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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언론에 한 중학교가 소개됐다. 사교육 없는 학교라며 소개된 이 학교를 대통령은 곧바로 방문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교육현장이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또 지난 1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없는 학교 400곳을 선정해 총 600억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총 18조7230억 원으로 2007년 대비 1조3295억 원 증가했다. 20조에 이르는 사교육비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예산 44조1460억 원의 절반 가까운 수치다.

교육 선진국인 유럽은 제쳐두고라도 교육제도가 비슷하다는 미국·일본과 비교해도 우리의 사교육 열기는 과하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윤지희(왼쪽), 송인수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윤지희(왼쪽), 송인수 공동대표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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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는 세상 아니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송인수·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꼽은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취직 시 학력을 따지는 사회분위기. 둘째, 서열화된 성적으로 입학하는 대입제도. 지난해 8월 출범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말하는 사교육은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다.

"모든 사교육을 반대하지는 않아요. 보육교육, 특기적성교육 등 긍정적인 사교육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기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해악을 끼치는 사교육. 즉 입시 사교육은 없어야 합니다."

사교육 '없는' 세상이 아니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인 이유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사교육 없는 학교에 대해서도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실시하려고 하는 것은 사교육 없는 학교라기보다는 학원화된 학교입니다."

실제로 언론에 소개된 학교는 정규수업 후 수준별 이동학습, 보충수업, 방학 중 보충수업 등 학원의 역할을 끌어왔다. 각 교육청의 준비안도 교장의 재량으로 학원강사를 교단에 세울 수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는 공교육이 입시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이 운영에서 나온 자료가 대입자료로 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원을 못 가게 학교가 붙잡고 공부를 시키는 것은 대안이 아니에요."

정책보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

결국은 대입문제와 연결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입이 중요 요소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책보다는 국민이 이 문제를 자각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게 먼저예요. 당장 법과 제도를 바꾸면 많은 게 바뀔 것 같지만 과거 수없이 사교육을 잡기 위해 제도를 바꿔왔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정책이 바뀌면 사교육은 거기에 유리한 방식으로 변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결국 편승하게 되죠.

사람들은 입시제도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입시의식은 문제 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도는 의식의 반영이거든요. 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견인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바른 의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잘못된 입시의식을 바로잡자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등대지기 학교
 등대지기 학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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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등대지기 학교, 국민약속운동

그 일환으로 현재 운영 중인 것이 등대지기 학교다.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 여건상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어요. 이웃이나 몇몇 언론에 의지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게 되죠.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교육정보에 정통한 분들의 정보를 제공해주자는 의미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출범 이후 올해로 2번째 강좌가 실시 중이다. 1회로 46명이 수료했고, 반응이 좋아 올해는 지난 3월 말부터 인터넷 강의까지 확대해 550명이 수강을 하고 있다. 전반기에 총 8강으로 이루어진 강의를 진행하고, 후반기에는 수강생들이 지역모임을 통해 토론을 한다. 후반기 각 지역 토론에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더 이상 수강생을 모집하지 않지만 지역에서 요청이 많아서 검토 중이라고 하니 차후 눈여겨볼 만하다.

열강 중이신 이범 선생님
 열강 중이신 이범 선생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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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사교육 가이드라인 국민약속운동'은 이곳에서 준비 중인 대국민 운동이다. 자녀교육에서 부딪히는 입시사교육 고민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부정확한 비전문적 정보에 의해 고립된 개개인이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상황에서 깨어 있는 국민이 중심을 잡고 교육을 바꾸자는 운동이다.

"입시사교육과 관련해 개인이 기준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등대지기 학교에 참여했던 분들이 후속모임에서 '우리만이 아닌 다른 국민들도 바람직한 가이드라인 없이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밝혀 당초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죠."

우선 약 3년에 걸쳐 10만 명의 서명을 유도하고 개인들의 약속이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하도록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에게 지원사업을 전개한다. 1차년도에 300가정, 2만 명 정도를 목표로 하고 2차년도 최대 3천 가정, 그리고 3차년도에 최종 1만 가정, 약 16만 명의 동참인원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런 운동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이고 현실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국회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입법청원 운동까지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그 전에 폭넓은 대중을 조직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겠죠.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현존하는 대안을 검토해 우리의 안을 만들고 이에 국민들의 의견을 보태 최종안을 만드는 데 3~4년 정도 걸릴 겁니다."

방송에 출연해 사교육문제에 대해 말하는 류승완 감독. 곧 단체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몇몇 활동을 함께할 예정이다.
 방송에 출연해 사교육문제에 대해 말하는 류승완 감독. 곧 단체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몇몇 활동을 함께할 예정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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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영어몰입교육에서 시작된 바람은 국제중, 일제고사, 대입자율화 등 메가톤급 바람을 몰고 다니고 있다.

"사교육을 통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하고 있어요. 일제고사와 국제중, 자사고 문제가 심각합니다. 대학자율화는 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사교육,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식으로 흐르고 있어요. 이제 정말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는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요."

"사람들이 알코올중독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학원중독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교육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잃어버려 결국에는 사회에서 삶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까지 사라집니다.

오히려 아이를 죽이는 사(死)교육이에요. 이 시대에 우리가 목숨걸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글_최승섭, 편집_강인모 / 해피리포터, 사진_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 소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1가 197번지 유진빌딩 4층
전 화 : 02)797-4044~5
FAX : 02)797-4046
E-mail : noworry@noworry.kr
누리집 : http://www.noworry.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행복발전소(www.makehappy.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피리포터'는 전국의 다양한 비영리단체들을 직접 방문취재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기자단입니다.



태그:#희망제작소, #행복발전소, #해피리포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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