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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속담에 "싸움터에 나갈 때는 한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 그리고 결혼할 때는 세번 기도하라"고 권한다. 그럼 산을 오를 때는 몇 번이나 기도를 하게 되는 것일까. 높은  정상을 올라가기까지 수없이 만나지는 위험한 암벽과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물이 불어서 건너기 힘든 계곡 등 산행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 가도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
 
민간인들의 소망이 깃든 이름 없는 돌탑
▲ 장산...산행안전 기원 민간인들의 소망이 깃든 이름 없는 돌탑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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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과 불탑의 종이 한 장 차이

해운대 장산은 결코 위험한 산은 아니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지면 길이 많아서 자칫 길을 잃어버리고 숲에서 헤맬 수가 있다. 가끔씩 조난 사고를 당해 고생하는 산꾼들도 있다. 장산은 그래서일까. 지나는 산꾼이나 민간인들이 정성껏 쌓은 돌탑이 많다.

장산에는 역사가 깊은 사찰 등 크고 작은 절이 많다. 기장의 안적사를 비롯 혜광사, 폭포사, 석태암, 장산사, 해림사, 약수암, 인지암, 옥천사, 장천사 등 그 많은 절 가운데 탑이 유명한 성불사의 팔각구층 사리 석탑은 사리를 봉안한 탑이다.

사리가 없으면 차이티아, 사리가 있으면 스투파이...차이티아는 영지의 고적을 나타내기 위하여 세운 기념적인 건축물을 의미한다.
▲ 성불사 팔각 구층 사리 석탑 사리가 없으면 차이티아, 사리가 있으면 스투파이...차이티아는 영지의 고적을 나타내기 위하여 세운 기념적인 건축물을 의미한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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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구지'의 기록을 옮기면, 성불사 1965년 창건되었다. 성불사는 사찰의 역사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약수가 유명하다. 그리고 봄철에는 벚꽃이 장관이다. 가을에는 단풍이 명품이다. 성불사 약수는 장산 너덜겅에서 흘러나온 약수로서, 인근 동네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까지 널리 알려져서 약수터가 항상 붐빈다.

돌탑의 차이
▲ 불탑과 돌탑의 차이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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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은 본래 산스크리트의 스투파(Stupa), 팔리(Pali)어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탑에는 차이티아라는 별칭이 있다. 사리가 있으면 '스투파이'이고, 사리가 없으면 '차이티아'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넓은 의미로 불골(진신사리) 담고 돌 등으로 쌓아올린 묘를 말한다. 성불사 탑은 여느 탑과 달리 십이지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십이지상 앞에, 각 십이간지에 대한 풀이가 적혀 있다.

돌탑 천국
▲ 장산은 돌탑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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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 너덜겅은 등산로가 없는 원시지대
▲ 반송 1동 지역 장산 너덜겅은 등산로가 없는 원시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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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하여금 험악한 가운데서 보호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그 험악한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게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괴로움을 그치게 해달라고 빌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것을 정보하도록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기도>-'R. 타고르'

돌탑의 천국
▲ 장산은 돌탑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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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비는 돌탑
▲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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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 너덜겅은 무려 6-7 군데가 넘는다니...

나에게 이제 장산은 일상에서 이탈해 나오면 가장 신성한 기도의 장소가 된다.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 모두 그러하겠지만 산을 올라오는 만큼 내 마음은 한 없이 낮아지는 충일감 속에 나의 텅빈 삶을 가득 희망으로 채워준다.

파랗게 눈시린 하늘, 눈부신 햇살, 그 투명한 햇살이 숲 속으로 바위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성불사에서 걸어서 10여 분 쯤 올라가니 장관의 너덜겅이 펼쳐졌다. 성불사 뒤편의 너덜겅은 반송 1동 지역에 속한다.

장산의 너덜겅은 해운대 신시가지 2배 가까운데, 무려 6-7여 개의 너덜겅이 분포되어 있다니 그 크기가 정말 놀라운 것이다. 특히 반송 1동 지역 너덜겅은 등산로가 없는 장산 유일의 원시림 같은 지대이다.

탑
▲ 기원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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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소
▲ 장산 석태암 애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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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벗들과 산행로 따라 장산 절곡 계곡 좌동 산 63번지에 자리 잡은 석태암까지 내려왔다. 석태암은 법화종 종단 소속으로 안내표석에 최초 1922년 창건된 기록으로 표기 되어 있고 대웅전은 1996년 화재로 인해 소실된 후 새로 건립되었다.

애기소 및 갈대군락지로 명소
▲ 석태암 주변은 애기소 및 갈대군락지로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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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 계곡이 아름다운 애기소. 주변이 갈대 군락지로 관광객이 즐겨 찾는 해운대 명소로 꼽힌다. 석태암에도 부처님 진신 사리 5층 석탑이 있다. 해그림자는 물 속에서 흔들리는데 물이 너무 옥빛이라 산벗들은 떠나기 싫어하지만, 일행은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각자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모두 먼저 온 버스를 타고 사라지고 나는 좀처럼 오지 않는 마을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나 오월의 저녁은 19시라도 환하다.

덧붙이는 글 | 게재한 사진 중 2장은 지난 가을에 촬영한 사진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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