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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신랑 드럼 치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나는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지요.^^ 우와 놀라워라~!
▲ 거의 20년만에 드럼을 치는 남편 울 신랑 드럼 치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나는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지요.^^ 우와 놀라워라~!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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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6일), 저녁을 먹고 서둘러 밴드 연습실에 찾아갔다. 며칠 앞서, 동호회에 잘 아는 분이 친구들끼리 기타를 치며 밴드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자기네 연습실에 놀러 한 번 오라는 얘기를 듣고 간 것이다. 한 주에 화요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연습을 한다는데, 우리가 찾아갔을 땐 벌써 한창 연습을 하고 있었다.

드럼, 일렉기타, 베이스 기타, 연주하는 분들 너덧 분이 계셨는데, 오늘따라 몇 분은 연습에 못 나오셨다고 했다. 연습실은 사무실에 딸린 곳이었는데, 나름대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방음장치도 해놓았고, 색소폰이랑 키보드, 전자오르간… 갖가지 악기들이 방안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밴드 연습실을 처음 보는데다가 이렇게 연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울 남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아니, 더욱 남달랐다고 해야겠다.

남편은 학창시절부터 그룹사운드를 했고, 군부대 공연도 다녔다. 또 얼마 동안은 음악으로 밥벌이도 했던 사람이니 이런 곳에 온 느낌이 더욱 남달랐으리란 생각은 저절로 든다. 집에서는 키보드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다. 또 그것으로 녹음하고 곡도 쓰고 했으니, 우리 남편 솜씨를 익히 잘 알았지만, 오늘 또 다시 크게 놀랐다.

마침, 오르간을 맡은 이가 그만 두는 바람에 그 자리에 대신 서서 연주를 했는데, 영 헤매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자기가 만지던 악기도 아닌데다가 파트별로 따로따로 만든 낯선 악보를 보며 연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게다.

그렇더라도 본디 솜씨(?)가 있는 터라 몇 차례 함께 맞춰 하다 보면 이내 너끈히 연주하지 싶었다. 나도 이분들이 연주하는 곡에 맞춰 노래도 몇 곡 불렀는데, 영 아니었다. 노랫말 악보도 없고, 키도 잘 맞지 않는 데다가 생전 처음 뵙는 분들 앞에서 노래를 하려니 여간 쑥스럽고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몇 곡을 맞춰 보고난 뒤에 울 남편, 드럼을 한 번 쳐보고 싶다고 하니 한 번 해보라면서 자리를 내주셨다.

이윽고…. 드럼 채를 붙잡은 남편이 두드리는 드럼 소리에 귀가 확 틔었다.

사진기를 가져가지 않아 손전화기로 찍어서 또렷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런 모습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 나이 오십이 넘은 친구들이 모여 밴드를 만들었어요. 사진기를 가져가지 않아 손전화기로 찍어서 또렷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런 모습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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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치는 분이 바로 우리를 여기로 오게 한 분이시다. 동호회 야유회 때나 모임이 있을 땐, 늘 남편과 둘이서 기타를 치고 키보드를 치면서 흥을 돋우던 분이지요.
 기타를 치는 분이 바로 우리를 여기로 오게 한 분이시다. 동호회 야유회 때나 모임이 있을 땐, 늘 남편과 둘이서 기타를 치고 키보드를 치면서 흥을 돋우던 분이지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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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드럼, 트럼펫, 오르간, 기타…. 안 다뤄본 악기가 거의 없을 만큼 잘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드럼 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속에서 잠자고 있던 무언가가 확 깨어나서 용솟음치듯 드럼을 두드리는데, 눈이 휘둥그레지고 귀가 열렸다. 신나는 리듬은 말할 것도 없고, 애드리브까지 넣어서 연주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나고 가슴 저 밑바닥부터 무언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반했다.

홀딱 반했다.

참으로 멋졌다.

울 신랑이 이렇게 멋지게 보일 수 있다니….

그것도 벌써 거의 20년 가까이 드럼 채를 놓고 살았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해보는 것인데도 어쩜 그리도 잘 하는지…. 나, 오늘 대놓고 서방 자랑하는 팔불출이 되어도 좋다. 함께 연주하던 분들도 남편이 치는 드럼 소리를 듣더니, 손뼉을 치고 잘 한다고 칭찬해주셨다. 말은 안 했어도 나 또한 속으로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던지….

그 바람에 앞으로도 계속 나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주마다 화요일, 목요일에 하는 연습 시간에 꼭 나와 달라고…. 남편도 그러마고 했다. 나도 반대하지 않았다. 거기 계신 분들 모두 친구 사이고, 나이가 오십대이다. 그런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이렇게 틈나는 대로 모여서 연습을 하고 또 자기 꿈을 펼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앞서도 몇 군데서 연주도 했다고 하던데, 앞으로도 함께 연습하고 양로원이나 노인정,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공연도 해보자고 했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짬짬이 틈내어서 갈고 닦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눈에 그려진다.

또 다른 하나,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될 테니까…. 또 울 남편은 옛날 감성을 되살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될 테니까,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런 기회를 닿게 해준 그분께 무척 고맙고, 내치지 않고 함께 기뻐해준 그 친구 분들이 퍽 고맙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갖가지 서로 다른 악기를 모두 연주할 줄 아는 게 퍽 신기합니다. 나이 오십이 넘은 친구들끼리 함께 모여서 연습하고 연주회도 따로 하는 걸 보면 참 뜻 깊게 살아가는 분들이에요.
▲ 음악하는 이들은 놀라워요. 갖가지 서로 다른 악기를 모두 연주할 줄 아는 게 퍽 신기합니다. 나이 오십이 넘은 친구들끼리 함께 모여서 연습하고 연주회도 따로 하는 걸 보면 참 뜻 깊게 살아가는 분들이에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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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에서도 늘 전자오르간과 기타를 치는 모습을 자주 봐왔어요.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오르간 위에서 손가락이 막 날아다닐 만큼 솜씨가 놀라운데...오늘 여기에서 낯선 악보를 보면서, 난생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주를 하는 걸 보니 우리 남편도 헤매더군요.
▲ 남편 전문(?)은 전자오르간 남편이 집에서도 늘 전자오르간과 기타를 치는 모습을 자주 봐왔어요.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오르간 위에서 손가락이 막 날아다닐 만큼 솜씨가 놀라운데...오늘 여기에서 낯선 악보를 보면서, 난생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주를 하는 걸 보니 우리 남편도 헤매더군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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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밴드, #그룹사운드, #음악,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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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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