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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가 지난 20일 통합에 합의하면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 단체들의 통합은 통합추진기획단이 꾸려진지 4개월 만의 일이다. 통합할 경우 합류를 선언한 개별노조까지 합치면 조합원 15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무원노조가 탄생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합원은 8만 명 수준으로 가장 많았다.

 

전국공무원노조 등 3개 단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각 노조 위원장과 통합추진기획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조직 통합을 결정했다. 오는 10월까지 조직 통합을 완료하고 12월 통합 조직의 임원을 선출키로 했다.

 

일단 통합 노조의 명칭은 '전국통합공무원노조'로 하고 위원장 선거를 치른 후 임원선출을 위한 대의원대회에서 명칭을 확정할 예정이다. 통합노조의 상급단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으로 정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단체들은 최근 불거진 신영철 대법관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대학 등록금 인하, 부자감세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철회, 비정규직 양산 반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공무원노조 통합으로 대정부 교섭에서도 이전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정원 감축, 공무원 연금 개정, 노조 지도부 징계 등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정용천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서민과 공무원들을 벼랑으로 몰아세우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공무원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정부의 막무가내 정책추진에 제동을 걸겠다"고 날을 세웠다.

 

현재 전공노의 조합원수는 117개 지부 5만5000명, 민공노는 87개 지부 6만5000명, 법원노조는 1만명이 가입됐다. 전공노는 지방에서 민공노는 중앙에서 탄탄한 조직을 꾸려왔다. 여기에 법원노조까지 가세하며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공무원노조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통합을 반기는 건 진보 진영이다. 최근 성폭력 사건과 단위 노조의 이탈 움직임으로 입지가 좁아진 민주노총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공무원노조의 통합으로 7만 5천여명의 조합원을 새로 받아들이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4.29보궐 선거가 있기 전인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 세력의 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진보정당 세력이 하나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우려 때문으로 이번 공무원노조의 통합이 정치권으로도 옮겨 붙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공노 사무실을 방문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기쁜 소식을 접하고 방문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며 "공무원노조의 통합 결정이 노동계에 큰 희망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4월 29일 선거에서 진보정당의 후보 단일화로 금배지를 단 조승수 의원이 동석했다.

 

이에 대해 손영태 전공노위원장은 "이번 공무원노조가 통합이 물리적 통합이 아닌 화학적 통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진보신당이 공무원노조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반면 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국회와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인권위원회 등 중앙부처를 비롯해 전국에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지방공무원조직이 한 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 경우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런 고민을 덜어내기 위해 공무원노조법에 복수노조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이와 반대로 통합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부에게 상처를 입혔다.

 

오진섭 행정안전부 노사협력담당관은 지난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성노조 성격이 있어 통합노조 탄생 시 노사 관계가 경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노조 통합과 상관없이 불법관행해소 대책 등 기존 정부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 22일 행안부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공무원정책기조는 공무원노조의 통합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거대노조가 탄생하면 각종 정책추진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조직의 통합에 따른 노조 명칭, 출범시점, 임원의 선출방법 등 해결해야 할 소소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태그:#공무원노조,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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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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