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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집앞 8차선 도로인 '경명로'에서 연일 "쿵쾅쿵쾅" 거리는 중장비의 기계음과 흙먼지가 마을 전체를 소란스럽게 했습니다. 어린 조카가 편히 낮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시도때도 없이 포클레인이 도로 중심에서 구멍을 뚫고 아스팔트를 걷어냈습니다.

두달 넘게 '교통운영개선사업'이란 명목의 도로공사가 이뤄졌고, 10월 말 화단과 다름없는 중앙분리대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이는 인천시가 지난 2003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으로 시예산 8억4천100만원을 들여 상습정체 구간인 아나지길 등 9개 도로에 실시하는 좌회전 규제와 차로 폭 조성, 녹지대 조성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공사에 대해 "근시안적 탁상행정의 표본"이란 비판이 있었습니다. 인천시가 경명로에 벌이는 중앙분리대 공사가, 올해 하반기 계양구 방향에서 공항고속도로 방면으로 공촌사거리 구간에 203억원의 예산을 들여 420m 길이의 지하차도를 건설할 계획과 중복되었기 때문입니다.

녹지대를 조성하겠다며 인천시가 지난해 중앙분리대를 설치한 경명로
 녹지대를 조성하겠다며 인천시가 지난해 중앙분리대를 설치한 경명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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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라는 중앙분리대의 키 큰 나무들은 대부분 말라 죽었다.
 녹지대라는 중앙분리대의 키 큰 나무들은 대부분 말라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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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도 얼마되지 않아 재시공이 불가피해, "시 예산을 낭비하는 안이한 전시행정"이라며 지역시민단체로부터 지적당했습니다. 이런 지적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앙분리대 공사는 10월 말을 넘겨 끝났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경명로를 따라 줄지어선 가로수에서 벚꽃이 피고 지고, 연한 연두빛 나뭇잎들은 어느새 짙은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하지만 중앙분리대에 녹지대를 조성하겠다며 인천시가 식재한 나무들은 주변의 가로수들과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접어들었는데도 300m 정도 되는 중앙분리대에 줄지어 선 앙상한 나무들은 파란 싹도 틔우지 못하고 말라 죽어있습니다. 살아있는 나무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작은 정원수들도 말라 죽기는 마찬가지
 작은 정원수들도 말라 죽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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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가로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중앙분리대
 주변의 가로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중앙분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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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목 등 키 작은 정원수들은 그나마 상태가 좋아 보이지만, 군데군데 말라 죽은 나무들은 되레 도로 미관을 해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계양산에 골프장을 개발하기 위해 재벌기업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해당 지자체로부터 복원 명령을 받고 식재한 나무들이 일년도 안돼 모두 말라죽은 모습과 너무나 똑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인천시의 경명로 일대 녹지대 조성사업은 실패했고, 나무만 죽이고 세금만 낭비한 전시행정에 불과했다는 말입니다. 관련해 1년도 안돼 중앙분리대에서 말라죽은 나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말라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또 다시 나무를 심으려 하겠지??
 말라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또 다시 나무를 심으려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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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중앙분리대, #녹지대, #전시행정,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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