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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친박' 이란 분들이 당이 하는 일에 발목 잡은 게 뭐가 있나."

 

한나라당이 또 다시 출렁였다. 미국에서 날아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마디' 때문이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대해 "나는 반대"라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이후 두 번째다. 친이 측에선 "정면 승부를 하자는 것이냐"며 "차라리 무대(조기전대)로 나오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발언으로 박 전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고 보긴 어렵다. 박 전 대표가 향후 행보에 대해 "특별한 게 없다. 이제까지 해온 대로...(할 것이다). 덧붙일 것이 없다"고 밝힌 데서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고 해도 나서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의 노림수는 재·보선 참패로 드러난 민심 이반의 원인은 주류 측에 있다는 '낙인찍기'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있다고 봐야할 듯하다.

 

주류 측의 '친박 책임론' 반박... "공천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책임 떠넘겨"

 

친박 진영에선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두고 "4.29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박 전 대표나 친박에게 돌리는 친이의 주장을 바로잡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저쪽(친이 측)에선 자기들의 공천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마치 재·보선에서 진 게 친박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박 전 대표의 말은 당내 갈등이 현재 여권 상황을 어렵게 만든 주된 요인이 아니란 얘기"라고 풀이했다.

 

여기다가 주류쪽에서 지난 1월 말 이명박 대통령과의 '안가 회동' 사실을 언론에 먼저 흘린 점도 박 전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 친박 쪽은 '친박 원내대표론'도 형식적인 '친박 껴안기'로 받아들였다. 박 전 대표의 의중은 묻지도 않은 채 박희태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밀어붙여 앞뒤가 틀렸다는 불쾌감도 깔려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대통령과 회동 사실을 언론에 슬쩍 흘린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도 화합을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여기다 공천 잘못 등 친이의 책임은 반성하지 않으면서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들고 나오니 누가 진정성을 믿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와 '선긋기' 계속할 듯... "어차피 시간은 '박근혜 편'"

 

이명박 정부와 선을 그어 국정 운영의 책임 범주에서 빠져나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 전 대표가 미국 간담회에서 당에서 나오고 있는 쇄신책과 관련해 "그게 (내가) 당 대표 때 실천했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게 지금 안 지켜지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이 대통령과 당의 주류를 겨냥한 데서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 참모는 "박 전 대표의 말은 천막당사 시절이나 혁신안을 내놓은 2005년처럼 국민에게 환영받을 만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라며 "계파간 당직 나눠먹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의 주류 측과 거리두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로선 친이쪽과 급하게 전면전을 해봐야 도움이 될 게 없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견제자'이자 '여당 내 야당'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되레 득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질수록 박 전 대표를 찾는 보수층의 갈망은 커진다.

 

정치적인 상황도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게 친박 측의 판단이다. 차기 대선이 가까울수록 당은 유력한 대선주자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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