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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이 대형마트에 이어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경쟁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권 붕괴를 우려한 지역 상인들과 유통재벌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고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월 대형마트가 자본력을 앞세워 진출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 SSM(슈퍼슈퍼마켓)이 들어서면 동네 슈퍼의 하루 평균매출액과 고객 수가 각각 34.1%· 36.7% 감소한다고 밝혔다. 동네 슈퍼 등의 79.0%가 'SSM 입점 후 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자영업자들이 대형마트와 SSM 진출을 반대하는 까닭은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치에서 자영업자의 절박한 요구는 여전히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18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대형마트와 SSM 규제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골수였는데 이참에 손 뗐다"

'관련법규 없다'는 빈말, 사업조정제도로 '유예' 가능

 

이러한 가운데 SSM은 동네 상권을 하나 둘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3동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개점한 데 이어, 갈산동에도 SSM 입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부평만이 아니다. 연수구 옥련동에도 SSM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인근 상인들은 살 길이 막막해졌다.

 

옥련동에 들어서는 SSM은 80평 규모다. 이 일대에는 약 2500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슈퍼마켓은 19개가 문을 열고 있다. 이곳 19개 슈퍼마켓 사장은 SSM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연수구청에 '입점을 막아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구청에서는 '법규상 (입점이) 문제없다'고 답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Y(53)씨는 "12개 정도는 폐업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7개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 없을 것"이라며 "가게 문 닫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갈 곳이 있나?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가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돌아온 답은 구청 답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Y씨는 "4선 국회의원이 그럽디다. 'SSM과 경쟁을 해봐라'라고. 그 말 듣는데 어찌나 설움이 북받쳐 오르던지… 내가 한나라당 골수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노무현 대통령 정치 잘 했습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세상 참 좋아졌다고 했는데 정치인들 눈에는 그런 세상인 듯하다. 그리고 그들 눈에는 동네 구멍가게 사장이 SSM과 경쟁하면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며 "이 지역 구의원, 시의원들 내가 술도 많이 사주고 그네들 (경선 떨어지면) 어렵다고 할 때 도와줬다. 당선 시켜준 이도 있다. (한나라당) 당원 모집한다고 하길래 모아주고 그랬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정작 내가 이렇게 가슴 아픈데 어루만져주는 이 하나도 없다. 이제 한나라당에서 손 뗐다. 남은 건 우리 살 길 우리가 찾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 상인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저지 옥련동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아울러 인근 재래시장인 옥련시장 상인들도 대책위에 함께하기로 했다. 또한 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형마트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이하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42) 집행위원장은 "한번 들어서기 시작하면 밀물처럼 동네상권에 들어서게 된다. 구멍가게는 그야말로 살 '구멍' 없는 구멍가게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관련 법규가 없다고 늘 책임을 회피하는데 뜻이 있으면 늘 길은 있는 법이다. 즉, 정치인들이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완벽하진 않지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조정제도가 있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사업 진출이 중소기업의 피해를 야기할 경우 관련 (피해 예상)당사자들이 이를 신청할 경우 해당 사업 진출을 우선 유예할 수 있다"며 "그런 뒤 시급하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상인연합회, '대형마트 규제 특위' 구성키로

인천시의회, 9월 중 신규출점 제한 위해 조례 개정 추진

 

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데도 국회가 느긋한 상황이지만, 상인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인천상인연합회(회장 김성철·모래내시장 상인회장)는 지난 7월 총회 때 연합회 산하 특별위원회로 대형마트 규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인천상인연합회는 대책위를 구성하며 이해 당사자인 상인들은 물론 시민사회진영과도 손을 잡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6월 2일 실시될 지방선거에 '대형마트 규제와 지역상권 지키기'를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인천상인연합회 대형마트 규제 대책위 이상복 위원장(부평시장상인회 부회장)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시장 찾을 때, 상인들은 차라리 안 왔으면 한다. 사실 그동안 (상인들이)많이 이용당했다. 어느 당이건 대형마트 규제를 약속하는 후보를 지지하고 약속하지 않는 후보는 철저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상인단체의 움직임과 맞물려 인천시의회도 대형마트 신규 출점 제한을 위한 관련 조례를 개정키로 했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와 인천상인대책협의회는 8일 인천시의회 고진섭 의장을 만나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선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 연면적 3000㎡ 이상인 대형마트의 출점을 제한할 것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미 지난해 조례 개정을 통해 준공업지역에서 대형마트 입점이 규제됐지만 실효성이 없어 추가 제한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에도 준공업지역은 상권 형성이 안 되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입점을 기피하는 곳이라, 생색내기용 조례 개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울러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SM에 대해서도 입점을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 SSM의 경우 연면적이 1000㎡를 넘을 경우 일반주거지역에 입점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의 요구사항은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준주거지역 내 대형마트 입점제한의 경우 16곳에서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있으며, 6대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과 울산을 뺀 모든 광역시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지난 10일 정례회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통한 중소상인 살리기 결의안'을 채택한 뒤 9월 중 대형마트의 입점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관련 조례를 개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인천상인대책협의회 인태연 사무국장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이대로 가면 2~3년 안에 자영업자가 모두 몰락하고, 전통시장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보게 된다"며 "시의회의 결의안 채택이 국회로 이어져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결국 한나라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는데, 이는 곧 상인의 문제다. 이번 인천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 대책위 구성이 전국상인연합회로 번져 이미 발족한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등과 손잡고 올해 안에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SSM, #대형마트, #유통산업발전법, #자영업자, #사업조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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