 상복을 벗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함께 참석하고, 골목 상권을 강타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안양 개점에 반대하는 인근 중앙시장 상인들도 동참했다.

제4차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생명수호를 위한 시국미사
 제4차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생명수호를 위한 시국미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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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55분. '정부는 용산참사 사죄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혈세낭비 환경파괴 4대강 운하사업 중단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성당에 전국에서 달려온 대절버스가 속속 도착하고, 제의를 입은 사제들이 입장을 하면서 시국미사는 시작됐다.

서상진 신부(용인 보라동성당), 서북원 신부(안양 중앙성당)를 비롯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이 공동집전하고 문규현, 방상복 신부 등 전국 교구사제 50여 명이 함께한 시국미사는 독서, 복음 말씀에 이어 강론과 성찬의전례 등 50여 분 가량 진행됐다.

이어 당초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촛불문화제는 성당내 문화제로 열려 용산참사 유가족 증언, 이종걸 의원 미디어악법의 문제점 설명, 영상물 상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시국미사 강론은 수원교구 서상진 신부(용인 보라동성당)가 했다. 서 신부는 '거시윤리학'의 의미를 제시하며 현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다음은 서 신부의 강론 주요 대목이다.

강론을 하는 서산진 신부(용인 보라동성당)
 강론을 하는 서산진 신부(용인 보라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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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윤리학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좀더 멀리 거시적으로 보면서 가장 윤리적인 것을 선택하자는 현대적인 윤리학이다. 지금은 전과 달리 지구촌을 언급하며 세계화되어 가고 있다. 온난화 문제로 온세계가 몸살을 겪고 있듯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엮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인가 결정할 때는 어느때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그것은 그 결정이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일일수록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러므로 거시윤리학에서는 무엇인가 결정할 때는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난 후 결정한다. 그 결정에 정책자와 전문가가 함께 공동 책임을 지는 책임 윤리를 강조한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는 특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는데 아주 상식적인 면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 하듯이 우리나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후손들을 생각해야 한다.
셋째는 인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대자연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깊이 고려하여 가장 윤리적인 것을 선택해 나가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즉 개인이나 일부 특권층이 눈앞에 보이는 문제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고 결정이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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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대표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용산 참사를 '용산 학살'이라고 강조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것 같다"고 강도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정 신부의 인사말 전문은 다음과 같다.

지난주 마산교구 3차 시국미사에서도 제가 '사제들이 이런 생활을 안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고 또 불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시국기도회의 타이틀이 민주주의 회복, 인권·생명 수호미사로 되어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것 같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그랬는데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대통령 이명박 한사람으로 부터 나오기 때문에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님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면 용산 학살이다. 유가족도 나와 있지만 저희들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국가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어야 하는데 국가가 국가의 권력으로 자신의 생존권을, 주거권을 지키겠다고 외치는 사람을 죽였다. 그러고도 아무런 참회도 없고 그 어떤 조치도 없다.

사람이 죽으면 보통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를 하고, 49제를 지내고, 좀더 지나 탈상을 하고, 평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용산에서 희생되신 분들이 170-180일 내일 모레면 딱 반년 6개월이다. 반년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상복을 입고 지내고 있다.

이것이 어찌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저희 사제들이 사람사는 새상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늘 한국의 더깊고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픔이 크다. 어쩌면 가장 인권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해야 할 우리 믿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고 하는님께 기도할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외치고 기도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끝까지 함께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증언과 호소
 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증언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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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국미사는 6월 15일 천주교 전국 사제들의 '시국선언문' 발표와 시국기도회 개최를 결의한 후 서울 용산과 마산교구(상남성당)에 이어 네번째로, 당초 성당 마당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성당내에서 열려 촛불문화제 등 행사 일부가 축소되었다.

전국 천주교 교구사제 1178명은 지난 6월 15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은 일찌감치 말의 진정성을 잃어버렸고, 실용정부의 배후라 할 기득권세력의 양보와 반성이 없는 한 그 어떤 유화 조처도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또 사제단은 선언이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 봉헌 ▲전국 모든 교우들이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평화운동 전개 ▲매주 각 교구를 순회하며 우리 사회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전국 교회 시국기도회를 개최할 것 등을 결의했었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후 시국미사 일정 발표를 통해 오는 20일 전주교구 증앙성당에서 5차 기도회를, 27일에는 광주교구에서 6차 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사제들은 "용산 천막이 어렵다. 장마 때문에 어렵고 폭염 때문에 어렵고, 제일 어려운 것은 사랑이 메말라 가는 같아, 관심이 좀 끊어지지 않을까 조짐 때문에 어려운데 사랑이 목마르면 제일 견디기 어렵다"며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힘을 보태달라 청했다.


태그:#안양, #천주교수원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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