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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악의 경제난으로 소비가 줄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 봄, 입을 게 없다"는 딸의 하소연에 "옷장부터 정리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 요즘입니다. 비단 아껴 쓰는 것에서 나아가 '다시' 쓰고, '나눠' 써도 "괜찮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새것보다 중고를 선호하는 시민기자의 '나의 중고 사랑 이야기'를 실어봅니다. [편집자말]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 8할은 중고인 듯싶다. 얼마 전까지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던 서울살이 4년 동안 살림살이 대부분은 중고였거나 주워온 것이었다. 대충 중요한 살림살이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책상, 의자 - 중고로 구입
책꽂이 2 - 길에서 주워옴
침대와 TV, 바구니 서랍장 - 회사 후배에게 얻음
컴퓨터 - 폐업하는 게임방에서 중고 구입(모니터는 새것으로 구입)

플라스틱 서랍장과 냉장고, 전자레인지만 새것으로 구입했다.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자전거는 새것으로 구입한 것이다. 굳이 새것이 아니라도 사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면 중고로 구입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나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하지만 거창하게 환경을 생각하거나 왕소금 알뜰 절약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것이 중고를 구입하는냐 마느냐의 기준점이다.

살림살이와 옷, 중고거나 주워오거나

직장생활하면서 살았던 원룸. 대부분의 가구들이 중고거나 주워온 것이다. TV는 얻었고, 컴퓨터는 폐업한 게임방에서 구입해 케이스만 바꾼 것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살았던 원룸. 대부분의 가구들이 중고거나 주워온 것이다. TV는 얻었고, 컴퓨터는 폐업한 게임방에서 구입해 케이스만 바꾼 것이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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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살림살이뿐 아니라 옷도 대부분 중고로 구입한다. 청바지나 셔츠, 점퍼 같은 것은 온라인 장터에 나온 것을 아주 싼값에 산다. 청바지나 셔츠는 대부분 한 벌에 1~2만원 내외다. 한두 번 입고 스타일이 맞지 않아 내놓는 옷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 전 결혼식에 가기 위해 구입했던 캐주얼 슈트는 3만원(신품 가격 9만9천원)이었는데, 판매자가 보너스로 2만9천원짜리 등산용 상의까지 1벌 넣어서 보내왔다. 까탈을 부리는 성격이 아니어서, 조금 크거나 작거나 해도 입는다. 물론 스타일은 고려치 않는다.

아마 1년 동안 옷을 구입하는 데 지출한 돈을 다 합치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30만 원이 넘지 않을 것이다(정확하게 계산해보지 않아서 넉넉하게 잡았다). 아내가 오죽하면 "옷은 어떻게 입고 다니냐"고 걱정할 정도. 뭐 옷이야 대충 입고 다녀도 세상 사는 데 별 지장 없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긴 한데 가끔 옷을 갖춰 입어야 할 자리가 생겨서 문제이긴 하다.

"아르마니 선글라스 하나 선물해 줄까? 아르마니 비싼 거야."
"선글라스 하나 있으면 좋긴 한데. '알마니'가 뭐야?"
"뭐야, 아르마니도 모르는 거야? 아르마니라고 비싼 메이커 있다."

아내에게 선물한 명품 '알마니' 선글라스. 새것 가격 26만원짜리 5만원에 샀다. 위 사진은 판매자가 올렸던 것이다. 중고스럽지만 실제는 상당히 깨끗한 물건이었다.
 아내에게 선물한 명품 '알마니' 선글라스. 새것 가격 26만원짜리 5만원에 샀다. 위 사진은 판매자가 올렸던 것이다. 중고스럽지만 실제는 상당히 깨끗한 물건이었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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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아내에게 "선물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친 후 나는 자주 가는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 중고장터 게시판을 열심히 검색했다. 중고장터 게시판에는 카메라 뿐만 아니라 온갖 중고 물건들이 다 올라온다. '선글라스'라는 단어를 치자마자 검색된 제품들 가운데 적당한 가격(?)을 골라잡았다.

예산은 최대 7만원까지. 그중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5만원. 원래 가격은 26만원이나 하는 아르마니 여성용 선글라스였다. 웬만한 브랜드 선글라스도 하나 구입하려면 10만 원 이상 줘야 하는데 5만원짜리 명품 브랜드 선글라스라니.

바로 판매자에게 예약 겸 문의 쪽지를 보냈다. 원래 케이스가 없다는 것을 빼곤 깨끗한 제품이었다. 뭐 그까짓 케이스 쯤이야 다른 것을 써도 충분하니 아내만 마음에 든다면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남편에게 선물받은 중고 선글라스를 껴본 아내의 반응.

"뭐 중고라도 괜찮네. 별 흠도 없고…. 직장 동료가 아르마니 비싸다던데 얼마 주고 산 거야?"

물론 바로 가격을 바로 가르쳐 주진 않았다. 요즘엔 아내도 뭔가 필요할 때 먼저 중고로 구할 수 있는지 묻는다.

배송료가 많이 붙는 부피가 큰 물건이 아니라면 개인 사이의 중고 거래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판매자는 필요없는 물건을 처분할 수 있어서 좋고, 구입자는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서 좋다. 새것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반드시 중고도 있는 법이다.

13년 경력의 카메라 중고 거래, 최신형 필요 없다

중고로 구입했던 캐논 5D와 17-40mm 광각줌렌즈. DSLR의 경우 신제품 출시가 빠르고 가격이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최신 모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중고로 구입했던 캐논 5D와 17-40mm 광각줌렌즈. DSLR의 경우 신제품 출시가 빠르고 가격이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최신 모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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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결정판은 '카메라'다. 중고 거래 경력이 얼추 13년이 넘었다. 그동안 구입했던 카메라만 꼽아봐도 족히 100대는 넘을 듯싶다. 사고파는 사이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고 중고매매의 노하우도 생겼다.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구입했지만 콤팩트형 카메라를 제외하곤 모두 중고 카메라를 사서 썼다. 구입해서 썼던 카메라들이 대부분 필름 카메라였기 때문에 '중고' 밖에 없는 이유도 있지만 DSLR도 모두 최신형 대신 단종이 얼마 남지 않은 카메라를 중고로 사서 썼다.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일이지만 워낙 다양한 모델들이 자주 출시되기도 하거니와 DSLR의 경우 출시된 지 1년 정도만 지나면 30% 이상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단종 직전이라면 그 카메라의 가격은 확실히 내려간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캐논 5D의 경우 2005년 출시가가 거의 400만 원에 육박했었다. 하지만 올해 후속기종인 5D Mark II가 출시된 지금 인터넷 최저가는 190만원대. 4년 사이 50% 정도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나의 경우 2007년 이 제품을 깨끗한 중고로 이런저런 액세서리까지 포함해 180만 원에 구입해 지금까지 잘 사용해오고 있다. 지금 중고 시장에 내놓아도 150만원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2년 넘게 사용하고도 거의 본전을 뽑은 셈이다.

물론 DSLR 같은 고가품의 경우 중고로 구입하기가 꺼림칙할 수도 있겠지만 구입만 잘하면 많은 돈을 줄일 수 있다. 무턱대고 당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공부'를 해야 한다.

같은 제품의 중고시세가 얼마나 하는지, 정품과 내수품의 차이가 있는지, AS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후속 제품 출시가 언제쯤 되는지 등등을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택배거래는 되도록 하지 말고 직거래를 해야 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중고 거래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동행하는 것.

인터넷 중고 거래, 이것만은 지켜라
인터넷 중고거래, 이점도 많지만 잘못하면 몸 고생 마음 고생을 동반할 수 있다. 돈을 입금했는데 물건이 오지 않았다든지, 엉뚱한 물건이 도착했다는 사례도 자주 보인다. 기능상 아무 문제 없는 물건인 줄 알고 구입했다가 얼마 못 가 고장 나는 경우도 도 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아무것도 모르고 구입했는데 장물인 경우. 이렇게 따지고 시간 쓰고 고생하느니 그냥 새 제품 사는 것이 좋겠다는 분은 '패스'해 주시길 바란다.

① 택배거래보다는 직거래가 안전하다. 택배 거래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판매자의 신원을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판매자와 예금주가 동일한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예금주가 다를 경우 거래하지 말 것.
② 카메라, 자전거 등 제품을 구입할 경우 시리얼 번호를 묻고 도난품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제조회사 홈페이지나 동호회 사이트에 가면 도난품을 확인할 수 있다.
③ 택배거래를 할 경우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자. 고가품일수록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네스크로(http://www.nescro.com), 세이프유(http://www.safeu.co.kr), 유니크로(http://www.unicro.co.kr/) 등의 안전거래 사이트가 있다. 약간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지만 마음 졸이는 것보다 확실하게 거래하는 편이 낫다.
④ 반품이 되는지 확인한다. 개인 사이의 거래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판매자의 설명과 받은 제품이 다를 경우엔 반품을 해야 한다. 보통 3일 안에는 반품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구입할 때 미리 이 점을 명확하게 해둬야 한다.
⑤ 판매자와 주고받은 쪽지나 게시물은 반드시 저장해두자. 만약 불미스런 일이 생겼을 경우 증거가 될 수 있다. 증거가 없다면 사기를 당해도 대책이 없다.
⑥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하라.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고수'와 동행하는 것이다. 사고는 싶은데 판매자와 만나 무엇을 물어봐야 할 지, 제품은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할 지 모르겠다면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좋다.


태그:#중고, #살림살이, #중고거래, #인터넷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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