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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으로 부터 '개혁'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부산시향
▲ 부산시립교향악단 지역으로 부터 '개혁'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부산시향
ⓒ 부산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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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부산시가 '부산시립교향악단' 단원들에 대한 새로운 개선방안을 내놓았다고 부산 지역네트워크인 <KNN>이 5월 4일 뉴스를 통해 보도했다. 우선 단원들이 3년 단위의 재계약과 형식적인 오디션 과정으로 인해 '철밥통'을 끌어안고 있다는 일련의 비판과 오명을 이번 기회에 씻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그동안 부산시향은 지난 17년간 단 한 명의 오디션 탈락자가 없었고, 오디션 결과나 단원들의 프로필 역시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관계자 측근들을 통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4월 28일부터 <KNN>이 며칠간 연속적인 특집 뉴스보도를 통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고, 부산시는 이러한 여론을 받아들여 기존 3년 계약제를 1년 단위 연봉제로 변환하고 상시평가제로 오디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해외 수석지휘자들의 좁은 영향력과 그로 인한 단원 관리의 부재, 아울러 단원들의 고질적인 기득권에 대한 문제 등을 생각하면 좀 더 근원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현재의 부산시향의 수석지휘자인 '알렉산더 아니시모프' 이후 상임 수석지휘자로 내정된 중국의 젊은 마에스트로 '리 신차오'가 그러한 개혁의 맥락에서 적절한 인물인가에 대한 여부도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이 30대의 젊은 외국인 지휘자가 과연 부산시향이 오랫동안 가졌던 고질적인 병폐를 벗고 능력 위주의 선발로 조직을 투명하게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부산시와 부산시향이 현실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부분도 분명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며, 어느 조직이나 그 안에서는 외부의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법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부산시향은 일종의 공적 집단이며, 그러한 집단의 제 1순위의 가치는 결국 부산시민들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는가를 감안한다면, 그러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해야겠다는 그들 내부의 움직임보다는 공연의 질이나 운영방식 모두에서 시민들과 지역 음악가들 요구와 기대에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유의 강직성과 편협성으로 인해서 지역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마다하고, 지역 음악 인재들의 진입을 굳게 닫아버려 십년간 새로운 단원들이 들어갈 자리를 봉쇄하며, 연습대신 레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느냐는 <KNN>의 보도에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현재 부산시향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시향의 80퍼센트에 달하는 꽤 높은 관객 점유율의 원인은, 질 높은 공연에 있다기보다는 다른 관객들의 감상도 방해할만한 과도한 단체관람과 상대적으로 즐길만한 클래식 공연의 부재에 의한 일종의 반사적 이익이라는 시민들과 언론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화한 서울시향 그리고 KBS교향악단

아울러 지역민들은 그러한 부산시향이 지향해야 할 개혁 모델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를 들어 철저한 능력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 서울시향 역시 과거 부산시향이 겪는 지엽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2005년 법인화 이후 조직의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현재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법인화의 내홍을 겪은 서울시향
▲ 서울시립교향악단 2005년 법인화의 내홍을 겪은 서울시향
ⓒ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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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향의 오디션은 런던, 뉴욕, 암스테르담 등에서 총 8회에 걸쳐 열렸으며 응시자만 2500여명에 달했고, 당시 예술 감독의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아울러 운영에서 전문경영인을 두는 경영과 공연을 분리시키는 개혁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시향자체 수입을 3년 만에 24배나 증가시켰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동시에 'KBS교향악단'의 파행적인 운영의 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KBS교향악단 역시 과거 법인화의 바람이 불었으나 단원들과 KBS 측과의 대립으로 인해 그 협의를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면서, 현재는 만성적자는 누적되고 비전문성만 가중되어 서울시향에게 표면적으로 보기 좋게 '완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12월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향은 2008년 작년 한 해 연주회 총 횟수는 121회이며 관객수는 18만7000여명에 이르렀지만, KBS교향악단의 경우 작년에 진행했거나 예정 중인 연주회는 모두 92회였으며 11월 현재까지 입장한 관객은 8만2000여명이라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얼핏 두 배에 달하는 수치며, 그 수입의 격차는 지금도 점차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협의실패로 KBS교향악단은 2004년 말 지휘자 '드미트리 기타옌코' 이후 상임지휘자의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객원 지휘자로 연주회를 메우며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러한 파행운영으로 인해 연주 레퍼토리가 수시로 바뀌는 등의 모습도 종종 보여와 많은 시민들과 애호가들에게  빈축을 사온 바도 있다.

이렇게 겉으로만 보자면 개혁에 성공한 서울시향과 실패한 KBS교향악단의 단면은 꽤나 극명하게 갈린다.

그리고 서울시향은 그 성공의 비결을 연주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성 확립'과 운영의 탄력성을 가져다 준 '법인화'에서 찾는다. 실제로 서울시향은 법인화 이후 기업 협찬, 티켓 가격, 수익과 관련한 연주회 기획 등에 훨씬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단원들의 실력위주의 오디션으로 인해 연주의 질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도 말한다.

'법인화'와 '개혁'은 폭력인가, 실적제의 확립인가?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정명훈. 그와 서울시향의 계약은 현재 2011년까지 연장됐다
▲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정명훈. 그와 서울시향의 계약은 현재 2011년까지 연장됐다
ⓒ 인천&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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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과거 서울시향이 독립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겪었던 내홍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시향의 악장과 수석 급의 단원부터 일반 단원까지 전원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다시 선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이를 두고 당시 단원들은 '유예기간도 두지 않은 집단해고'라 반발했다.

특히나 현재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악령이 결국 예술, 문화 집단에게까지 뻗친다면, 문화사업 일반에 공공적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서울시향의 노조설립 원천반대와 같은 폭압이 자행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서울시향과 부산시향과 달리 비상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시향단원들의 경제적 열악함이 가중될 여지와, 그들 단원들 전체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이라는 점도 쇄신을 단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들을 해체하라는 정부의 철퇴는, '단원들의 실력'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폭력'이었다
▲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를 반대하는 단원의 1인 시위 그들을 해체하라는 정부의 철퇴는, '단원들의 실력'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폭력'이었다
ⓒ 임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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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러한 법인화에 따른 자본에 의한 조직개혁은 예술과 문화 노동의 탄력성을 극으로 확대시킬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얼마 전 '국립오페라합창단'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해체통보와 같은 비극이 또 다시 재현되지 않으라는 법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경우, 지난 7년간 100만원 미만의 박봉을 받고도 예술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지만 '예산'을 문제로 일방적인 조직 해산의 철퇴를 얻어 맞았다. 이는 어떠한 이유라도 묵인할 수 없는 개혁이란 이름의 폭력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방법'의 문제에 봉착한다. '부산시향'과 같은 엽관적인 문화조직을 개혁하는 동시에, '서울시향'처럼 단원들이 일방적인 수익구조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예처럼 단원들 역시 합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KBS교향악단'처럼 지지부진하게 개혁을 늦추지 않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모델은 없는 것인가.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엄청난 재정적 지원으로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은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처럼, '아카데미'제도를 시행해서 현 단원과 젊은 재원들의 유기적인 협조를 꾀하여 일관성 있는 단원 확충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여건을 갖추기엔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임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가치중립적 개혁, 결국은 실력 있는 '단원'

그가 89년 부천 필 하모닉에 처음 취임했을때 가장 먼저 한일은 '강력한 오디션'이었다
▲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임헌정 그가 89년 부천 필 하모닉에 처음 취임했을때 가장 먼저 한일은 '강력한 오디션'이었다
ⓒ 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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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선 이러한 문제는 얼핏 신자유주의 유용성 논쟁이나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치, 혹은 정부개혁과 같은 행정부의 혁신 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다양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들의 의견이 상충될 때마다 흔히 떠올리는 그 '이념의 대립'과도 꽤 닮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대립을 떠올리기 전에 공공의 문화조직 존립의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야 한다. 즉,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민들을 위한 일종의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있으며, 더 나아가 문화의 질적 발전에 얼마큼 이바지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따라서 이러한 접근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적용의 문제에 있어서도 수당을 다 합쳐야 5억 정도였던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단원들과, 몇십억을 상회하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몇몇 시향 단원들과의 적용의 예는 달리 할 필요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힘을 얻는다. 그리고 알다시피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경우 이후 공연의 질적 저하가 충분히 예상되는 사례였지만, 시향의 경우 상임지휘자의 역할과 권위가 나날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단원 보호와 경직된 단원 로테이션의 경우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임은 분명하다.

이것은 다시말해, 이들을 일괄적으로 묶어 이념적 대립으로 끌고갈 사항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국민을 볼모로 삼는 이념의 대립으로 치달아선 곤란하며, 베를린 필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말한 것처럼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어디까지나 '훌륭한 단원'을 투명하게 선별하고 유지하는 과정으로써 실마리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 역시 다양한 수익구조의 창달이전에 이 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원 선별은 극한의 탄력성으로만 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할 점이며, 단원 선별 이후에도 그들에게 걸맞는 자본의 유입이 없다면 그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잊어선 곤란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kell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향, #부산시향, #KBS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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