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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닌데 내 키를 훌쩍 넘는 개미집이 많다
 나도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닌데 내 키를 훌쩍 넘는 개미집이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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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 시냇물 같이 흐르는 곳에서 목욕하고 유난히도 밝은 밤하늘의 별들 사이로 수많은 박쥐가 이동하는 것을 본다. 흔하지 않은 경험을 간직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날 준비를 한다.

이곳에 캐러밴을 가지고 와서 지내는 나이가 든 부부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쪽 빅토리아 주에서 추위를 피해 왔다고 한다. 정부에서 65세 이상이 되면 주는 연금을 받으며 이곳저곳을 다니는 노부부다. 정부에서 주는 연금에만 의존하며 살기 때문에 더글러스 온천처럼 저렴한 가격에 지낼 수 있는 곳에서는 오래 묵는다고 한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호주라 그런지 정부 연금에만 의존하며 사는 노인들도 여행을 즐기며 삶의 황혼을 즐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텐트를 거두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리치필드(Litchfield)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떠나기 전에 집사람이 안내 책자를 보며 근처에 생선이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한 강이 있다고 알려 준다. 울루 크로싱(Oolloo Crossing) 이라는 곳이다. 국립공원과 같은 방향이기에 낚시터를 들러 가기로 한다. 

울루 크로싱 쪽으로 들어서니 비포장도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자동차 달리는 소리에 놀란 캥거루가 도로로 뛰어나온다. 캥거루를 조심하면서, 속도를 줄이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제법 널찍한 강이 흐른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고판이 큰 글씨로 붙어 있다. 악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하며, 물속에 몸을 담그고 낚시를 하지 말라 등.

호주 오지에서 관광객이 악어에 희생당한다는 소식을 가끔 들어 아는 나는 조금은 겁을 먹은 채 낚시를 물에 담근다. 이런 오지에는 고기가 많아 쉽게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다른 젊은 사람들도 잡지 못하고 헛손질만 하고 있다. 그러나 강물을 자세히 보면 그리 깊지 않아 강가로 제법 큰 고기가 다니는 것이 보인다. 고기는 있는데 능력이 없어서인지 잡지는 못하고 있다.

한 마리도 못 잡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낚싯대를 접으려고 하는 데 무엇인가 큰 것이 걸려 낚싯대를 감을 수가 없다. 꽤 오랜 시간을 씨름하며 물가까지 끌고 와 보니 큰 홍어(Sting Ray)가 걸려 끌려온다. 너무 커서 낚싯줄로는 뭍으로 올릴 재간도 없고 잡아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도 몰라 낚싯줄을 끊고 놓아 주었다. 남은 미끼는 옆에서 아이와 함께 낚시를 하는 원주민 아줌마에게 주고 목적지인 리치필드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큰 홍어 한 마리 잡은 울루 크로싱 (Ooloo Crossing) 강 - 뒤에는 낚싯줄 하나 달랑들고 원주민이 낚시를 하고 있다.
 큰 홍어 한 마리 잡은 울루 크로싱 (Ooloo Crossing) 강 - 뒤에는 낚싯줄 하나 달랑들고 원주민이 낚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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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필드 국립공원은 캐커두(Kakadu)국립공원과 함께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이곳에는 서너 개의 폭포가 있는데 경관도 아름답고 수영도 할 수 있다. 물론 황량한 호주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곳은 관광객으로 항상 붐빈다. 

캐러밴 파크에 간단히 텐트를 치고 나서 폭포를 찾았다. 유명한 폭포가 몇 개 있는데 가는 곳마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수영을 즐긴다. 나도 그들과 함께 수영을 즐긴다. 물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물속에는 커다란 크기의 흑도미(도미처럼 생겼는데 검정 색을 띄고 있다. 흑도미가 아닐 수도 있음)들이 우리와 같이 수영을 하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한 관광객이 빵조각을 던져주니 고기떼들이 금방 모여든다. 사람들 눈만 없으면 몇 마리 잡아 매운탕이라도 끓여 먹고 싶다. 
 
리치필드(Litchfield)국립공원에 있는 폭포 중 하나 - 플로렌스 폭포 (Folreance Fall)
 리치필드(Litchfield)국립공원에 있는 폭포 중 하나 - 플로렌스 폭포 (Folreance Fall)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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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깊은 웅덩이가 곳곳에 있는 특이한 곳에서 관광객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꽤 깊은 웅덩이가 곳곳에 있는 특이한 곳에서 관광객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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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필드 국립공원에는 사진에서만 보던 거대한 개미집들이 널려 있다.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사람 키보다 더 큰 개미집을 흔히 볼 수 있다. 마그네틱 터마이트(Magnetic Termite)라고 불리는 흰 개미집들이 수도 없이 들판에 널려 있는 곳이 있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해 안내판과 함께 전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특이한 것은 모든 개미집이 남북을 향하여 일렬로 집이 지어져 있다. 안내판 설명을 읽어 보니 개미집 안의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침판이 없어도 개미는 동서남북을 잘 구별한다.

온종일 폭포가 떨어지는 물에서 수영하며 흔히 볼 수 없는 자연 속에서 보내다 숙소에 돌아왔다. 캐러밴 파크에서는 손님을 위해 시간을 정해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와 모이를 먹느라 야단이다. 확실히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새장 속에 있는 새들보다 더 활기차 보인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때문일까?

흰개미 집이 군을 이루고 있는 리치필드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볼거리
 흰개미 집이 군을 이루고 있는 리치필드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볼거리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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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주 동포 잡지에도 실리고 있습니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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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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