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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신출귀몰, 후안무치, 양두구육, 혹세무민, 야바위….

 

20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도의원이 임기를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난한 막말은 이렇게 다양했다. 지난 6일 취임 후 도의회에 첫 출석한 김상곤 교육감은 이어지는 공세에 "일방적인 말씀이다"고 반박했으나, 오정섭 도의원은 답변도 듣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육감의 답변도 원론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책의 취지와 교육철학만 설명할 뿐 구체적인 정책 근거와 예산을 밝히지는 못했다. 자신의 선거홍보물에 나온 학급당 학생수 감축 공약을 "오타"라고 표현했다가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진보 성향의 김 교육감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취했다. 김경호 도의원은 "아직 취임 20일도 안 됐기 때문에 모른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모르는 대로 답해도 된다"고 격려했다. 백승대 도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무례가 있었다면 대신 사과하겠다,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을 유지하면서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있기를 바란다"고 오 도의원을 비판했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란다" "운동권 행태 할까 우려스럽다"

 

이날 오전 도정질문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도의원은 김 교육감의 선거홍보물을 들고 나와 "실직자 자녀 무상교육,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등의 공약은 1년 2개월 임기 내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다음과 같이 김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오정섭 경기도의원 "선거공약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려고 만든 것이냐, 실천하려고 한 거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경기도 교육의 중장기적 전망과…."

오정섭 "(말을 가로막으며) 1년 2개월 안에 실현되어야 한다. 이 공약을 보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당선되려고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의 공약은 선거용'이라고 고해성사하고 사과하라."

김상곤 "일방적으로 말씀하신다."

오정섭 "사과할 의사가 있냐, 없냐. 이 공약은 도민들을 기만한 거다. 사과 안 하면 공약에 발목 잡힌다."

김상곤 "왜 그런 말씀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정섭 "(다시 가로막으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혹세무민이고 야바위 행위다. 양두구육이다. 이 공약들은 일장춘몽이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란 이 마당에 사과 한마디 없는 교육감을 보면서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 암담함을 표시하면서 질문 마친다."

 

또한 오정섭 도의원은 특목고 설립, 학업성취도 평가 등과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선거 때는 '반대'였다가 지금은 '유보'로 말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다, 김상곤 교육감의 실체가 뭐냐, 신출귀몰도 아니고"라고 몰아세웠다.

 

김 교육감이 이 같은 비난에 반박하려 했지만, 오 도의원이 "교육감 강의 들으러 나온 것 아니다,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서면으로 답변하라"면서 계속 자신의 주장만 이어갔다.

 

질문을 듣던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잘했어"라며 오 도의원을 격려했지만, 민주당 도의원들은 "20일도 안 됐는데 무슨 '야바위'냐, 본인들 공약이나 지키고 도지사 공약부터 챙겨라"고 항의했다. 도의원들은 "대표단이 (의원들을) 좀 가만 있게 할 수 없나", "그쪽 대표나 잘해"라며 감정섞인 비난을 주고받았고, 급기야 "위아래도 없냐", "말이면 다 말이라고 하냐"는 고성도 오고 갔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임기석 도의원 역시 공약 실현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김 교육감에게 "운동권의 특징이 이슈를 만들어 공박하다가 불리할 때는 남을 탓한다, 교육감도 운동권들이 하는 행태를 하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임 도의원은 "(김 교육감의 당선은) 제가 경기도민들에게 쌀 20㎏씩 나눠주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혹여 나중에 무상급식이 진행 안 됐을 때 도의회 핑계대지 말라, 김 교육감의 준비가 덜된 것이다"고 비난했다.

 

 

"공약 내용은 오타"... '새내기' 김상곤, 말실수했다가 해명

 

처음으로 본회의 자리에 선 김상곤 교육감은 추상적인 답변을 되풀이하고 자신의 공약을 "오타"라고 했다가 다시 해명하는 등 다소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

 

오정섭 도의원이 "1조를 들여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겠다는 공약 내용이 있다"고 말하자 김 교육감은 "(모든 학교 학급이 아닌) 혁신학교의 경우 그렇다, 강조하기 위한 '오타'"라고 답했다. 이에 오 도의원과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어떻게 선거공보물이 오타라는 말이 나오냐",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후 오후 질의에서 최환식 도의원이 이에 대해 다시 질문하자 김 교육감은 "워낙 직선적으로 여러 가지 물어보시는 과정 중에 약간의 오류적인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도의원들은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무상급식과 관련, 구체적 추진 방식과 예산확보 방안을 집중적으로 질문했지만, 김 교육감은 급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부터 연구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특히 임기석 도의원은 한 신문사 보도를 언급하며 "김 교육감의 단계별 무상급식 예산계획이 나와 있는데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명박 정부의 특권교육을 바꾸겠다는 교육감 철학을 봤을 때, 정부 지원이 쉽게 되겠냐"고 물었다. 김 교육감은 예산 오류 지적을 받고 당황한 채 잠시 침묵하다가 "확인해서 조정하겠다"고 답했다.

 


태그:#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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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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