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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내과에는 주로 남자 환자분들이 많이 입원합니다. 호흡기 질환들이 대부분 흡연과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담배를 많이 피우신 할아버지들이 많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게 되는 것 입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가래 끊는 소리나 기침소리 , 혹은 호흡곤란 때문에 산소튜브를 코에 꼽고 있는 광경은 호흡기 내과 병동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할머니 환자 분이 있었습니다. 병명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90%이상이 흡연 때문에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인 할머니.

가정 내에서의 금연이 필요합니다
▲ 금연 가정 내에서의 금연이 필요합니다
ⓒ 천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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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할머니께서 20년 이상 담배를 피워야 걸린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계시다니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조금 자유롭게 되었지만, 할머니 시대에는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었을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보통의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처럼 깡 마른 체구에 누워서는 호흡이 곤란해서 앉아서 생활하신다는 할머니. 거기다 끊이지 않는 기침과 가래 때문에 할머니 근처에서는 좋지 않는 냄새도 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냄새야 어쨌든 간에 교수님의 지시로 차트를 작성해야 했던 저는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할머니 담배 피운 적 있으세요?'
'아니'
(놀라며) '한번도 피운 적 없으세요?'
'없지. 여자가 무슨 담배야.'
'정말요?'
'정말이지. 여자가 무슨 담배야. 돌아가신 분(할아버지)이 피우기는 했지만...'

그렇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에 꼭 2갑씩은 담배를 피우셨다는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도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는 할아버지는 밖에서든 집에서든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셨다고 하셨습니다. 30-40년을 그런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오신 할머니는 한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으셨지만, 간접흡연만으로 20갑 이상의(pack-year) 흡연력이 있어야 걸린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렸던 것입니다.

물론 할머니 병의 원인이 정확히 간접흡연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정확하게 간별할 방법이 없을 뿐아니라 다른 생활 속에서의 먼지나 직업적 요인으로도 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서는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간접흡연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그러고 보면 사실 간접흡연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고 간접흡연을 가장 많이 제한해야 하는 곳은 가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거리에서의 간접흡연이나 식당 pc방 등에서의 간접흡연 역시 규제 해야 하겠지만 그런 곳에서는 원하지 않는 경우 가지 않으면 되고, 머무는 시간도 길지 않겠지만, 가정은 원하지 않는다고 가지 않을 수도 없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기 때문입니다.

가정 내에서의 간접 흡연은 가족 전체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흡연 때문에 생기는 병들은 몇 년 안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간접흡연해 왔던 것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많은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담배 피우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마세요!

물론 담배 피운다고 모두가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질병이 거의 다 그렇지만 대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환경적 요소가 결합될 때 질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환경적 요인 만으로(흡연) 질병이(폐암)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는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는 마십시요. 당신은 담배를 아무리 피워도 폐암에 걸리지 않고 잘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지만 당신과 가까이에서 간접흡연을 한 것만으로 폐암에 걸려 죽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머니를 폐암으로 잃었습니다. 단 한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도 없는 어머니셨는데, 아버지가 하도 담배를 피우셔서 담배라는 말만 들어도 싫어하시던 그런 분이 폐암으로 (담배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폐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버지는 그 자리에 없으셨습니다. 아니 같이 병원까지 오셨지만 차마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시고 계속 밖에서 서성이셨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아버지를 미워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폐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나서도 아무 말씀 없이 그저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잘 될거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제대로 쳐다보시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폐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아마 아버지는 자기 탓을 하셨겠지요.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혼자 지내시는 것이겠지요.

항상 자기는 담배 피워도 괜찮다고 말씀하셨던 아버지였는데 그리고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시던 아버지였는데,  평생 담배 한번 피워보신 적 없는 어머니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물론 아버지는 그 후로 단 한번도 담배를 피우시지 않으셨습니다. 불쌍한 어머니.. 그리고 더 불쌍한 아버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끊는게 어떻겠냐고 하면 내가 원해서 내가 담배를 피우겠다는데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다른 사람이 침범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도 인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죽어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그렇게 하십시요. 담배를 피워서 병에 걸리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데, 그래도 꼭 담배를 피우겠다는데 막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대신 그렇게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제발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른 사람들 피해가지 않게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피워주십시요. 

당신이 피운 담배에 당신이 죽는 것은 상관 없는데, 한번도 담배는 피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당신이 피운 담배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니 말입니다.

감히 당신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인권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피우려거든 제발 혼자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피우십시요. 길거리에 지나다니면서, 사람들 많은 곳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됩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

그리고 아직 미혼인 여성분들께 감히 권해 드립니다. 담배 피우는 남자라면, 결혼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쎄요...

-요약-
1. 분명 담배 피운다고 모두가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2. 하지만 분명 담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3. 돌아가신 어머니보다 남아있는 아버지가 더 안타까운 것은 왜 일까요?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 입니다



태그:#간접흡연, #금연, #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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