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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절도 있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은 없다. 산처럼 보이는 것은 구릉일 뿐이다. 들녘은 초록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모내기를 끝낸 논들의 모습이 그렇게 한가로울 수가 없다. 널따란 들판에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인위적인 것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제 알아서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마음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청하산 청운사.

 

  절로 들어가는 양 옆에는 연들이 무성하다.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심어져 있는 연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보통 절이라고 하면 산에 위치하고 있어 산사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은 산사라 부를 수가 없을 정도다. 산사가 야사라 해야 할까? 사뭇 다른 분위기에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청운사는 연꽃 축제로 이름이 높다.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연꽃 축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연꽃을 즐긴다. 아직은 때가 일러서 연꽃은 피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면 많은 꽃들이 피어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다 예측할 수 있다. 연이 심어져 있는 곳은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보석과 같다.

 

  여느 절과 다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절집의 기둥에 걸려 있는 글씨들이 모두 다 한글이다. 산사에 가면 모두가 한자로 되어 있어서 눈이 있어도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되어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세상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게 환하게 비춰주는 빛과 같다.

 

  스님이 산에 가는 것은 도를 얻기 위해서이고 심마니가 산에 가는 것은 산삼을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청운사에서 도를 닦는 스님들은 도를 얻기 위하여 산이 아니 들녘으로 왔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머리에 스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 것은 결국 말장난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글로 써진 글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겹쳐진다. 우리가 쫓고 있는 것은 모두가 허상이 아닐까? 산에 가든 들에 가든, 그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얻고자 하는 도나 산삼만을 취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추구하다가 집착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결국은 얻고자 하는 것을 잊고 허상만을 쫓는 결과가 된다.

 

  추구하는 도는 얻지 못하고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면 그 것은 틀림없는 허상을 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소망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집착하고 있다면 그 것은 틀림없이 허상을 쫓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도이지 산이든 들녘이든 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여름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여름의 선물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벚나무에서는 빨간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는 것도 바로 여름의 선물이요,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는 것도 그렇다. 연못 위에 잠자리들이 자유롭게 비행을 하고 있는 것도 여름의 선물이 분명하다. 어디를 보아도 넘치는 생명력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다 소중하다. 여름 기운이 넘쳐나고 있는 활기를 확인하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마음을 열면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가벼워질 수가 없다. 잠자고 있는 내면의 생명력을 여름의 기운을 받아 활기 넘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본다.

 

  심호흡을 해본다. 여름의 기운을 흠뻑 들이마셨다. 행운도 함께 들어오는 것 같다. 즐거움도 기쁨도 모두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긍정적인 마음이 바로 행복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두 치 전진을 위해 한 치를 후퇴하는 자벌레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세상이 달라진다.

 

  들녘에 위치하고 있는 청운사에서 여름의 기운을 듬뿍 받았다. 마음을 열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하였다. 겸손과 인내 그리고 지혜와 사랑으로 세상을 구축해간다면 날마다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여유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들녘의 절에서 여름을 즐겼다.<春城>

 


태그:#들녘, #연, #여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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