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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있어서 군대문제는 참 민감한 사안이다. 여자로서 군대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더욱더 조심스럽다. 군대 문제는 어찌 보면 남성과 여성간의 싸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남자가 "여자도 군대 가라"는 것이고, 여자는 "그럼 남자도 애를 낳던가" 하는 식의 반격이 아닌지.

이번 글을 쓰기에 앞서 아는 동생에게 '남자만 군대 가나, 여자도 군대 보내라' 하는 내용의 공개변론에 간다고 했더니, "언니, 난 그래도 요즘은 이해가 돼. 남자가 그렇다고 애를 낳을 수도 없고. 언니도 언니 친구들이 많이 가서 알잖아" 한다.

동생의 말처럼 군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한 건 대학 와서 동아리 친구들을 떠나보낼 때였다. 군 입대를 앞둔 친구들은 나에게 "네가 군대를 안 간다는 것은 국가적 큰 손실이야" 혹은 "너는 정신수련 좀 해야 돼. 나랑 동반 입대 하자"라는 농담을 던지고는 했다. 이렇듯 같이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과 거의 2년간 생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무렵, 나도 군대 의무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7월 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남성에게만 군 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놓고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날은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시작되기 전 30분 전부터 20명 넘는 사람들이 와서 기다렸고, 입장이 시작된 후에는 108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이 꽉 찼을 정도로 주변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불합헌] "헌법엔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 그런데 군대는 왜 남자만?"

7월 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병역법 위헌에 대한 공개 변론이 있었다.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7월 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병역법 위헌에 대한 공개 변론이 있었다.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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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 가운데, 여대생 2명과 남 3명이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게 관심이 가서 이번 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서울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김지수(21)씨는 "징병제 자체에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서 판결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태우(21)씨는 "여성이 군대를 가지 않게 된 사회적 배경을 따질 것 같다. 위헌 신청을 한 사람이 여성에 대한 보복 심리인지 아니면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이번 공개변론 결과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민경(21)씨는 "아무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 분위기가 (여성 군 복무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합헌이 되지 않을까…"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 헌법소원은 2005년 12월 입영 통지서를 받은 김모(28)씨가 입영통지서를 받고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것이 평등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날 공개변론은 청구인 김씨 측 대리인인 채형석 변호사의 주장으로 시작했다. 채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여자도 전쟁에 대한 군사적 대비가 필요하다"며 "여자와 남자의 생물학적 차이는 무기의 현대화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여성도 병역 인력에 포함해서 남성의 병역 기간을 감축하고 국방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쟁시에 간호병 등 여성의 역할이 많이 필요한 만큼 여성을 보충역 인력에 포함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김씨 측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재판관은 남성과 여성을 과세 대상자와 비과세 대상자로 비유하면서 "과세 대상자가 비과세 대상자에게 과세해 달라고 요구를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참고인으로 나온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헌법에서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해놓고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부과하고 여성은 배제하는 것은 평등한 법적용 준수가 아니다"며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국민의 일부가 진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합헌] "여성 군복무와 국방력 비례 안 해... '모성보호'와 충돌 우려도"

그에 따른 반론으로 국방부 소속 박성완 법무관은 "여성을 군복무에 포함시켜 인력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방력과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군대 인력만 늘린다고 병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늘어난 인력을 관리하는데 많은 재정이 소비된다는 근거를 들었다. 국방부 측은 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산의 의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징집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다"라는 의견을 내세운 것.

국방부 측의 이런 의견에 재판관은 "우리나라도 이제 저출산 국가에 들어섰는데 굳이 출산의 의무를 중요시해야 하느냐"라며 "여성의 군 면제에 대한 정당성은 변화되지 않았느냐"라고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국방부 측 참고인인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모성보호의 헌법적 요청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라며 합헌에 동의했다.

재판관은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을 장 교수에게 던졌다. 장교수는 그에 대해 "헌법은 추상적 개념이라 법률에 위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번 공개 변론에는 유난히 재판관들의 비유적인 질문이 많았다. 또한 군대를 가는 대신에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어떻겠느냐는 재판관의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는가 하면, 군 기간 축소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현재 국방부 측은 "18개월까지 기간을 감축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또한 여성이 군대를 가는 나라는 이스라엘 정도밖에 없으며 이들도 효과적인 군사력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태그:#군대, #헌법재판소, #병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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