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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 이후에 학원교습을 금지하는 법안이 무산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들이 "아빠 학원 심야교습이 뭐야?"라고 묻습니다.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거야. 밤 12시 넘어서까지 하는 곳도 있다더라."
"헐,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면 언제 쉬고 놀아."

저도 궁금합니다. 밤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언제 쉬고 노는 걸까. 언젠가 일요일 저녁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일가족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학원 갈 시간이라며 중간에 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중에는 학원에 안보내는 우리집을 이상하게 생각한다지만

얼마전에 일제고사를 본 아들이 평가성적서를 받아 왔습니다. 그래프로 작성된 평가성적은 수학이 좀 떨어지는 편이고 과학, 사회는 높은 평가를 보였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의 실력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습니다. 아내는 공부도 안하면서 이 정도인데 공부 좀 하면 더 잘 할텐데, 라며 은근히 치켜세웠지만 아들은 '그까짓 거 뭐 하면 되지' 하는 표정입니다.

6학년이 되도록 학원은 근처도 안가본 녀석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학원에서 왜 또 배우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합니다. 공부는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는 것 아니냐 합니다. 혹시 강제로 학원에라도 보낼까봐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공부 보다 놀고 쉬는 것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어린애일 뿐입니다.

엄마표 쪽집게 과외.
 엄마표 쪽집게 과외.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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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성적이 들쑥날쑥 하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고 학원과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 부부가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교육체계에 거부감이 있기도 하고 학벌에 의지한 삶을 살아가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며칠전 아들이 40점짜리 수학시험지를 내밀었습니다. 본인도 점수가 너무 낮다고 생각했는지 모기만한 소리로 변명같은 말을 중얼거립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아내의 과외가 있었습니다. 틀린 문제를 위주로 설명을 하고 다시 풀어보게 하자 아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거립니다. 벌로 일주일간 컴퓨터(게임)금지와 문제집 풀이를 숙제로 할 것을 약속합니다.학교에서의 수학문제풀이 시간은 너무 짧다면서 집에서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한 불만섞인 하소연으로 들립니다.

저녁 뉴스를 보니 심야과외를 감시하는 학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과 함께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도 컵라면, 햄버거 같은 즉석
식품으로 때워야 할만큼 쉴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아들이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 저렇게 살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병이라도 생기면 학원이 책임지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한국학원총연합회에서는 심야교습금지가 무산되었음에도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격으로
학원말살저지대책위를 결성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학교가 사교육 영역까지 침해했다며 수업후 자율적으로 하는 방과후학교는 물론 개인 및 방문과외, 조기유학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헌법소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오늘도 많은 아이들이 교문을 나서자마자 대기중인 학원차에 올라탑니다. 학교운동장에는
저학년 애들 몇몇만이 미끄럼틀과 모래장난을 할뿐 운동장은 썰렁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네에서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것이 매우 드문 세상입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태그:#학교, #학원, #과외, #심야학습,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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