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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처음 국회에 진출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들어간 첫 해부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참 자주도 싸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쟤넨 대화할 줄을 모르나. 완전 싸움닭들이구만. 결국 쟤네도 똑같네' 하며 손가락질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이득이 될 것도 있겠지만 서민경제는 더욱 어렵게 만들 한미FTA를 통과시킬 수 없었습니다. 전쟁은 나쁘다고 배워온 우리 젊은이들을 국가간 힘의 논리 때문에 전쟁터로 내몰 수 없었습니다. 이라크 파병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대화가 되면 좋았겠지요. 상식적이면 됐을 텐데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이미 복잡한 이해관계들로 얽혀있는 국회를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노동자 평균임금을 받고 그 외의 월급은 당으로 헌납하며 의정활동을 하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순진하다고, 정치를 모른다고, 괜한 미움을 사야했음은 물론이지요. 그렇게 4년 내내 싸우고 또 싸워야 했습니다. 그 싸움을 지켜보는 난 그들이 소수라서 외로워보였습니다. 그런 그들을 손가락질 하는 이들의 그 끝이 칼날이 되어 그들 가슴이 베일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 안에서 겪을 좌절감과 패배감도 감히 상상해볼 수도 없었구요.

그렇게 민주노동당 첫 국회 진출,
의정활동 4년을 마친 이후의 총선이었습니다.

비례후보 중 낯선 이름이 몇 있었습니다.
거기서 당신 이름을 처음 봤어요.

'이정희......변호사?'

당신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였습니다. 돈을 벌 생각이라면, 권력을 얻을 생각이라면, 당신에겐 수많은 기회들이 열려있었겠지요. 당신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변호사로 살기 위해 애쓰셨지만, 난 당신을 반신반의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은 정말 열린 기회들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당신이 '민주노동당'을 짊어지고 국회의원을 할 수 있을까, 지치거나 좌절하거나 흔들리지 않을까 재고 또 쟀었습니다. 시기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직 후, 믿어온 국민들에겐 상처를, 흠 하나 잡히길 기다렸던 사람들에겐 큰 먹잇감을 안겨준 때였습니다.

촛불 든 이정희의원
 촛불 든 이정희의원
ⓒ 이정희의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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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이 '우린 참 평범합니다' 했을 때
난 씁쓸하게 웃었었습니다.

당신이 평범해 보이지 않았던 거죠. 이제와 당신에게 난 참 미안합니다. 이제 당신은 법원보단 거리와 더 잘 어울려 보이는 사람입니다. 당신 말대로 당신은 참 '평범한' 사람입니다. 경찰들에 의해 연행되는 시민들을 찾아오겠다며 '체면없이' 맨 발로 정정한 전경들 틈에서 몸부림치는 당신을 보며 참 '평범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두 아들이 있다셨지요. 큰 아들은 "빼어나나 평범하게"란 뜻을 담은 준범, 작은 아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승리"란 뜻을 담은 승범이라구요. 당신의 '평범함'에 대한 사랑은 그 뿌리가 참 깊다는 걸 이제야 헤아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는 걸 느낍니다.

당신 글 들 속에 녹아있는 늘 '배우는' 겸손함을 이젠 믿습니다. 정경유착과 이해관계로 얼룩진 국회에서 '착한' 사람을 대변해 줄 당신을 믿습니다. '평범하게' 살 되, '실력있고' '착하게' 살겠다는 당신은 이제 나의 롤모델이 되어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를 믿고, 평범한 사람들이 이기는 날까지,
평범하게, 하지만 잘 하겠습니다."

라던 당신 말의 진정성이 이제 내 가슴을 덮쳤습니다. 눈물을 훔쳤습니다.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당신이 결코 이 의기를 본인의 업적으로 삼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고 박종태 지회장과 함께. 그를 만난지 불과 보름만에 그의 죽음을 접했던 이정희의원은 블로그에 아픈 마음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 박종태 지회장과 함께. 그를 만난지 불과 보름만에 그의 죽음을 접했던 이정희의원은 블로그에 아픈 마음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 이정희의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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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당신은 거리 위에 앉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부의 강압 아래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들끓는 민심에도 귀를 막고 시민들을 범죄자로 대하며 일체의 반성도 사과도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에 숨이 막힌다"

비단 그것이 당신만의 마음이겠습니까. 당신같이 '평범한' 이들도 같은 마음입니다.
비켜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꼼수를 부리지 않아 정면승부를 택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이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벌써 몇 번 째입니까. 안타까운 마음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이번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통과를 막고, 검찰개혁을 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두려워 해 더 이상 이렇게 일방적인 행보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을 때까지, 책임 있는 사람들이 과감하게 나서야 할 때이다."

그렇게 당신은 온 몸으로 '희망'을 그립니다. 개인 '이정희' 가 아닌, 서민정당,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으로 자신을 세워가며 당신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대한문의 이정희의원 단식농성 현장. 얼마 전, 디스크수술을 받으신 권영길 의원도 보인다.
 대한문의 이정희의원 단식농성 현장. 얼마 전, 디스크수술을 받으신 권영길 의원도 보인다.
ⓒ 이정희의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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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민주노동당을 좋아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대안이라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민주노동당은 투쟁만 하지 않냐며 비판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변치않는 자세로 실력을 길러나가면 언젠가는 민주노동당만이 대다수의 국민들을 정말로 대변하는 정당임을 알아 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 당이 껌인냥 씹히고 공인냥 차일 때, 내 마음은 참으로 쓰렸습니다. 그렇게 어려울 때 민주노동당이란 이름을 몸소 받으며 맨발로 거리의 국회의원으로 살아가는 당신 모습은 설레고 든든합니다.

'희망'이 눈 앞에 있습니다.

조만간 대한문 앞에 당신을 찾아가볼까 합니다.
곧 숨막히는 더위가 찾아올텐데 걱정입니다.
얼음물을 사가지고 가야겠어요. 더위 뿐 아니라 당신 마음에 국민들만큼이 쌓여있을 울분도 식혀주고 싶은 맘 때문입니다.
더디지만 내 한 걸음도 당신과 같은 방향일 거라는 걸 약속합니다.
당신의 어지간한 글의 마무리를 따라 나도 오늘은 당신 흉내를 내며 글을 맺겠습니다.

"몸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http://our-dream.tistory.com/48 중복게재



태그:#이정희의원, #단식농성, #대한문,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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