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난 5일간 해고대란은 없었다"며 "비정규직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을 유포하면서 법 시행 유예를 압박했지만 이 법이 시행된 지난 5일간 모두가 보다시피 해고대란은 없었다"며 "오히려 공기업의 해고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공기업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해고를 감독하기는커녕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이미 해고 통지한 사람들을 해고 통계에 넣어 숫자를 부풀리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해 설치한 노동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지원대책단'은 가동조차 안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추 위원장은 또 "55세 이상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비정규직법의 이름을 빌려 해고하는 것을 방치하는 등 노동부가 민간부분의 부당해고를 방치하고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8만명 이상 정규직 전환을 해낸 노동부가 정권이 바뀌자 전환불가 방침을 내리고 13만명의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하고 있다"고 각종 사례를 들며 노동부를 비난했다.

"숙련 인력 확보 위해 해고보다 계속 고용 모색..비정규직법이 가져온 변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의 고용 상황에 대해 추 위원장은 "금융권·유통업·제조업 등 많은 분야의 기업에서 상당수의 정규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곧바로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기업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고용안정성을 갖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정부는 해고 대란설을 강변해왔지만 오히려 시장은 숙련 인력의 확보를 위해 해고보다는 계속 고용의 길을 모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이 가져온 대단히 의미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정규직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해 이미 확보된 예산 1185억원 투입을 위한 후속 조치와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및 노사정의 대책회의 마련을 촉구한 추 위원장은 고용유연성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날 추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읽는 도중 눈물을 흘렸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뒤부터 각종 불이익을 받고 고용불안에 떨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례를 읽어 내려가면서 추 위원장은 울먹였다.

추 위원장은 "정규직 한번 되고자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규직 자리가 헛된 꿈이라고 해야하느냐"고 항변하면서 가수 김동률과 이적이 함께 불렀고 인순이가 불러 더 유명해진 가요 '거위의 꿈' 노랫말 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체념하지 않고 희망을 가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약자들에게, 꿈을 믿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기회가 오는 그런 세상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말한 추 위원장은 "앞으로도 벼랑 끝에서 손잡아주길 기다리는 서민들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밝혔다.

한나라당 "서민 근로자 해고 현실 외면하면서...'악어의 눈물'"

한나라당은 즉각 추 위원장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추미애 위원장은 지금까지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서민 근로자들의 슬픈 현실을 외면하는 비정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추 위원장의 눈물은) 정략을 위해 인정마저 삼켜버리는 눈물, '악어의 눈물'일 것"이라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눈앞에서 비정규직 서민근로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해고되고 있는데, 그 눈물을 닦아주지는 않고 언제까지 정략적 주장만 외칠 셈이냐"며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상임위 처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