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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들의 욕심마저 말끔히 씻겨줄 만큼의 큰 비가 내린 뒤라, 하늘은 더 없이 파랗습니다. 도서관 창문 너머 올려다 뵈는 계양산의 나무들은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깃발을 펄럭이는 바람과 함께 너울거리며 덩실덩실 온몸으로 춤을 춥니다. '숲이 살아움직인다'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지난 4일 천마산부터 원적산을 거쳐 함봉산까지 인천의 S자 녹지축 일부를 홀로 탐사하던 날에는 비구름이 마루금에 잔뜩 내려앉아, 산 아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천지인 잿빛도시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그 매미를 잡으려고 직박구리가 나무사이를 곡예비행하는, 엄마아빠가 어린 아이와 손잡고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산이 곁에 있어 사람과 숲 속 생명들이 살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특히 경인고속도로와 주변 국도, 산 아래까지 치고 들어온 중소형 공장들과 아파트단지 때문에, 조각나고 잘려나간 원적산이 그나마 서구와 부평구 일대에 넓게 자리하고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경인고속도로와 부평일대 공장단지에서 뿜어대는 역겹고 매스꺼운 매연들을 개발제한구역내 숲이 정화해 그나마 도시민들이 맑은 공기라도 마쉬며 살 수 있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리고 예부터 인천은 성주산-만월산-철마산-원적산-천마산-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경계로 부평과 인천 생활권을 형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도시화-산업화로 현재 전국에서 최하위권을 자랑하는 인천시에 남아있는 산림녹지는 27%밖에 되지 않습니다. 도시지역의 공원-녹지 비율은 12.63% 뿐입니다.

 

인천시의 도심환경 녹지정책은 치적쌓기용 전시행정?

 

그런데 인천시는 경인운하-계양산골프장 등 갖가지 개발사업으로 S자 녹지축과 그린벨트까지 해제-파괴하려 합니다. 인천시가 300만그루 나무심기에 이어 300만평 공원만들기 사업으로 도심환경 녹지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는 전시행정일 뿐 실제적인 환경녹지현황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례로 300만평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송도갯벌의 매립과 청라경제자유구역 조성 등 천혜의 자원인 갯벌과 생산녹지(농경지)를 파괴하면서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인천 유일의 녹지축인 한남정맥을 8차례 절단하거나 관통하는 검단-장수 간 민자도로까지 개발하려 합니다.   

 

숲과 산이 어울린 녹지생태축은 인간에게도 생명축입니다. 무계획적이고 무자비한 개발로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인천의 마지막 녹색지대를 망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시 천마산과 원적산 마루금을 따라 올랐을 때, 짙푸른 나무들이 더 넓게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관련해 인천에서 가장 큰 산이자 S자 녹지축의 핵심인 계양산 전체를 시민자연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양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http://www.greenincheon.org/)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산림, #숲, #원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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