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초여름 5월이지만 따가운 햇살이 아스팔트를 내리쬔다. 그 위를 자신의 힘으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굴려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마엔 어느덧 땀방울이 맺히고 모처럼 신기한 일이 벌어졌는지 버스의 승객과 지나가는 시민들, 운전자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한다.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도권공대위)는 13일 인천시청 앞에서 경인운하백지화를 위한 시민 자전거 순례단 발족식을 갖고 오전 10시 인천시청을 출발해 부평구와 계양을 거쳐 오후 4시 반 경인운하 건설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45㎞를 자전거를 타면서 경인운하 백지화를 촉구했다.

 

수도권공대위는 국민들에게 경인운하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 순례단을 진행키로 했다. 경인운하 백지화 자전거 순례단은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며 13일은 인천에서 진행했고, 14일은 부천과 경기도 고양시에서 15일은 국회 앞과 서울시청 등 서울에서 진행 할 예정이다.

 

수도권공대위 권창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재선거 끝나고 나니 조용하다. 경종을 울리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경인운하백지화 자전거 순례단은 계양구에 도착해 이 지역 국회의원인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의원이 경인운하 사업의 원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송 의원 측에 경인운하 백지화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월 정부의 경인운하 추진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또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은 경인운하 백지화를 당론으로 정했다. 2조 25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원이 소요될 사업이기에 객관적 검증과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야당들의 판단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4월29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최대 격전지였던 부평<을>의 쟁점으로 경인운하사업이 부각 되자 정세균 당대표가 당시 경인운하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던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를 찾아 타당성 검증위원회 구성을 약속 하는 등 나름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검증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아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구호에 불과했다는 빈축만 사고 있다.

 

이를 두고 수도권공대위는 "대통령이 경인운하의 '남몰래 기공식'에 참석했다는 것은 사실상 대운하의 시작을 의미한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과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굴포천 방수로로 정리된 사업인데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이 운하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결국 송영길 의원이 앞에서 당기고 이명박 정부가 뒤에서 밀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송영길 의원 친구, "친구야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구나"

 

수도권공대위는 민주당이 선거 때 국회 내 검증위원회 구성을 약속했지만 한나라당의 불참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또한 경인운하에 대해 찬성 입장을 가지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다고 보고 송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인중 목사는 송영길 의원의 이중성과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기자회견장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운하는 반대하는 사람이 어떻게 경인운하를 찬성 할 수 있냐? 550㎞의 대운하는 반대하면서 18㎞의 뱃길을 찬성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럼 550㎞의 물길은 사업성 없고 18㎞물길은 사업성 있다는 게냐? 어린이도 아는 산수문제인데 송 의원만 모르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송영길 의원과 연세대학교 81학번 동기이자 연세대학교에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전개한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석해 송 의원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수도권공대위 공동집행위장을 맡고 있는 안 사무처장은 자전거 순례단과 함께 하루 종일 인천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항의서한을 송 의원 사무실에 전달키 위해 방문하기 전 "같이 학생운동을 했던 친구이자 동지였는데 참으로 안타깝고 착잡하다. 송 의원이 (자신의)말대로만 해줬으면 한다. 경인운하도 한반도 운하다. 그럼 자신의 말처럼 반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경인운하 기공식 와서 서울을 국제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여주에 보를 막아 배를 띄운다고 한다. 김문수 도지사는 한술 더 떠 하남까지 연결하겠다고 한다. 당초 대운하사업이 14조 1000억이었는데 이름 바꾼 4대강 정비사업이 13조 9000억이다. 사실상 대운하의 시작"이라며 "목숨 걸고 막겠다던 내 친구 송 의원은 대체 뭘 하고 있냐?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인운하,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 #자전거순례단, #민주당, #송영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