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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밖에 머무르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이 복귀 시동을 건 모양이다. '추모정국' 후폭풍으로 여당에 몰아닥친 쇄신론에 그와 가까운 의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쇄신론의 주된 주장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지도부 교체'다. 이 배경엔 이 전 의원의 정계복귀 노림수가 있다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여권 쇄신론에 '권력 함수'가 숨어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거세지는 여당 '지도부 사퇴론'... 잇단 기자회견·성명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선 의외의 인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택기·김용태·임해규·정태근·조문환·차명진 의원 등 초·재선 의원 6명이다. 회견장엔 나오지 않았으나 정두언 의원도 회견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당부터 쇄신해야 한다"며 조기전대를 염두에 둔 지도부 동반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작금의 민심이반은 단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한나라당과 정부,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민심이반이라는 작금의 사태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이하 조기전대) 개최 ▲국정기조·국정 시스템 개편 ▲대탕평의 정치·인사를 주장했다.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조기전대를 통한 당 지도부 교체를 기점으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까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태근 의원은 "정부와 청와대 참모진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한 국정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리 지도부부터 새로 세우는 모습을 보여야 (청와대·정부의) 변화를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구상하는 조기전대의 시점은 10월 재·보선 이전이다. 정 의원은 "(조기전대를 해도) 어차피 10월 재·보선도 어렵지 않느냐는 '패배주의'는 안된다"며 "당장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 차기 총선, 차기 대선까지 바라보고 민심을 얻기 위해 지금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의 면면이다. 차명진·권택기·김용태 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과 가깝다. 특히 권·김 의원은 평소 이 전 의원이 아들처럼 여기는 이들로 알려져 있다.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친이직계'이자 '친이 소장파'로 나뉜다.

 

이들은 모두 '범친이'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이기도 하다. 함께 내일로는 이 전 의원이 17대 국회의원 시절 주축이 됐던 '국가발전연구회'의 후신 격이다.

 

이재오계 "조기전대-지도부 사퇴" 배경 두고 추측 난무... 이재오 "황당"

 

이런 까닭에 여권에선 이들의 '지도부 사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에 불어닥친 쇄신론에 기대어 조기전대 개최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정계복귀를 도모하려는 것 아니냔 추측이다. 더구나 '추모정국'을 거치면서 민심이 악화돼 10월 재·보선을 통한 원내 진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당 쇄신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은 세 무리로 나뉜다. 개혁성향의 초선, 이재오계 그리고 친이 소장파다. 이중 이재오계와 친이 소장파가 나선 데에는 박희태 대표와 함께,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구주류를 교체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란 해석이 나돈다. 일종의 '전략적 제휴'란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친이 소장파의 '맏형'인 정두언 의원이 뜻을 같이 했다.

 

이상득 의원은 그간 당·청 관계, 당내 인사의 막후 조정역을 해왔다는 의혹을 여러번 받았다. 당내에서 누구도 무시 못하는 '보이지 않는 지도부'가 그였다. 당초 쇄신특위의 인적쇄신론의 대상으로 이 의원이 지목됐던 건 그래서다. '지도부 교체론'이 힘을 받으면, 그 여세를 몰아 이 의원을 겨냥한 '2선 후퇴'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 최근 당 요직에 이재오계 의원들이 전면 배치된 점도 심상찮다. 안상수 원내대표,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소장, 심재철 예산결산특별위 위원장은 모두 이 전 의원과 각별한 사이다. 각각 국회·입법(원내대표), 돈·조직·공천(사무총장), 여론·전략(여연 소장), 정부 예산(예결특위)을 주무르는 자리에 이재오계가 들어앉게 된 셈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런 해석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런 시각에) 황당하다. '친이'라는 의원들 중에 나와 가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내서 제기된 쇄신론에 대해서도 그는 "나는 지금 교수로서 강의만 하고 있다"며 "당의 문제에 관계할 형편이 아니다. 당 일은 의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시 '사퇴 촉구' 받는 박희태 "말문이 막힌다"... '설움'

 

이 바람에 궁지에 몰린 건 박희태 대표다. 홀로 서서 비바람을 다 맞고 있는 모양새다. 잇따라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박 대표는 "아휴… 내가 말문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며 심란한 속내를 내비쳤다. 의원들이 직접 찾아와 사퇴를 건의한 것만도 벌써 세 차례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던 지난달 29일 남경필·원희룡·권영세·정두언 의원은 박 대표를 찾아가 '용퇴'를 주장했다. 박 대표는 "혼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니 두고 보자"며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앞서 같은 달 초에는 '함께 내일로'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두 번이나 박 대표와 면담해 "물러나셔야 한다"는 건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여기다 이날엔 초·재선 의원 7명이 지도부 사퇴를 공개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끝장토론'을 벌인 쇄신특위도 "지도부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활동 종료가 불가피하다"며 박 대표를 옥죄었다.

 

지도부 사퇴론은 개혁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질 기세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의원들은 앞으로 "동지들의 뜻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1일) 성명을 내어 박 대표를 향해 '용퇴'를 주장했던 초선모임 '민본21'도 향후 의견을 같이 하는 당내 모임이나 의원들과 연대를 열어뒀다. '연판장'을 돌리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4일로 예정된 의원 연찬회가 그 분수령이다.


태그:#한나라당, #이상득, #지도부사퇴, #조기전대,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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