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때를 기다리고 있는 자전거 방랑을 위해 오늘(7일)은, 빨간 배낭에 노트북과 함께 얼마 전 구입한 콤팩트 침낭을 넣고 집을 나와 산길로 해서 도서관에 왔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도서관 종이 "딩동댕" 하고 울리면 경인운하와 함께 롯데골프장 개발로 위기처한 계양산의 어두운 산길을 올라, 정상에서 새 침낭을 잠자리 삼아 노숙(biv·ou·ac)을 해볼 생각입니다. 새벽까지 버텨볼 생각인데 여의치 않으면 짐을 챙겨 다시 산을 내려올 것입니다.

 

암튼 이래저래 미뤄온 산 속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나선 길은 너무나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오랜동안 가물었던 세상에 단비가 몇 차례 내린 뒤라 숲은 눈부신 아침 햇살에 찬란한 초록빛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층 구조의 까치집 아래를 지날 때는 향긋한 꽃내음도 물씬 풍겨왔습니다.

 


 

그 꽃향기를 맡았는지 날개에 검은 반점이 있는 흰나비가 희롱하듯 제 앞뒤를 사뿐사뿐 날아다녔습니다. 나비는 한동안 그렇게 날개짓을 하며 숲 속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순간 장자(莊子)가 꾸었다는 나비 꿈이 떠올랐습니다.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나비가 그인지 그가 나비인지 분간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 나비와는 아쉽게 헤어졌지만 철마산 산줄기를 따라 오르는 길에 춤추듯 날아다니는 나비를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짝을 찾으려는지 나비들은 참 분주하게 덤불과 나무 사이를 오갔습니다. 나비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들과 손잡고 산행을 나온 엄마들도 삼삼오오 어울려 산을 찾은 이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숲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 그런데...

 

9개월 된 덩치 큰 개를 데리고 인천 남구에서 철마산을 찾아왔다는 대학교수와도 만날 수 있었는데, "인천의 산을 개와 함께 찾아다니고 있다"며 산의 지리에 대해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중구봉으로 넘어가기 전 산꼭대기에서 땀을 식히며 만난 이와는, 너무도 빨리 변해버리는 인천의 모습을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김포에 작은 밭이 있는데 "찾아갈 때마다 길과 마을이 참 많이도 변한다"고 애석해 했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신마저 맑게 하는 산바람 덕분인지 다들 평온하고 착해 보였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어제(6일) '꿈이 녹색운동가'라는 대통령이 참석해 '비밀' 기공식을 했다는 경인운하가 건너다 보였습니다. 인천시가 특별법까지 추진해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하겠다는 벼르고 있는 경인운하 말입니다. 경제성도 없고 생태계 파괴가 불보듯 하다는 운하건설에 정부가 2조2500억원이란 국민혈세를 퍼붓겠다는 경인운하 말입니다.

 

그 덧없는 인공 물줄기를 보고 있자니, 대체 '녹색성장'이란 말에 왜 사람들이 속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 무서운 물줄기 때문에 사라져간 숲과 나무, 마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겠지만 말입니다. 아니 다들 거짓된 현실을 인정치 않고 녹색으로 덧칠된 꿈이라도 꾸고 있는건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숲, #산행, #인천, #녹색성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