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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이주노동자공대위 소속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수원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하라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기이주노동자공대위 소속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수원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하라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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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과잉단속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에 쫓기다 옹벽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과 출입국관리 당국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의 무리한 추격을 피하다 추락해 다쳤다"며 치료비 배상 등 법적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반면 출입국관리 당국은 "해당 노동자가 자기 과실로 다친 것이기 때문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사건경위를 조사한 결과 단속반이 심한 부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병원 이송 등의 응급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2일 다산인권센터·안산이주민센터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경기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미등록 중국 이주노동자 심아무개(39)씨는 지난 4월 20일 오전 11시쯤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단속반에 쫓기다 약 5m 높이의 옹벽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심씨는 머리뼈가 함몰되고, 오른쪽 발뒤꿈치 뼈가 부서졌으며, 오른쪽 손과 팔목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심씨는 수원 J병원에서 2차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으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여서 의사소통이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 조사결과 당시 사건경위는 이랬다. 3년 전 여행비자로 입국해 미등록 상태로 수원 등지의 건설공사장에서 일해 온 심씨는 이날 비가 내려 일을 나가지 못하자 수원시 지동 '못골 놀이터' 부근에 사는 중국인 친구의 셋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심씨가 친구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수원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승합차량 2대를 세워놓고 다세대주택 3개 동에 대해 이른바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단속반은 주택을 샅샅이 뒤져 심씨의 친구 5명을 포함해 10명의 이주노동자를 붙잡아 연행했다.

이를 본 심씨는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씨를 발견한 단속반원 2명이 곧바로 쫓아와 그의 웃옷을 붙잡았고, 심씨는 순간적으로 옷을 벗어버린 채 도망치려다 약 5m 높이의 옹벽 아래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의 머리와 코에서는 피가 흘렀고, 다리를 다쳐 일어서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대위 측은 당시 단속반원들이 심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응급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대위 측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단속반원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심씨 주변에서 한동안 지키고 서 있다가 그대로 가버렸다"면서 "심하게 다친 사람을 응급구조 조치도 않고 방치한 것은 무책임하고 반인권적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단속반이 떠난 뒤 심씨는 다리를 절며 가까스로 자신의 집에 도착해 실신했으며, 이날 밤 늦게 다른 친구들의 도움으로 수원 J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20일 오전 단속반에 좇기다 5m 높이의 옹벽에서 추락해 오른쪽 머리뼈가 함몰되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이주노동자 심아무개씨.
 지난 4월 20일 오전 단속반에 좇기다 5m 높이의 옹벽에서 추락해 오른쪽 머리뼈가 함몰되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이주노동자 심아무개씨.
ⓒ 다산인권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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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오전 단속반에 좇기다 5m 높이의 옹벽에서 추락해 오른쪽 머리뼈가 함몰되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이주노동자 심아무개씨.
 지난 4월 20일 오전 단속반에 좇기다 5m 높이의 옹벽에서 추락해 오른쪽 머리뼈가 함몰되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이주노동자 심아무개씨.
ⓒ 다산인권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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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당시 심씨는 조금만 늦게 병원에 도착했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부상이 심각한 상태였다는 게 담당 의사의 소견이었다"며 "그동안 수술비와 입원치료비 등으로 2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심씨는 더 이상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달 29일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병원비는 공대위와 병원 측의 도움으로 일부를 감액 받았고, 나머지는 고향의 부인이 빚을 얻어 보내온 돈으로 처리한 상태다.

김 활동가는 "현재 심씨는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다친 몸에, 치료비로 엄청난 빚까지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도 없는 안타까운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수원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은 영장도 없이 주택가를 수색해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붙잡아 강제로 추방했다"면서 "하지만 단속반은 기본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단속 과정에서 일어날 사고에 대한 대비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영장 없이 가택 및 공장 출입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또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으로 의심될 경우 보호명령서나 긴급보호서 제시 없이 임의동행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 규정이 무시된 채 불법 단속이 관행화해 돼 있는 실정이다.

김 활동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은 명백히 수원출입국관리소에 있는데도 출입국관리소 측은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하고 있다"면서 "심씨의 치료비 부담 등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대위는 앞으로 출입국관리 당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폭력 단속 중단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수원출입국관리소 측은 공대위와 엇갈린 주장을 했다. 최근구 조사계장은 "심씨는 우리 단속반을 보고 달아나다가 옹벽에서 떨어져 다친 것으로, 단속반의 책임이 없다"면서 "자기 과실로 다쳤기 때문에 치료비 등 물질적 보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최 계장은 "단속반이 심씨를 뒤쫓아 가 웃옷을 잡는 등 무리하게 추격하는 과정에서 심씨가 이를 피하려다 옹벽으로 추락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관련해 "단속반이 뒤쫓았지만 심씨의 웃옷을 붙잡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심한 부상을 입은 심씨를 병원 이송 등의 응급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과 심씨를 체포하지 않고 보내준 이유에 대해서도 "119구급차를 불러줬으나 심씨가 싫다고 했으며, 심씨의 신분을 강제로 확인할 수 없어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이주노동자, #추락 중상, #과잉단속, #수원출입국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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