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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촛불은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수천, 수만 개의 촛불이 모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것은 큰 힘을 발휘한다. 지난해 우리는 그 광경을 목격했다. 힘없는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밝히는 이유다. 지난해 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된 현실 앞에서 결코 좌시하지 않았던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은 공동체적 경험은 오늘도 우리 모두의 가슴에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봄 전국에서 날마다 어둠을 밝혔던 그 촛불이 미술관에 다시 켜졌다. 9일부터 광주 예술의 거리에 있는 원화랑에서 열리는 허달용(46·광주민예총 회장)씨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그것이다.

 

오는 17일까지 '촛불 든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를 주제로 열릴 이번 전시에서 허씨는 지난해 거리를 가득 메웠던 촛불의 희망과 감동을 섬세한 필치로 되살린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당시 촛불집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고 그때의 감동을 전해주는 '연서1', '연서2', '연서3', '연서4'를 비롯 '5월에 내리는 눈', '한숨', '풍죽', '마음에서 손끝이 오더라' 등 한지에 수묵으로 채색한 작품들이다.

 

지난 80∼90년대 민중미술의 상징이었던 직설적인 화법을 살리면서도 한지와 먹물이 갖는 여유와 여백을 한껏 뽐내 예술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 '빗자루나 몽둥이만 들어도 명필이 나온다'는 진도 양천 허씨(陽川 許氏) 집안에서 태어난 그답게 먹을 감칠 맛 나게 잘 썼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민심을 표현인 촛불을 어떻게 그림에 담아야 할지 고민하고, 어둠 속에서 나와 세상을 밝혔던 촛불의 울림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지난해 비상시국회의 광주실행위원장을 맡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인물. 거리에서 붓 대신 마이크를 잡으면서 '금남로의 화가'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열린 4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현장에 참여했었습니다. 거기서 여러 생각들을 했었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가 나를 억눌렀습니다. 그러나 나의 소망은 하나였습니다. 황사와 같은 날들 속에서 붓을 들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거."

 

촛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그의 다른 표현방식이다. 집회현장의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것보다, 화가로서 붓을 들고 그림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라고.

 

1989년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한 허씨는 1989년 신예표현전(광주 갤러리 무등방)을 시작으로 '조국의 봄전', '일하는 사람들전', '오월전·통일전', '통일미술제' 등 지금까지 개인전을 다섯 차례 열고 단체전에 50여 차례 참여하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 왔다. 현재 광주민예총 회장, 한국민예총 상임이사, 민생민주광주전남회의 집행위원장도 맡고 있다.

 


태그:#촛불전, #허달용, #광주민예총회장, #원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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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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