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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을 머리에 이고 있는 개구리 불
▲ 분홍 목단을 머리에 이고 있는 개구리 불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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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눈을 뜨면 정확히 4시. 간단하게 세수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새벽길을 나서면
세상은 아직은 암흑이다. 서서히 여명이 움트고 세상은 어느 순간 갑자기 온누리에 빛이 가득해 진다. 사람의 캄캄한 절망도 이와 같이 어느 한순간 희망으로 환하게 바뀌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직장 생활을 하기 전 공백기간 동안 병이 찾아왔다. 그 병을 이기기 위해 등산을 주말마다 시작했다. 주말마다의 등산으로도 건강을 찾기 힘들어 다시 새벽 일찍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책길을 나선 지 10년이다.

같은 모란의 미소
▲ 함박 웃음 같은 모란의 미소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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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란 시간이 이처럼 소중한 시간인줄 정말 예전에는 몰랐다. 새벽의 시간의 정갈함과 고요함과 청결한 공기 그리고 청풍 미풍 해풍 속에서 느껴지는 바다 냄새 등 이것들은 내가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에 느끼던 그 느낌과는 전혀 다른 감사함이 깊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해월정사 산문을 넘어 섰다. 하루 108배는 아니라도 구배로 살아있다는 감사함을 기도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새벽이란 시간이 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다. 그런데 오늘 해월정사 화단에 관음보살과 같은 분홍 목단이 피었다.

순결한 분홍 목단
▲ 연꽃처럼 순결한 분홍 목단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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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꽃, 목단꽃은 모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목단꽃은 봄과 여름이 엇갈리는 기간에 핀다. 목단은 또 모란 외 목단향(牡丹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거의 구별하기 힘든 분홍 모란
▲ 작약과 거의 구별하기 힘든 분홍 모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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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단에 꽃불처럼 밝혀져 있는 작약
▲ 모란과 구별하기 힘든 불단에 꽃불처럼 밝혀져 있는 작약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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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과 작약은 정말 구별 하기 힘들다. 모란은 크기가 탐스러웠다면 작약은 소담스럽다고 할까. 현재까지 알려진 품종은 300여 종이나 된다니 정말 놀랍다. 꽃의 색깔은 세상에 검정색도 있고, 흰색, 빨강색, 노랑색, 남색, 자색, 녹색, 분홍색 등 있다고 한다. 난 솔직히 분홍 목단은 책으로만 보았다. 그러니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목단은 얼마나 많은 것인가.

마음의 꽃불
▲ 촛 불(佛) 마음의 꽃불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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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미소
▲ 환한 새벽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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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목단향
▲ 양귀비보다 아름다운 목단향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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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에는 재미나는 일화가 있다. 양귀비를 사랑한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와 흥경궁안을 거닐고 있었다. 목단꽃이 만발한 침향정(沉香亭) 주위에 이르자, 술에 취한 이태백을 만났다. 그런데 시인 이태백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시를 읊었다고 한다.

모란꽃과 양귀비가 서로 환영하누나! 
왕이 오랫동안 미소를 머금고 그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봄철에 생기는 모든 근심과 걱정스러웠던 일들이 사르르 녹는것 같구나!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어 서 있을 수밖에...
<청평락>-이태백

의 분홍 목단
▲ 해월정사 의 분홍 목단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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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현종이 이로 인해, 모란꽃을 대대적으로 재배하도록 명하였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현종은 양귀비와 봄이면 아름다운 모란꽃을 감상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이태백의 <청평락>에서 이른 '경국(傾國)'은 두말 할 필요 없이 경국지색 양귀비를 칭한다 하겠다. 그러나 한 나라를 기울게 할 미모의 양귀비보다 분홍빛 모란꽃 향기는 어디에 비할 수 없는,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미소를 닮았다.

목단
▲ 양귀비보다 아름다운 분홍 목단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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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강목'을 빌리면, 목단의 빨강색과 흰색은 약으로 사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대 약리 실험 결과 정말 혈압을 내려주고 진정 및 진통효과와 최면작용과 항균작용이 있다고 한다. 여성의 월경불순과 경행복통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모란피가 특히 효과적인 작용을 한다고 한다.

월경불순에는 홍화와 함께 끓여서 마시고, 쌀죽을 끓여 먹어도 좋다고 한다. 신체가 허약한 사람은 모란꽃의 술을 담아 매일 조금씩 마시며 효과가 있고 눈을 밝혀주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고혈압 환자는 모란피을 약수를 받아 끓인후 매일 서너 차례 나누어 복용해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요법이라 전문의에게 물어보고 먹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사람의 몸도 모란꽃처럼 다양하다. 이 사람에게는 좋아도 또 이 사람에게는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이 민간요법이다.

손에 든 개구리 불
▲ 분홍목단을 손에 든 개구리 불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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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꾹이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찿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 밤에도
또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해도
또한번 동백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모란동백>-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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