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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지난 3월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지난 3월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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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30일 최초의 민선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당시 교육감은 "전교조에 휘둘리면 우리 교육이 망가집니다"라는 구호를 서울 전역에 내걸었다. 결국 강남 3구의 몰표로 상대 주경복 후보를 1.8% 차이로 꺾고 서울교육감에 당선되었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 사설학원장과 현직 교장, 급식업체 사장,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 대상자, 학교 공사업체 등에서 수십억을 받은 것이 드러나고, 출처가 불분명한 4억의 돈을 아내가 차명으로 관리하다가 세탁을 거쳐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6월이 구형되었고, 결국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이 선고되었다.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퇴 촉구가 이어졌지만 공 교육감은 물러나지 않고 지금도 교육감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 교육감은 즉시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벌써 공 교육감의 재판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6월 10일,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첫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날이 평일이고 공교육감이 선거 과정의 개인 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근무 중인 40여명의 교육청 직원들이 재판정에 나와서 사설 경호원처럼 공 교육감을 호위하여 빈축을 샀다.

이는 심각한 과잉 충성이자 명백한 근무지 이탈로 공무원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이 일로 징계받았다고 하는 서울교육청 공무원은 없는 것 같다.  공 교육감의 정상적 임기는 2010년 6월 말까지로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다. 1심 선고에 불복하여 항소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공 교육감은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오더라도 불복하여 상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재판 진행 중에 임기의 대부분을 마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의 하위규정인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에 따르면 2심 선고는 1심의 판결이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교육감의 2심 선고는 6월 10일 이전에 나와야 하므로 시간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또 다시 그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공 교육감의 재판은 이렇게 조용할까

이상한 것은 현재 주경복 후보측 선거운동원에 대해서는 거의 매주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공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딱 한 번 공판이 진행되고 거의 소식이 없다는 점이다. 자진 사퇴 가능성은 거의 없고, 2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이 나올 경우 공 교육감의 상고가 거의 명확한 상황에서 보궐선거와 대행규정 등을 고려하여 재판부에서는 더 빨리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혹 재판부가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 교육감의 확정 판결이 6월 30일 이전에 나오면 선거를 다시 해야 하며 그 이후라면 부교육감 대행 체제로 가게 된다. 문제는 선거 비용이다. 잔여 임기가 1년이 안 되는 교육감 선거를 위해 2008년 기준으로 300억이 넘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재판부가 보궐선거를 하지 않기 위하여 6월 이후 선고를 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며, 또 한편에서는 아예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무죄 또는 형의 감경으로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공 교육감은 이명박 교육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인 자율형 사립학교를 가장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5월 희망 신청을 받아 6월 지정 심의 이후 7월에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제중과 자립형사립고 추진을 밀어붙였던 것의 재판(再版)인 셈이다.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이유다.

현재 사법부는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공 교육감의 재판 연기 논란까지 겹치면 사법부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정치적 고려를 떠나 사법부가 법에 따라 빠른 시기에 공교육감에 대한 선고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왜 공 교육감에게는 포괄적 뇌물죄 적용 안 됐나

검찰은 왜 공정택 서울교육감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는 걸까. 사진은 지난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조사를 앞둔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검찰은 왜 공정택 서울교육감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는 걸까. 사진은 지난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조사를 앞둔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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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돈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검찰은 대가성이나 사용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를 포괄적 뇌물로 인정하여 형사 처벌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즉,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는 분명한 증거도 없고(아내가 받았다고 하고 있음) 먼저 요구하였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박 회장에게 어떤 대가를 주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증도 없고, 더 나아가 이 돈을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지만 포괄적 뇌물이라는 명목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이를 공 교육감에게 적용해 보자. 공 교육감은 분명히 직무 연관성이 있는 사설학원업자와 현직 학교장, 학교급식업자, 하나금융회장 등에게 수십억의 돈을 빌리거나 그냥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공 교육감은 이 돈을 이미 알고 있었고 직접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대가성이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무혐의 처분하였다.

검찰은 '알지도 못했다고 하고, 직접 받지도 않았고, 뚜렷한 직무연관성도 인정되지 않는' 노 전대통령에게는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된다고 하면서,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직접 받았으며, 명백한 직무연관성 관계가 있어' 더 악질적으로 볼 수 있는 공 교육감에게는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공 교육감의 아내가 차명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4억 재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서 끝까지 추궁하고 있는 것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당시 공 교육감의 아내는 아무런 수입원이 없는 가정 주부였다. 그런 그가 어디에서 4억이라는 거금을 마련하였는지 검찰은 전혀 밝히지 못하였으며 아내와 공 교육감이 밝히지 않는다고 결국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아무 처분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에 따라 반드시 6월 10일 이전에 판결해야

공 교육감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이것이다. 이쯤 되면 공 교육감이 노 전 대통령보다 세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는 이미 죽은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살아 있는 권력이자, 살아 있는 더 큰 권력인 현 MB정권의 교육계 돌격대장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에 의하여 공 교육감의 2심 선고일은 분명히 6월 10일 이전이다. 사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사법부는 이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이때까지 공 교육감에 대한 선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현재 재판 개입 논란으로 최대의 신뢰 위기를 맡고 있는 사법부가 정치 재판이라는 또 하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사법부는 6월 10일 국민의 눈과 귀가 서울고등법원의 공 교육감 재판으로 모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태그:#공정택, #사법부, #포괄적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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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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