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란 금계국金鷄菊이 한창입니다. 얼핏 코스모스의 자태가 나나기도 합니다. 같은 국화과이며 원산지가 북미인 점도 같습니다만 코스모스의 여리고 하늘하늘한 맛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꽃모서리가 금빛이며 닭 볏을 닮은 연유로 금계국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 꽃은 외롭게 한두송이가 피기보다 군락을 이루면 장관입니다. 헤이리에도 지금 곳곳에 금계곡이 만개해서 노란 맵시를 뽐내고 있습니다.

 

헤이리는 이웃 간 담이 없는 마을입니다. 담뿐만 아니라 대지 경계선이 확연히 들어나는 어떤 물리적 방법도 금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자신의 땅 경계를 따라 울타리로 느껴질 방식으로 나무를 식재하거나 돌로 표식을 하거나 하는 일체의 행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자칫 마음의 담일 수 있는 높은 담장을 만들기보다 담이 없는 불편을 감수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헤이리에서는 한 집의 조경이 이웃집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연유로 이웃 간에 공유하고 있는 몇 가지의 조경원칙이 있습니다. 너무 인위적이지 않을 것, 이웃집간의 조화를 우선할 것, 본디부터 우리 땅에서 나고 우리 땅에서 자란 나무와 꽃을 우선할 것 등입니다.

 

헤이리 건설 초기에 갈대광장을 비롯하여 곳곳에 할미꽃을 식재하고 메밀을 비롯한 몇 종류의 야생화 씨앗들을 뿌린 적이 있습니다. 모종을 심은 할미꽃은 활착에 성공해 한두 해는 소박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대처에서 온 사람들이 야생화는 채취 가능한 것으로 알고 한 두 뿌리씩 캐어가 버렸습니다. 지금은 갈대광장 언저리 어디에서도 할미꽃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파종된 야생화 씨앗들도 한두 해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도 했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점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야생화도 인공화 된 곳에서는 결코 스스로 활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야생화야말로 진정 야생의 상태가 최상의 삶의 터전일 테니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파종하고 방치하는 건달농법에도 불구하고 본디 우리 꽃이 아니었던 이 금계국만은 번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금계국의 굳건한 생명력덕분에 6월이면 헤이리 곳곳에서 만발한 금계국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10년대에 처음 한국에 도입된 텍사스가 고향인 이 금계국은 귀화한 식물들의 특성인 강한 생명력과 자생력 때문에 요즘에는 각 지방 거리의 조경으로도 흔해진 꽃입니다. 둑길 주변뿐만 아니라 도시인근의 사람들이 땅에 손을 댄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토양을 가리지 않는 뛰어난 적응력뿐만 아니라 풀 상태로도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다 익은 꽃씨가 땅에 떨어지면 바로 발아하여 다시 자라다가 추위가 닥치면 그 상태로 성장을 멈추고 월동을 합니다.

 

이렇듯 이 꽃의 강한 생명력이 헤이리 사람들을 고민하게 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너무 강한 자생력은 다른 토착식물들의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가꾸지 않아도 그 다음해 더 많이 피고, 그 다음에는 더욱 많아진다면 이것은 두려움입니다.

 

 

이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한 종이 너무 번식에 성공한 나머지 수많은 다른 종들이 멸종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인간의 도구 발명능력과 환경의 적응력이 다른 종들에게 재앙인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금계국의 지나친 번식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일부 이웃들은 이 금계국을 뽑아버리기도 했습니다.

 

금계국의 꽃말은 '상쾌한 기분'입니다.

경사지에 노랗게 흐드러지게 피어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무대 위의 능숙한 발레리나처럼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 우울했던 마음도 금방 밝아집니다. 그 짙은 향은 저의 발길 뿐만 아니라 벌과 나비도 유혹함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람에 의해 상처 난 땅을 이 노란 꽃으로 메워 상쾌한 기분을 회복하게 하는 금계국. 그 금계국에 의해 자리를 내주어야하는 여린 야생화. 금계국 핀 헤이리의 언덕에서 조화와 어울림을 생각해 봅니다. 이즘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상생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금계국, #헤이리, #모티프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