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 하고 있는 대학생사람연대 메이데이 참가단
'MB 퇴진해!' 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 하고 있는 대학생사람연대 메이데이 참가단 'MB 퇴진해!' 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지난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었다. 노동자의 날을 맞아서 대학생사람연대에서 119주년 메이데이 참가단을 구성하였다. 이번 참가단은 서울에서 열리는 메이데이 노동절 집회 뿐 만 아니라 촛불 1주년과 전국대학생대회도 참가하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나는 부산에 열리는 메이데이, 촛불 1주년 행사를 참가할지 상경하여 대학생사람연대 메이데이 참가단에 참가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까지 가기에는 시간적 물리적 부담이 너무 커서 부산에서 참가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서울행에 대한 마음을 접었는데 얼마 전에 용산 참사 100일을 맞아 부산 서면에서 열렸던 집회에 참가했던 후배들이 나에게 와서 이런 애기를 했다.

"선배 이번에 서울로 한번 갑시다. 부산 집회는 뉴스에서 본 서울 집회와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전의경들이 집회 시위자들의 질서 유지를 신경써주기도 하고, 서울과 같이 똑같은 불법인데 폭력적 진압이 없었잖아요? 전 이것만 봐서는 이명박 정부가 선배가 말하는 공안정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119주년 메이데이 행사 때문에 시청역에 정차하지 않겠습니다"

결국 부산지역 09학번 대학생들과 함께 5월 1일 상경을 하여 대학생사람연대 119주년 메이데이 참가단에 참가하였다. 들뜬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지만 부산 촌놈들이 본 서울의 모습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먼저 여의도에서 열렸던 119주년 메이데이 집회가 끝나고 시민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려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탑승하여 우리가 제작한 메이데이 관련된 유인물을 돌리고 간략하게 메이데이 참가단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발언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하철 방송="119주년 메이데이 행사가 시청역에서 열려 혼잡한 관계로 시청역에 정차하지 않겠습니다. 시청역에서 정차하시는 시민들은 다음 역에서 하차하셔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시청 역 하차 표지판.
 시청 역 하차 표지판.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과 메이데이 참가단 학생들 모두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하철은 모든 역에서 정차하는 것만 보았던 부산지역 참가단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선배, 부산 지하철은 지금까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역에 열차가 정차했어요. 근데 서울은 왜 이런 겁니까? 메이데이 행사 때문에 시청역을 그냥 지나가겠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건 집회의 결사의 자유뿐만 아니라 시청역에 내려야 하는 시민들의 자유조차 빼앗고 있네요."-동아대 09학번 W씨

승객들이 웅성웅성 되자 지하철 방송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 방송="하차하려는 승객과 탑승하려는 승객이 많은 관계로 시청역에 정차하겠습니다."

"당신들 불법 행위를 하는 거야! 당장 내려!"

1일 노동절에 겪었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 지나 2일 또 한 번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2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메이데이 참가단은 '등록금 인하! 청년 실업 해결! 이명박 정부 심판!' 등을 외치는 전국대학생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보라매 공원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서 등록금과 청년실업에 문제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문제에 대해 지하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발언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메트로 질서유지 직원이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발언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 메트로 질서유지 직원이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발언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강제 하차를 시키고 있는 모습
 서울 메트로 질서유지 직원이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발언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강제 하차를 시키고 있는 모습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메트로 직원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허가 없이 전단지를 배포하고, 조용한 지하철에 소리를 지르는 것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당장 내려 주십시오!"

메이데이 참가단 "한 사람의 시민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알렸을 뿐인데 이것이 무슨 잘못 입니까? 우리는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기 위한 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의 정당한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했을 뿐입니다."

메트로 직원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는 승객을 강제 하차 시킬 의무가 저에게 있습니다. 당장 내려주시죠! 지금 당장 안 내리시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메트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해 하차하였다. 하지만 메트로 직원도 하차하여 우리의 길을 막고 이렇게 말했다.

메트로 질서 유지 직원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고 있다.
 메트로 질서 유지 직원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고 있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메트로 직원 "당신들 지금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거야! 여기 잠깐 있어봐. 경찰을 불러서 누가 맞나 이야기해봅시다!"

지나가는 시민1 (메트로 직원에게)"여보게 이렇게 소란 피울 필요 있는가! 학생들이 사회 불만이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이것 가지고 무슨 경찰인가! 시끄러우니 빨리 학생들 보내주고 당신들 일하러 가게나!"

메트로 직원 "저는 경찰 오기 전까지 절대 이 사람들 못 가게 할 겁니다."

결국 경찰이 왔다.

경찰 "학생 여러분들이 전단지를 무단으로 배포한 건 잘못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 가지고 경찰서에 왔다 갔다 할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양쪽에서 잘 합의해서 훈방 조치합시다."

메트로 직원은 끝까지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며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메트로 직원은 메이데이 참가단 대표 말고는 갈 길을 가라고 했다. 그리고 사태가 조용해지자 직원은 다음부터 지하철에서 절대 이런 짓 하지 말라며 화를 내며 물러갔다.  

"마스크와 단체 티셔츠를 벗어주시죠!"

전국대학생대회를 마치고 메이데이 참가단은 서울역에서 열리는 촛불 1주년 사전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역으로 갔다. 서울역에서 짧게 집회를 한 뒤 청계 광장으로 각자 이동하여 본 집회를 하기로 했다.

메이데이 참가단은 지하철을 타지 않고 청계광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걸어서 인도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전·의경 100여 명이 메이데이 참가단을 둘러싸며 포위하였다.

가는 길을 가로 막혀 주저 앉아 있는 메이데이 참가단
 가는 길을 가로 막혀 주저 앉아 있는 메이데이 참가단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전의경 간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똑같은 옷과 마스크를 쓰시고 가시는 것으로 봐서 집회를 참석하시는 것 같은데 불법인 집회에 참석하는 여러분들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메이데이 참가단 "사람이 길을 가겠다는데 길을 막아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불법이든 합법이든 일단 참가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당신들이 무슨 법적 근거로 이렇게 길을 막습니까?"

전의경 간부는 메이데이 참가단의 말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참가단은 그 자리에 앉아 대기하였다.

전의경 간부 "여러분들 지금 입고 계시는 119주년 메이데이 참가단이라고 적힌 티와 마스크를 벗어주세요. 그러면 길을 비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동 하실 때 이렇게 20~30명 단체로 다니시면 안 되고 삼삼오오 짝지어서 다니셔야 합니다."

메이데이 참가단들이 단체 티셔츠를 갈아 입으려고 하자 전의경 간부가 전의경들에게 뒤로 돌 것을 명령하였다.
 메이데이 참가단들이 단체 티셔츠를 갈아 입으려고 하자 전의경 간부가 전의경들에게 뒤로 돌 것을 명령하였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메이데이 참가단 모두 황당했지만 우리의 갈 길을 가기 위해 옷과 마스크를 벗고 삼삼오오 짝지어서 집회 장소로 이동하였다.

"국민의 입을 막아버리는 MB는 물러가라!"

명동 한 복판 거리에 올라온 전의경 모습
 명동 한 복판 거리에 올라온 전의경 모습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참가한 촛불1주년 집회는 충격과 공포였다. 1천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1만 6천여 명의 전경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경찰은 시청을 봉쇄하여 무차별적 폭력진압과 많은 사람들을 연행해갔다.

또 서울 명동에서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 전의경이 올라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연행했다. 이것을 본 부산지역 메이데이 09학번 참가단들은 어이를 상실하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배 이건 80년대 독재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것에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경찰이 계엄을 선포하여 사람들을 폭행하고 연행할 수 있는 겁니까? 이명박 정부가 폭력적으로 시민들의 눈과 입을 막아버리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화가 나서 죽겠습니다."-동아대 09학번 K씨

"정말 화가 납니다. 우리의 정당한 목소리와 요구에 돌아오는 답은 경찰의 폭력과 강제 연행이니 말입니다. 학교에 돌아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집회와 같이 일방적으로 경찰의 폭력에 진압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겠어요. 형 내려가서도 더 열심히 활동해봅시다!"-동아대 09학번 W씨

원래 '시위로 인하여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지하철 역에 붙여져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대통령으로 바꾸어서 붙여놓았다.
 원래 '시위로 인하여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지하철 역에 붙여져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대통령으로 바꾸어서 붙여놓았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09학번 새내기뿐만 아니라 나도 이번 집회를 통해서 이명박 정부의 진가를 깨닫게 되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과 입을 막으려고 하니 말이다. 서울에 와서 새내기 들과 함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말 제대로 현장학습을 한 기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블로그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촛불집회, #촛불1주년, #대학생사람연대, #메이데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