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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을 맞고 있는 가운데,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봉하마을회관 외벽에 있는 대형 초상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을 맞고 있는 가운데,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봉하마을회관 외벽에 있는 대형 초상화.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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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결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49재(齋)가 끝나는 오는 7월 10일까지? 아니면 100재(齋)까지 이어질까. 내년 1주기에도, 그 다음해 2주기에도, 그 다음해의 다음해에도 이 물결은 계속될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을 맞고 있는데, 추모 물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봉하마을을 다녀간 조문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국민장 기간에는 100만 명이 다녀갔고, 이후에도 하루 10만여 명이 다녀갈 때도 있었다. 국민장 이후 첫 주말이었던 5월 31일 하루 동안만 9만6000여 명이 다녀갔고,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과 다음날까지 이틀 동안 1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평일에는 4000명에서 1만여 명이 찾고 있다.

조문·방문객들은 봉하마을 분향소에 들러 조문하고, 상당수는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임시 안치되어 있는 마을 뒷산 정토원까지 다녀온다. 분향소에 조문했던 사람들은 정토원에 가서도 절을 하고 있다.

분향소에서는 향을 꽂아 놓은 뒤 네 번 절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거 한 달 가까이 되었지만 조문하러 왔다가 우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장 기간에는 영전에 국화꽃을 바친 뒤 목례하는 정도였는데, 이후부터는 절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많은 차량이 몰려 교통통제를 하기도 했다. 마을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는 본산공단에 주차해놓은 뒤 걷는다.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매달아 놓은 펼침막에다 벼가 자라는 들판을 보고,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걷는다. 어떤 이는 이 길을 '봉하올레'라 부른다.

주말에는 길게 줄을 서야만 조문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 걸어와서, 그것도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누구 한 사람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분향소 주변에서는 "국민을 위해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이까짓 걸어오고, 줄 서고, 기다리는 게 뭐가요, 힘들어도 참아야죠"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거의 매일 봉하마을을 찾고 있는 정영두 위원장(민주당 김해갑)은 "국민장 기간에는 서너 시간씩 걸어와서 기다렸다가 줄을 서서 조문했고, 이후에도 주말이면 간혹 기다려야 하는데 짜증내지 않고 나름대로 질서 정연하게 조문하고 있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봉하마을 입구 모습.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봉하마을 입구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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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려 조문해도 새치기는 없어

새치기도 없다. 잠깐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갔다가 오는 정도다. 국민장 기간에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던 일부 인사들은 새치기를 하다 조문객들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간부 경찰관들이 단체로 조문하려다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조문객 사이에 끼어들어 조문하다 "왜 새치기 하느냐"는 항의를 거세게 받기도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대표 등 몇몇 인사들도 봉하마을에서 조문하려 했지만 무산되었다. 시민들이 막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총리가 마을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왔을 때, 당시 봉하마을에 있었던 시민들은 버스를 막았다. 경찰이 서울 등 전국에서 시민분향소를 방해하고 있어 허용하라고 요구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국민장이 끝난 뒤에도 조문객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봉하마을 공사장 가림막 등 곳곳에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적혀 있다. "노짱 영혼 달랠 길은 다음 선거뿐"이라거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하는 글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조문객들은 방명록 서명뿐만 아니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및 공개청문회 청원 천만인 서명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서명용지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시행"과 "검찰, 국정원, 국세청 관계자를 청문회에 소환하여 공개 심문할 것", "법무부 장관을 탄핵할 것" 등의 요구사항이 적혀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조문객들은 방명록 작성은 물론이고 청원서명운동에도 적극적이다"면서 "어떤 사람은 돌아가서 단체로 받아오겠다고 하기도 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지 않고 생수 대량 기탁하기도

많은 조문객이 오기에 물품이나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김해시는 간이화장실을 국민장이 끝난 뒤 철수했다가 며칠 뒤 1개를 설치해 놓았다. 주차공간도 부족해 농로에 차를 세우기도 한다.

정토원은 점심시간에만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규 정토원 원장은 "쌀이며 먹을거리는 그나마 십시일반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일손이 부족할 때가 있다"면서 "하지만 조문객들이 서로 나눠가면서 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물품을 지원해 오기도 한다. 김해시가 선거법의 규정을 들어 물(생수)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생수 250상자가 택배로 배달되기도 했다. 정영두 위원장은 "익명의 독지가가 보낸 모양인데, 보내는 사람이 절대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면서 "한창 더울 때였는데 생수가 배달되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49재와 안장식 등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참여정부 인사들은 십시일반으로 모으기로 했다. 김경수 비서관은 "(국민장) 관련 비용을 정산함에 있어 회계 정산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만에 하나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해 봉하마을 공사장 가림막에는 조문객들이 쓰거나 붙여 놓은 '추모의 글'이 많이 있다.
 김해 봉하마을 공사장 가림막에는 조문객들이 쓰거나 붙여 놓은 '추모의 글'이 많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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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분향소, 추모의 글 등 각종 기록물도 많아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기록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진들은 봉하마을에서 각종 기록물을 정리하고 있다. 참모진들은 각종 기록물을 정리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도 많다고 한다.

서울 대한문 시민분향소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자료와 기록물이 지난 7일 봉하마을에 전달되었다. 추모 자료와 기록물은 트럭 1대 분량이었다. 시민 분향소에서 사용되었던 영정과 걸개그림, 조문록, 추모리본, 추모글과 편지, 시민들이 직접 접은 종이학 5만 마리 등 90상자 분량의 기록물과 자료를 전달한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열린 시민분향소의 각종 자료들까지 모을 경우 그 분량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봉하마을 측은 인터넷 홈페이지(사람사는세상봉하마을)에 우선 '시민기록관'란을 마련해 놓았다. 이곳에는 지금까지 경기도 일산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 분향소 관련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봉하마을 분향소에 놓고 간 각종 자료도 상당수에 이른다.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경호관한테 "담배 있느냐"고 물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조문객들은 분향소 영전에 담배를 놓기도 한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갖가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사연을 담은 글을 적어 놓고 가기도 한다.

'노사모'가 사용하는 건물 내부에는 '추모의 글'을 더 이상 붙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빽빽이 차 있다. 최점검(부산)씨는 공사장 가림막에 전지를 붙여 '추모의 글'을 적도록 했는데, 그 숫자가 200여 장에 이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에 강조했던 '시민주권'과 '국민통합', '언론개혁', '참여민주주의'의 깃발을 들고 임진각에서 김해 봉하마을 정토원까지 걷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 카페(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들은 지난 11일 임진각을 출발해 전국을 걷고 있으며, 오는 7월 10일 정토원에 도착한다. 한다. 회원들은 고 노 전 대통령의 49재가 열리는 오는 7월 10일 정토원에 도착할 예정이다.

점차 안정 찾아... 정토원 49재 때 많은 사람 몰려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참여정부 참모진, 봉하마을 주민들은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정토원에서 49재를 지내고 있는데, 지금까지 4재가 열렸다.

장의위원장을 지낸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미경 사무총장, 서갑원․백원우·최철국 의원, 김두관 전 장관, 배우 문성근·명계남씨 등이 정토원에서 열린 49재 때 참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백 명이 정토원에서 함께 두 손을 합장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는 3재 때 병원 입원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권양숙씨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충격과 과로 등으로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14일 1주일만에 퇴원했다. 권씨는 이후 주로 사저에 머물고 있다.

지금 봉하마을 들녘은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오리와 우렁이가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 주민과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진들은 노 전 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친환경농법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시민 전 장관과 이병완 전 비서실장,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지난 14일 오리를 방사했다.

오리·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농법으로 벼농사 규모는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벼농사와 봉하마을에 있는 연꽃공원 관리, 마을 청소 등은 자원봉사자들이 하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신경을 많이 썼던 화포천을 생태하천으로 가꾸는 사업도 계속 추진된다. 또 김해 특산물인 '장군차'를 생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김해시는 사저 앞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8월경 완공할 예정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와 유골함이 임시안치되어 있는 김해 봉하마을과 정토원에는 주말에 수만명의 추모객이 방문했다. 사진은 봉하마을과 정토원 사이 봉화산 등산로에 매달아 있는 전시물 모습.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와 유골함이 임시안치되어 있는 김해 봉하마을과 정토원에는 주말에 수만명의 추모객이 방문했다. 사진은 봉하마을과 정토원 사이 봉화산 등산로에 매달아 있는 전시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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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누리꾼도 관심 높아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봉하마을'을 방문하는 누리꾼들도 엄청나다. 각종 게시물에는 대개 수만 명씩 조회하고 있으며, 댓글도 수십, 수백 개씩 달리고 있다.

미 프로야구 추신수 선수가 <일요신문>에 썼던 글을 옮겨 놓은 "맘속으로 검은 리본 달고 뛰었습니다"거나 "추추트레인 ML일기"라는 제목의 글도 누리꾼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추신수 선수는 "'대장'을 추모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또 추모게시판도 누리꾼의 열기로 뜨겁다. 홈페이지 관리자는 "'바보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이 꿈꾸는 '사람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사람사는 세상'을 적어주세요"라고 소개해 놓았다.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아 놓았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의와 타협하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속 불의를 없애고 바로 설수 있도록 도덕과 양심이 다시 온 국민의 마음 속에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비도덕적이라는 거 알면서도, 양심적이지 않다는 거 알면서도 경제 하나만 보고 뽑아준 그가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분을 돌아가시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도덕과 양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아주 작은 비석' 건립, 49재 준비 진행

유족과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진들은 49재(7월 10일)와 안장식, '아주 작은 비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은 현재 정토원에 임시 안치되어 있다. 유언에 따라 장지는 봉하마을이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주 작은 비석'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6일 봉하마을을 둘러보고 유족들과 논의했다. 유홍준 위원장(전 문화재청장)은 최종 후보지 한 곳을 선정하기 위해 최근 몇 차례 봉하마을에 다녀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립위원회는 조만간 '아주 작은 비석'을 세울 위치를 확정할 예정이다.

'아주 작은 비석'이 세워지고, 노 전 대통령 추모공간이 만들어지면 봉하마을은 또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국민장, #정토원, #아주작은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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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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