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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위원회(이하 경기교육위)가 지난 23일 경기도교육청 추경예산안을 다루면서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등을 삭감해 반교육적 처사라는 비판여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기교육위의 이번 예산삭감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경기지역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27일부터 본격적인 대응활동에 들어갈 계획이고, 인터넷에서는 연일 분노한 누리꾼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논리와 명분 있다면, 당당히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

 

이런 가운데 경기지역 학부모·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5일 이번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찬성한 교육위원 7명에게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운동본부는 교육위원들 자택으로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보낸 제안서에서 "6월 23일 경기도교육감이 추경에 올린 농산어촌 및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 예산 171억원 가운데 50%를 삭감하는데 7명의 교육위원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이어 "무상급식비 삭감에 찬성한 교육위원들도 논리와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 토론회를 열어 오해가 있다면 불식시키고, 경기도민과 학부모들의 뜻도 전달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며 "공인으로서 당당하게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그러면서 "6월 29일까지 연락을 해주면 협의해서 토론회 장소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경기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 제공과 어려운 농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4년 경기도민 17만명의 서명을 받아 경기도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인 '경기도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을 이뤄낸 단체다. 

 

구희현 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는 "교육위원 7명과 전화연락이 되지 않아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위원들 자택으로 제안서를 보내게 됐다"면서 "해당 교육위원들은 예산삭감이 정당하고 떳떳하다면 뒤로 숨지 말고, 당당하게 토론회에 나와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 27일부터 본격 대응 나선다  

 

경기교육위의 예산삭감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응도 본격화된다. '공교육정상화 및 교육재정확보 경기운동본부'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경기지역 진보단체들은 지난 24일 대책회의를 갖고 27일부터 가두홍보 등 본격적인 대응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예산삭감에 찬성한 7명의 교육위원들을 '경기교육개혁 반대 7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응징은 물론 학부모와 경기도민들의 염원인 무상급식과 교육개혁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경기교육위가 삭감한 예산들을 부활하기 위해 경기도의회의가 경기도교육청 추경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인 오는 7월 7일을 전후해 상임위원장 면담과 상임위원들에게 학부모 호소문 전달, 상임위 방청활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경기교육위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는 며칠째 누리꾼들의 항의·비난 글들로 '분노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특히 낙후지역 학생들에 대한 무료급식을 확대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경기교육위가 관련 예산을 삭감한데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들 점심 한 끼, 그렇게 아깝나"...경기교육위-도교육청 홈피 '분노의 바다'

 

경기도민이라고 밝힌 김아무개씨는 "농어촌 낙후 학교와 슬럼화지역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교육의 질도 높이고 어렵게 사는 부모들에게 힘이 되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이들에게 점심 한 끼 주는 게 그리 아깝나"라고 비판했다.

    

박아무개씨도 "우리가 낸 피 같은 세금을 아이들과 상관없는 곳에 펑펑 쓰도록 하면서 어린 아이들이 눈치 안보고 당당히 밥 먹도록 하겠다는 돈을 깎느냐"며 "당신들도 손자손녀가 있을 텐데, 진정으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씨는 예산삭감에 찬성한 교육위원들이 최근 시민들의 항의전화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기를 꺼놓은 것을 겨냥해 "교육위원 7명은 XXX처럼 연락 끊고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 의견을 밝혀라"면서 "그 정도의 소신도 없느냐"고 비꼬았다.

 

이와 함께 경기도민으로 보이는 많은 누리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선거구 출신의 교육위원이 예산삭감에 적극 찬성한 것에 분노를 표시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나오면 반드시 낙선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의견을 올렸다.

 

반면 김상곤 교육감과 예산삭감에 반대하고 경기교육위 본회의장에서 '석고대죄' 농성중인 이재삼·최창의 위원을 응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조아무개씨는 김 교육감에게 "경기도민들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신념을 굽히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빨간'이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먼발치에서 이재삼, 최창의 교육위원 두 분의 활동을 보고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래도 당신들이 있어 경기교육에 희망이 있다. 힘내라"고 응원했다.

 

진보 교육감 핵심 공약사업비만 '칼질'...보수 위원들 짬짜미 의혹

 

앞서 경기교육위는 지난 23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지난 4월 첫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사업비를 전액 또는 절반으로 삭감한 추경예산안을 표결로 처리했다. 재적 위원 13명중 11명이 참여한 투표결과는 찬성 7명, 반대 2명, 기권 2명이었다.

 

표결에서 찬성한 위원들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낙후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 171억1000만원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관련 예산 5900만원을 각각 절반으로 잘랐고, 혁신학교 운영비 28억2700만원과 아침급식 타당성 연구용역비 3000만원은 전액 삭감했다.

 

이들이 삭감한 예산 총액은 115억4300여만원으로, 모두 김상곤 교육감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들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25개 혁신학교를 운영하려던 계획은 좌초 위기를 맞았고,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학생수 300명 미만의 도시지역 소규모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확대하려던 계획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획 등은 차질을 빚게 됐다.

 

경기교육위는 또 예산안 심사에서 '교과 교실제'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예산은 손도 대지 않고, 김 교육감의 공약사업 예산에 대해서만 '칼질'을 한 것으로 드러나 '진보교육감 발목잡기'를 위해 보수적 위원들이 사전에 짬짜미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경기교육위에서 처리된 경기도교육청 추경예산안은 경기도의회로 넘겨져 다음 달 최종 심의를 거쳐 의결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장악(117석 중 101석)하고 있는 경기도의회가 진보 교육감의 삭감된 예산을 되살려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현재 경기교육위에 쏟아지고 있는 국민적 공분과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운데다,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이 많은 경기도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부 수정안을 마련해 처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태그:#경기도교육위원회, #무상급식비 삭감, #김상곤 , #핵심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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