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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문객이 많아 김해 봉하마을은 조문객 숫자를 파악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서울 대한문에는 차벽이 가로막아도 조문객들은 덕수궁을 돌고 돌아 추모하고 있다.

 

'노무현'이 누구이기에, 무엇을 남겼기에 차벽이 가로막아도 조문하는가? 결석을 하고, 점심을 먹고, 수 킬로미터를 걷고, 먹는 것과 화장실도 부족해도 그를 찾는 것일까? 우리나라 정치인 중 어느 누가 죽었을 때 이토록 애잔한 마음으로 흐느끼면서 조문받는단 말인가? 해방 이후 김구 선생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아니 앞으로도 이런 인민들의 눈물 속에 저 먼 세상으로 가는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했다.

 

김해 봉하 마을은 아니지만 경남 진주시의회 앞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대한문과 봉하에서는 몇 시간씩 기다리고, 걸으면서 조문하는데 20분 정도 걷는 거리를 차로 가는 것은 봉하와 대한문에서 조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걸어가기로 했다.

 

분향소에 가면서 '봉하마을은 조문객이 너무 많아 숫자 파악을 포기했는데 진주는 몇 명쯤 될까?' '너무 적으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을 했지만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펼침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조문객은 끊어지지 않았고, 다양했다. 혼자 온 사람, 동무와 같이 온 사람, 중년 아주머니들과 아저씨, 아이들과 함께 온 젊은 여성들이었다. 아이 손을 꼭 잡고 분향하는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그가 무엇을 우리에게 주고 갔는지 말했으며, 한 중년 여성은 서럽게 울고 있었다. 특히 분향소 바로 앞이 시내버스 주차장이라 시내 버스를 기다리 는 동안 잠깐 짬을 내 분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왜 저토록 서럽게 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묻지 않는 것이 우는 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묻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았다. 조문한 이들은 한 마디와 한 줄로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
 

 

"존경합니다. 우리에게 너무 과분한 대통령님 자꾸 눈물이 납니다. 다음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꼭 만나 보고 싶습니다."
 
"마음 편히 가십시오."
 
"대통령님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그를 존경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간 이후에야 그가 얼마나 큰 것을 남기고 떠났는지 알았다. 부모가 돌아가고 나서 후회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이 헛말이 아님을 지금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아직도 그가 남기고 간 것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 아니 추모하는 이들의 길을 막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막는가? 그들은 말한다. 폭력 시위를 우려한다고. 이는 추모하는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 왜 그들이 폭력시위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어느 추모객이 조문와서 폭력을 일삼겠는가? 폭력시위를 우려하는 책임은 추모객들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아닌가? 한 조문객이 남긴 글이다.
 
"어두운 세상 별이 되시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위대한 업적, 그리고 하시고자 했던 일들, 영원한 향기가 되어 남을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를 숭배하거나 극락왕생과 명복을 빌 수는 없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었지만 서민과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살고자 했던 인간 노무현이 남긴 삶의 철학을 배워 내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말이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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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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