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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도로는 매일 거대한 오토쇼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 3사에만 길들여진 시선이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와 디자인들에, 처음 텔레비전을 접한 듯 시각적인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현재 중국 자동자 전문 포탈 사이트인 <CHE168닷컴>의 2009년 발표 자료만 보더라도 중국에는 베이징현대(北京现代)와 같은 합자 형태의 자동차 브랜드가 31개, 중국 순수 자국 생산 브랜드가 48개, 정식 수입되는 자동차 브랜드가 57개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총 136개의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과 그들이 생산해내는 더 다양한 디자인의 자동차들이 매일 매일 도로를 거대한 자동차 박람회로 만들어 놓고 있다.

#2. 자동차 2천만 원, 자동차 번호판은 1천만 원

퇴근길에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상하이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부자라는 뜻이지요?"
"그렇긴 하지만 요즘은 젊은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해요."

외국계에서 근무하는 서른 초반에 영국 유학을 다녀온 상하이 남성의 한 달 수입은 대략 9천RMB(한화 160만원 정도)인 것을 볼 때,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할 때 택시 기사가 한 마디 덧붙인다.

"사실 자동차는 사는 것이야 부담 될 것이 없는데, 상하이 자동차 번호판이 비싸지요."
"얼마나 하는데요?"
"작년에 제일 비쌌어요. 최고 6만RMB(한화 1080만 원)까지 올랐었어요. 지금이야 정부가 정책을 바꾸어 요새는 2만RMB(한화 360만 원)면 번호판 가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

번호판 하나 얻는데 1천만 원이면 거의 소형차 한 대 가격이다. 아직은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소비를 조절하거나, 부족한 교통 인프라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이런 세금 정책을 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럼 상하이 번호판 아니고, 인근 지역 번호판을 구입하면 더 저렴하지 않을까요?"

나의 평이한 질문에 택시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사람들 많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고가도로를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럼 벌금을 물게 되거던요."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필자가 제안한 이 편법을 활용하자, 상하이 정부는 오래 전부터 이런 새로운 규제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어딜 가든지 사람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규제는 늘 그런 사람들을 뒤쫓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인 것 같다.

#3. 움직이는 광고판, 상하이 택시는 현재 광고 영업 중

상하이 택시는 '폭스바겐'과 합자로 만들어진 상하이대중(上海大众)의 'Santana 3000' 모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차체가 넓고, 폭스바겐 로고가 주는 느낌 때문에 처음 접하는 상하이 택시에서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또한 실제로도 상하이의 대중 버스 요금이 2RMB(360원)인 데 비해, 상하이 택시의 기본 요금이 11RMB(한화 1980원)로 버스보다 약 6배나 더 비싸다. 택시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래저래 고급 교통 수단이라는 인식이 높다. 이렇다 보니, 광고 회사들도 이런 사람들의 '인식'을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한국 택시가 외관에 광고판을 달고 다니는 것과 달리 상하이 택시는 차체는 깔끔한 반면 내부에 최신형(?)의 광고판을 설치하고 다닌다.

                                       운전사를 보호하기 위한 아크릴 보호대와 뒷 좌석에서 볼 수 있도록 설치 된 터치 스크린 방식의 광고 모니터.
▲ 상하이 상하이대중 '산타나 3000' 택시 내부 운전사를 보호하기 위한 아크릴 보호대와 뒷 좌석에서 볼 수 있도록 설치 된 터치 스크린 방식의 광고 모니터.
ⓒ 손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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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부착된 터치 스크린 방식의 광고판은 가히 선진적인 '상호작용형' 광고판의 표본인 듯하다. 사람들은 몇 가지 메뉴를 터치–햅틱 방식의 핸드폰처럼–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광고나 또는 제품을 검색하게 된다. 이때 게임이나 간단한 동영상을 통해 사용자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게임 후 마지막으로 자신의 연락처-이메일나 핸드폰 번호-를 남기에 되면 나중에 더 구체적인 제품 구매 정보를 받아 볼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시라는 공간을 놓치지 않은 아이디어인 셈이다.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회사의 소개 및 제품의 자세히 검색 할 수 있다.
▲ 한 의류 회사의 택시 내 광고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회사의 소개 및 제품의 자세히 검색 할 수 있다.
ⓒ 손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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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화지체와 문화선진의 차이

택시의 터치 스크린식 광고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는 제법 선진적인 교통 관련 기술들이 있다. 인력을 이용한 주차 지도가 활성화되어 있긴 하지만, 주요 도로에는 자가 주차 관리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또한 각 도로에는 뜻을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있는 대형 전광판들이 있는데, 나중에 중국 사람들에게 확인한 결과 그것은 지금 현재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 내에 있는 주차 가능 공간을 표시하는 숫자라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로 치자면 광화문을 지날 때 세종문화회관 200대 주차 가능, 교보빌딩 100대 주차 가능 등 이런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가히 운전자들을 위한 정책은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도로에는 각 주요 건물들의 주차장 상황을 알려주는 자동화 된 광고판이 있다. 예를 들어 이 광고판에는 현재 Grand Gateway라는 건물에는 481개의 주차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 주위 건물의 주차 공간을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전광판 도로에는 각 주요 건물들의 주차장 상황을 알려주는 자동화 된 광고판이 있다. 예를 들어 이 광고판에는 현재 Grand Gateway라는 건물에는 481개의 주차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 손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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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통문화 수준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을 겪고 있는 듯하다. 좋은 자동차와 넓은 도로들은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지켜야 할 사람들은 그런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교차로 신호등을 어기거나 차량이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불쾌함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렇듯 중국의 교통문화는 아직 변화와 발전이라는 두 개의 논점 가운데 놓여 있는 듯하다. 이는 변화가 곧 발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그들의 변화가 차츰차츰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상하이에선 보행자 신호일때 자동차의 우회전이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뵁자에 대한 배려 보다는 자동차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 듯 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와 보행자, 자동차가 엉켜 있는 모습이 현재 중국의 교통 문화를 대변하는 듯 하다.
▲ 보행자 신호에 자동차의 우회전 신호 상하이에선 보행자 신호일때 자동차의 우회전이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뵁자에 대한 배려 보다는 자동차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 듯 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와 보행자, 자동차가 엉켜 있는 모습이 현재 중국의 교통 문화를 대변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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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 #상하이,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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