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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7·4 공동성명이 발표될 때 순진한 국민들은 금방이라도 통일이 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해가 가기도 전에 통일은 10월 유신헌법으로만 가능하다며 순식간에 모든 염원은 유신통일에 갇히게 되었다. 소위 유신 헌법은 1979년에 그 형식적 수명을 다했지만 내용으로는 전두환의 5공 헌법으로 연장되어 1987년까지 계속되었다. 그 15년 동안 한국 사회에선 한 사람의 최고 권력자가 죽고 광주민중이 학살당하고 수많은 청년학생 지식인들이 죽고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저항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졌다.

6월 항쟁은 억눌렸던 국민들의 자각운동이었고 이는 대통령 직선제로 완결되었다. 이 아홉 번째 개헌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상당 부분 진전되었고 구세력과 신세력이 사이좋게(?) 10년씩 정권을 나누어도 보았다. 1987년 이후 각 분야의 발랄한 변화는 민주화가 사회 발전에서 얼마나 중요한 동력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1987년 체제도 이제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확대된 국민들의 요구를 담을 그릇이 더 이상 될 수 없다는 것을 요즘의 위기가 증명하고 있다.

현재의 대통령제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위기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자살을 택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초가의 처지가 된 것은 이념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대통령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분단이념이 강력한 토양 위에서 대통령 중심제로는 더 이상 통치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5공 이전과 같은 독재이거나 분단 상황이 아니라면 문제는 다르겠지만, 지금의 대통령제는 이념의 양극화를 견디기가 어렵다. 그러기에 자꾸 독재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지만 국민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어디나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로 나눠지게 되어 있고 그것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것은 경향으로는 경제적 처지에 근거를 두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저학력사회가 극단주의에 더 취약한 역사적 경험들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지금 대통령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위기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
 지금 대통령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위기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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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의 애국애족과 친일반공의 애국애족, 어눌하기 짝이 없는 보수와 진보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세력들이 분단을 매개로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친일을 덮는 데 반공만한 것이 없었던 친일파들이 6.25를 겪으면서 그들의 반공은 곧 애국애족으로 탈바꿈되었고 이들은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이라고 늘 자랑하고 있다. '주체사상의 애국애족'이 '친일반공의 애국애족'과 대결하고 있는 이 비정상적인 민족분단 속에 상식적이고 건전한 보수와 진보는 늘 어눌하기 짝이 없게 마련이다.

이제 극우보수들도 독자 정당을 만드는 체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반북이 자신들의 선이고 모든 것인 그들에게는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친북세력이라 말하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그들 눈에는 남북 간 어떤 교류도 내통으로 보인다. 그 세력이 지금 정국을 이끌고 있다는 데 이명박 정부의 아픔이 있다. 노무현 정권이 근거 없는 실용에 발목 잡혀 중심을 잃었다면 이명박 정권은 극우들에 둘러싸여 좌초되기 직전이다.

극우들은 이명박 정권을 물고 결코 놓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자신들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라도 물고 놓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들을 건전한 정치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조갑제, 김용갑, 지만원, 김동길씨 등이 극우정당을 만들어 국민들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지지층은 공산주의보다는 넓을 터이니 말이다. 극우정당, 보수당, 진보당, 극좌정당, 이렇게 분화되는 것이 건강한 한국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사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극우세력들은 경상도에 은신하면서 보수 세력이 모두 자신과 같은 마음인양 과대포장되기를 바라지 말고 당당히 정당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극좌 세력도 마찬가지다. 존재한다면 그렇게 해보라. 최소한 남쪽이라도 민주주의 국가를 잘 만들어야 통일 운운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통일의 상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사람들은 막연하기 때문이다. 이 희뿌연 의식세계를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모든 것을 친북과 반북으로 나누려는 극우세력이 자신들을 세련되게 정치세력화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양극화를 강화하는 지금의 정치풍토를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은 범 보수, 범 진보만 요구할 뿐이지 극단주의로 치닫는 것을 막을 길이 없게 되었다. 지나친 경쟁은 늘 극단주의에 기대게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우파라 부르는 극우세력들이 반대자를 좌파로 부르면서 친북과 동일시하는 이 사회의 낮은 정치의식을 더 이상 방치하면 사회는 점점 더 퇴락할 것이다.

열 번째 개헌, 검찰과 사법부 자유롭게 할 것

열 번째 개헌은 이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퇴행적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여 정상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진지한 작업이 바로 열 번째 개헌의 핵심이다.

열 번째 개헌의 또 다른 핵심은 여전한 권력독점의 문제일 것이다. 독점된 권력이지만 그 독점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늘 갈등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지금의 대통령제는 한국사회의 적대적 이념의 토양 때문에 이미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시대와 조건에 맞게 되었다. 극우주의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처럼 참여하도록 하면 수준 있게 이념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중선거구제와 양원제도 폭넓게 검토할 수 있다.

또 열 번째 개헌의 중요한 측면 하나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과 사법부를 새롭게 위상 정립해야 하는 데 있다. 외압을 인정한 임채진 총장의 하소연과 신영철 스캔들이 검찰 사법부의 개혁을 웅변하고 있다. 임용과 재판제도 그리고 주요법관의 선출(간선도 포함)까지 폭넓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개헌이어야 한다. 정의와 진리는 사법부가 올바로 서지 않는 한 탁상공론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검찰과 사법부는 지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1987년 헌법이 군인들을 자유롭게 하는 데 그 깊은 시대적 의의가 있었다면 열 번째 개헌은 검찰과 사법부를 자유롭게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열 번째 개헌은 미래지향적이고 국제화된 세계 속에서 진정한 통일국가를 만드는 기초를 분명히 하는 역사적인 작업이다. 평화 헌법이고 미래 통일국가의 틀이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리더국임을 자임하고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개헌이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경제 개발만큼이나 인위적이었다. 헌법을 바꿀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변동이 있었다. 그러므로 개헌을 말한다는 것은 더 이상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헌법을 자주 바꾸는 것을 수준 낮은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헌법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장점은 헌법 개정을 통해 짧은 기간 내에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지금 국민들은 작금의 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것을 개헌으로 수용할 때가 이르렀다. 1987년 체제는 우리 국민들에게 이미 고루하다. 이 체제가 계속되는 한 1인당 국민 소득은 2만불에서 계속 뒷걸음질할 지도 모르고 정치는 더욱 낙후되어 모든 분야의 발목을 잡고 남북 갈등은 늘 일촉즉발의 긴장으로 국제사회에서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헌의 때가 이르렀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철우 전 국회의원의 블로그 '흐르는 강물처럼'에 같이 실립니다.



태그:#개헌 , #6월항쟁 ,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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