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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분해서 미치겠습니다. 살인진압 예행연습을 보면서 정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경찰의 대테러 종합훈련에 성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3일 오전 11시 서울경찰청 옆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장례도 못 치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찰이 다시 살인을 연습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 내내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고, 사회를 맡은 홍석만 용산범국민대책위 대변인은 "이렇게 유가족들의 명예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고 말하다가 목이 메었다. 홍 대변인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등을 돌리고 감정을 추스렸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서울경찰청 정문 앞으로 향하던 유가족과 철거민들 10여 명을 경찰 30여 명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경찰청 옆 인도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유가족들이 "인도로 가는 사람을 막는 근거가 뭐냐"고 따졌지만, 경찰은 "집회 신고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20여 분 대치가 계속된 뒤 결국 서울경찰청 옆 인도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찰은 차벽을 둘러 유가족들의 경찰청 정문 쪽 진출을 막았다.

 

"해명도 필요없다, 주상용 서울청장 퇴진하라"

 

전날 오전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는 가상 건물에 망루를 설치한 뒤 농성 중인 시위대를 진압하는 대테러종합훈련을 실시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옥상에 끌어올려 특공대를 투입하고 살수차로 물대포를 쏘는 시범훈련이 용산참사 당시 진압을 연상시켰다.

 

논란이 일자 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용산참사 상황을 재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산범대위와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가 보더라도 철거민 살인훈련이고, 이는 지난 참사 당시의 진압작전을 경찰 '매뉴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의 퇴진과 경찰특공대 해체를 요구했다. 이날 홍 대변인은 "경찰 해명을 들을 필요도 없다, 그냥 퇴진하라"고 말했다.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제대로 묻어주지 않냐"면서 "유가족을 탄압하는 것으로 모자라 살인 예행연습까지 하냐, 왜 이렇게 유가족들의 마음을 찢어놓을 수 있냐"고 말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살인자는 범죄현장을 다시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하는데 어제 경찰의 대테러훈련은 그럼 심리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국가 전복, 정부 요인 암살, 주요 건물 파괴 같은 게 테러고, 그런데 투입되는 것이 경찰특공대다"면서 "용산 철거민들이 테러범이냐"고 따져물었다. 또한 이 최고위원은 "하물며 인질범이라고 (진압을 할 때) 생명을 보호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경찰 책임을 강조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9.11 사건 이후 반테러 관련 인권 침해가 심해지자, 몇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는 '테러방지를 위해 인권침해를 해선 안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면서 "그런데 한국정부는 심지어 시민을 테러범으로 몰아 죽이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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